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솔 우산

by 화운

거센 비가 쏟아지니 아직 울 일이 남았나 보다

헐거워진 우산의 천조각을 뚫으며 달려온다



아 창문 열어두고 나왔네


창문 틈새로 흐르는 빗물이 침대를 적신다


알면서도 쉬이 돌아갈 수 없다



집안엔 작은 우산 두어개, 장우산 하나


부러진 일회용 우산 다발들


다음 장마철엔 우산 장사해도 되겠다


오늘도 우산 하나를 산다



장대비를 있는 힘껏 견뎌낸 우산을


탈탈 털어 집안에 들이면 먹구름 한조각 따라온다


먹구름을 베고 침대에 눕는다



여태껏 기우제는 많이 지내도


무우제는 생소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기도의 끝은 흠뻑 젖은 꿈속의 너에게로 향한다



꼭 너를 만나러 가는 날엔 비가 오고


여지 없이 나는 우산을 집에 두고 온다


급히 산 우산은 둘이 쓰기엔 작아서


늘 나의 어깨는 먹구름이 자란다



비가 그친 뒤 너를 바라봤는데


추위에 떨며 기침을 하는, 젖은 네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파라솔을 샀다


맑은 날에도 파라솔을 들고 다녔다


우는 일은 없을 거라며 무우제를 지냈다



보란듯이 다음날 비가 내려서


파라솔을 쓰고 너에게로 갔다


우산이 되기엔 너무 무거워 발을 헛디뎠는데


앞에 흠뻑 젖은 네가 손을 내민다



네 작은 손이 너무 부드럽고 따스해서


웅덩이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파라솔만큼 큰 우산도


발목까지 덮는 장화도 아니었구나



뒤늦게 너를 꼬옥 끌어안아보면


축축한 먹구름에 파묻힌 채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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