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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초

by 화운

조금은 힘을 주어 불어야 합니다

하나의 작은 촛불을 끄는 건

큰 불을 피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빛의 회상에 하염없이 빠져들면

나를 지탱해주는 케이크가 무너질 수 있기에

적당한 순간에 잘 이별해야 합니다


하나둘 부는 바람이 늘어날수록

촛불의 유서를 기억해야만 합니다

이 빛은 누구의 기도일까요


잘 태어났는지 잘 살고 있는지

위태롭게 타는 촛불이 묻습니다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바람이 다녀갑니다


어느샌가 생일초는 축하가 되지 못하고

더 이상 불빛이 되지 않는 이들이 촛농처럼

슬며시 뜨겁게 제게 다가옵니다


너는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는지

나는 나에게 따스한 빛이 될 수 있는지

화려한 케이크에 꽂힌 촛불이 나를 태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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