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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by 화운

내내 길을 걸었습니다

바람이 춥지않고 시렸습니다

손을 넣은 주머니가 너무 깊었습니다

가득 넣었던 것들이 잡히지 않습니다

구멍 난 주머니였을지도 모릅니다


자꾸만 신발끈이 풀렸습니다

매듭을 짓는 법을 몰라 자주 넘어집니다

헐렁한 맨발로 가야만 합니다


옷깃만 스쳤는데 너무 아팠습니다

잘 가리라고 옷을 입는 것인데

마음은 맹목적으로 발가벗습니다

부드러운 옷감에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걷고 있습니다

어디로든 가야 할 것입니다


끝끝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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