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너는 오랫동안 하늘을 보곤 하는데
저기 저 구름이 무겁지 않냐고 내게 묻곤 했지
손빨래로 하얗게 씻겨주고 싶다며 손을 뻗는 네가
자주 놓고 다니는 게 우산인 걸 알았을 때 나는 알았지
온몸으로 비를 맞고 싶어 한다는 걸
바짓가랑이에 빗물이 튀어 젖는 것을 너는 좋아했지
먹구름처럼 축축해진 흰 양말이 무거운 발걸음을 만들 때
너는 빗길에 고인 웅덩이를 피하는 법이 없었지
그럴 때면 첨벙거리는 네 걸음이 햇살보다 가벼웠는데
거울처럼 웅덩이에 비치는 네 마음은 일기예보에 없던 장마
나는 보았지 사실은 네 가방엔 늘 우산이 있다는 걸
화창한 날에도 혼자 걷는 길 우산을 쓰는 널 보고야 말았지
동네 무인 세탁소로 자주 들어가는 널 알았었는데
세탁기 안에 들어가는 널 말릴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떼어내 너 몰래 섬유 유연제에 넣고 기다린 밤
너는 덜 마른 미소를 띠며 내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먹구름이 얼룩져 있다
일기예보에서는 한동안 무더운 여름이 온다고 했다
매미가 울지 않는 날들에 우리는 대신 울었다
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함께 우산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