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두통과 미열에도
환절기에 늘상 걸리는 감기라며
보통의 약을 조금 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계절 사이를 건너는 시간보다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 사이를
건너는 날에 더 감기가 잦았다
사람을 구원으로 삼았던 시절
이름 없는 계절들이 빠르게 지나가서
통증은 또 하나의 감각으로 자리 잡았다
구원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처방전을 받고
곧바로 약국을 향해 뛰었다
진통제 없는 감기약을 삼키고 달리고 달렸다
또 감기에 걸렸냐며 식은땀을 닦아주는
너는 구원이 아니면 내게 무엇일까
감기약을 쥔 손을 감추며 네게 아프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