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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02. 2023

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취업후기

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2019년 8월 마지막날 대표님의 건강악화로 다니던 회사가 망했다.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던 찰나, '기회가 되면 공무원에 도전해 봐야겠다'라고 생각하며 1년짜리 도전을 위해, 하던 모든 일에서 손을 놓고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사태로 시험은 점차적으로 밀리고 딱 1년만 해보고 다시 현업으로 복귀하자는 생각은, 얄궂은 꿈이 되었다. 공시생의 멘탈을 부숴버리기에 강력한 코로나 덕에 2020년 지방직 시험은 6월 국가직 시험은 7월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더불어, 지방직시험은 난이도를 파괴하는 시험으로, 국영한을 280점은 따야 취뽀할 수 있을 정도로 괴랄한 시험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국사 100점을 맞고도 다른 과목에서 나름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었으나, 커트라인에는 비비지도 못하고 피눈물만 흘리는 결과를 받았었다. 이후 진행되었던 국가직 시험에서는 비전공자의 행정도전이라는 테마로 진행했으나 결국 행정학, 행정법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공무원 시험을 마감하게 되었다. 더불어 같은 과목이기에 준비했었던 군무원 시험 역시 극악을 자랑하는 괴랄한 난이도 덕에 영혼까지 털리며 1년여간의 폐관수련은 실패로 끝났다.


시험이 끝나고 9월. 조선소로 돌아가기 싫어 새로운 길을 찾기로 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자연스레 예전에 손 놓아 버린 기사자격증이 생각났다. 하지만, 졸업한 지 7년이 다되어 가는데, 기사자격증을 딸 수 있을까? 수산양식기사를 따면 뭐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에, 부지런히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딱히, 공대를 나오지 않아도, 기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 하지만, 공대를 나오지 않아 기계자격증이 가지는 3대 역학이라는 괴랄한 과제가 앞에 남아 있었다.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하고, 종목을 고르기로 했다. 수많은 자격증, 무엇이 나를 취뽀하게 만들 것인가? 오직 그 고민뿐이었다.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나보다 잘났기에 늘 승승장구하는 동생은 언제나 나의 멘토였다. 나는 동생에게 물었다.

"너는 기사를 가지고 있니?"

"어, 나 공조냉동기계기사 자격 가지고 있어, 2번 만에 땄는데 쉽더라"

이 한마디가, 내가 공조냉동기계기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였다.


책을 사고 기사를 준비하였다. 괴랄한 3대 역학 중에서도 오직 열역학만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초보에게는 벽이 너무나 높았다. 하지만 이미 공시에서 실패를 맛봤기에 더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수험접수 날로부터 1달, 코로나 덕에 시험이 치러지니 마니를 두고 옥신각신하다가, 시험이 시행되었다. 과락 40점. 평균 60점. 비전공자의 공조도전이 시작되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자격증은 시설관리 업무에 있어 3대 자격증인 공조, 에너지, 가스 중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고 심지어 최상위 기사였다.


드디어 발표일이 되었다. 손을 모아 기도하면서 가채점한 점수로 성적이 나오길 기대했다. 운이 좋았다. 가채점한 점수대로 턱걸이로 61점으로 필기를 돌파했다. 보험으로 들어 두었던 산업기사 필기도 합격했었지만, 과감히 버리고 기사 실기에 올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패스 임재기 강사님 밑에서 온라인으로 부지런히 실기를 준비했다. 2회 차 7.68%의 합격률 덕에, 난이도는 매우 쉽게 나왔고, 그리고, 3회 차에 합격했다.(흔한 산업인력공단의 난이도조절) 산업인력공단 주관의 첫 자격증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막상 자격은 취득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너무나 불경기라 일자리가 없었다. 여기저기 고민했지만 일자리는 나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한 지방공기업의 공고를 보았다. 자격요건 "공조냉동기계기사 외 몇 개의 자격증" 기사 시험 발표일 11월 12일. 접수 마감일 11월 13일. 안될 거라는 것을 알았지만, 두 손 모아 기도하면서 12일 결과를 기다렸다. 좋은 결과 덕에, 운 좋게 이 공기업에 지원할 수 있었다. 이건 나의 첫 번째 공기업 도전이었다.


운 좋게 서류를 뚫고 필기를 붙었다. '이럴 리가 없는 데?'라고 생각을 하며 면접을 준비했다. 사기업을 준비했지만 공기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첫 면접스터디. 4명이 모였다. 공기업 면접은 처음이었기에 여기저기 조언을 구했다. 무경력자에 달랑 자격증 하나였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부지런히 혼자 연습하고, 예상 문답을 뽑아내며 대비했다. 소름 돋게도 예상 문답 범위에서 90%가 질문으로 나왔고, 함께 스터디했던 분들에게는 내가 만든 예상 질문이 100% 나왔다.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었다. 그리고 오늘, 믿어지지 않게 합격 결과를 받았다.

아직도 꿈인가 싶다.


사람에게는 인생에 있어 흐름을 탈 때가 있다고 한다. 실패의 파도 속을 헤엄치다, 문득 방향을 전환하였고, 순탄하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어안이 벙벙하고, 힘든 1년 4개월 간의 과정이었다. 공무원 시험에 실패한 1년은 손해 봤지만, 4개월이라는 방향전환에 있어, '내 선택이 옳은 선택인가' 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결과론자인 나는,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조금 마음 놓고 새 길에서 발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지금에서야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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