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릇에 밥을 푸고 먹고 비우는 일도
옷을 입고 하루를 보내고 벗는 일도 안녕이다
그런데 다가오는 당신과의 안녕은 왜 종말 같은지
대체로 작별은 기울어진 저울처럼 이별 같아서
떠나는 이는 보내는 이보다 가볍고
남겨진 이는 여백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 생긴다
영영 당신이 내려오지 않는 시소를 함께 타고 있다
힘껏 도약해도 반대로 기울지 못한다
내가 그토록 네게 가벼울 수 있거나
네가 너무나도 내게 눌러앉았거나
재미없다 다른 거 타러 가자
놀이터를 빙빙 돌며 헤매다
그네를 탄다 뒤에서 밀어주는 이 없이
미끄럼틀을 탄다 밑바닥이 보이지않는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다
당신이 손을 흔들며 집에 가고 있다
뒤집어진 세상에서 흔드는
나의 손은 안녕이 되지 못한다
잘 보내는 것은 잘 남겨지는 것이겠지
놀이공원은 문을 닫는 시간이 있는데
우리의 놀이터는 문이 없다
늦은 시간까지 홀로 놀아도 혼나지는 않겠으나
바람에 삐걱거리는 기구만이 말을 걸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