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힘을 주어 불어야 합니다
하나의 작은 촛불을 끄는 건
큰 불을 피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빛의 회상에 하염없이 빠져들면
나를 지탱해주는 케이크가 무너질 수 있기에
적당한 순간에 잘 이별해야 합니다
하나둘 부는 바람이 늘어날수록
촛불의 유서를 기억해야만 합니다
이 빛은 누구의 기도일까요
잘 태어났는지 잘 살고 있는지
위태롭게 타는 촛불이 묻습니다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바람이 다녀갑니다
어느샌가 생일초는 축하가 되지 못하고
더 이상 불빛이 되지 않는 이들이 촛농처럼
슬며시 뜨겁게 제게 다가옵니다
너는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는지
나는 나에게 따스한 빛이 될 수 있는지
화려한 케이크에 꽂힌 촛불이 나를 태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