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by 화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바늘구멍에 실 한가닥 넣는 일

침을 발라 예리하게 다듬으면

꼭 두 갈래로 나뉘는 끄트머리


잘 만들어진 미래는

잘 다듬어진 실에서 시작되나요

좁은 바늘구멍 너머 보이는 넓은 세상

얽혀있던 실을 풀어 발을 들입니다


당신과 내가 손가락으로 굳게 약속한 날도

잠들기 전 이불을 늘어뜨리던 불안의 밤도

모두 내가 단단히 꿰매고 싶던 시간들

보드라운 옷감으로 감추기도 한 민낯


수차례 입고 벗은 옷에

듬성듬성 자라난 실밥과 보풀은

머뭇거렸던 바느질이 피워낸 미련

가지치기하듯 잘라내면 보이는 틈


바늘은 나를 매달고 오늘을 찌릅니다

여전히 두 갈래인 실로 하나의 길을 가는 건

매 순간이 선택이기 때문이겠지요

좋은 옷이 될 수 있을까요


이 매듭을 짓고 나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