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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02. 2023

혼자 여행객이 된다는 것

혼자여행에 대한 고찰

혼자 여행객이 된다는 것.


예전에 혼자여행 카페 나여추에서 스텝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건 그 카페에서 내가 알게 된 이야기의 편린.


무엇보다도 놀랐던 것은, 혼자서 여행하기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 (가입했던 2010년에 10만 정도였으니까, 10년 사이 9만 명이나 되는 회원이 늘어났다.) 그리고, 혼자서 여행하기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쉽사리 다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혼자 여행을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혼자여행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는 것.

 

그 이전에는 어디를 가면 항상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혼자서 어디 멀리 가는 것은 일반적으로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일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혼자여행 카페에서 게시글을 하나하나 읽다 보니, 혼자서 하는 여행도 충분히 즐기고, 먹고, 편히 쉼을 느끼다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윽고, 그것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도전과제가 되었다.

카페에 가입해서, 한 한 번씩 글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곳곳의 혼자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고, 더 나아가 해외로도 혼자 다니는 멋진 혼자여행객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나 또한 여기서 자신을 얻어 몇 개국의 나라를 혼자 여행했으니 그 이야기는 언젠가 말할 때가 오겠지.)




혼자서, 여행을 가게 되면,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는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벤치에 앉아서 스치는 바람을 느끼는 것은 물론, 1분 차이로 버스를 놓쳐보기도 하고. 작은 읍내 식당에 들어가서, 1인용 식사를 주문하고, 식당주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여행지에서 물건을 잃어버려, 그 물건을 찾기 위해 여행지를 3바퀴고 4바퀴고 빙빙 돈다던가(찾았을 때와 못 찾았을 때 느낌은 하늘과 땅차이지만 둘 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된다.), 택시를 홀로 타고 가면서 여행지 정보를 택시기사와 나눈다던가, 혹은 여행지에서 나 말고 또 다른 혼자 여행객과 마주친다거나, 찜질방에서 핸드폰을 충전하면서 누군가 훔쳐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많은 일들 말이다.


확실히 여행을 하면서, 소심한 성격인지라, 또 다른 혼자여행객과 많은 대화는 나누어 보지 못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열에 둘셋은 혼자서 좋은 여행지를 거닐고 있었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고 서 말이다. 그리고 개 중에서는 큰 DSLR을 메고 다니는 본인에게 당당하게 사진촬영을 부탁하기도 하더라.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우연히 검색을 한다. "혼자여행".

그 결과 나여추를 찾고, 나여추에 가입하게 되면, 가입인사를 하게 된다.

나여추의 가입인사는 5개의 문항으로 되어 있는데, 3번의 질문에, 일상에서 혼자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이 카페를 찾은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일상탈피를 꼽을 것이다.(나도 무료한 일상의 탈피라고 적었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 서서히 지쳐가고 질려가는 것이다. 특히나, 뭔가 이색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빈도가 적겠지만, 로봇처럼 하루하루 반복적인 루틴으로 살아가면, 더욱 일상에 찌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혼자만의 여유를 느끼고 싶어 진다. 이게 나여추를 시작하는 수순.  한 번의 우연한 검색을 통해 몇 년간 네이버의 파워카페를 지켜온 나여추로 모이게 되고, 그 사람들은 놀라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나 말고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혼자여행이라는 것을 하고 있구나.'

'우와 이 사람은 혼자서 이런 것도 해?ㅋ

'혼자서 여기 가면 걱정되는데 후기 한번 찾아볼까?'

'와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네. '


이런 생각의 알고리즘을 겪게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패턴.

 그리고 이 모든 건 혼자여행객이 되기 위한 필연.


가끔 혼자서 다니다 보면, 주변에서 묻는 친구들이 있다.

혼자 어디 갔다 왔다고 이야기하면, 거기 혼자 무엇하러 가는데? 가서 뭐 하는데? 재미있나?라고 말이다.


단 한마디. 경험해보기 전엔 모른다.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이 말은 들은 친구들이 혼자 여행을 할리는 만무하다. 왜냐하면 혼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니까.

모든 일의 시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혹자는 용기를 내는 것이 쉽다고 말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음먹기가 쉽지가 않은 것은 현실. 현실의 반복적인 톱니바퀴가 돼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 일상탈출. 일탈은 꿈. 그래서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우연이란, 정말 수많은 선택 중에 한 가지다. 아무런 생각 없이 검색창에 혼자여행을 검색한다. 수많은 우연 중에 하나가 필연이 되었을 뿐이다.

내 인생에 이런 우연을 만날 일이 얼마나 될까?

이런 용기를 낼 일이 얼마나 될까?

아마 없을 것이다.

고민하지 말고 일단 검색해 보자.


혼자서 어딘가로 간다는 것. 쉽지는 않지만, 이미 그것을 행한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 정도는 용기 내 볼만하다.

무작정 어디론가 가고 싶지만, 사실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

문득 생각난 도시를 가고 싶지만 정보가 전무하다.

그렇다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19만이나 되는 혼자여행객이 있지 않은가.


부산에 혼자 가고 싶어요.

경주는 무슨 볼거리가 있나요?

전주에 가면 숙박은 어떤 게 있나요?

제주도 가려는 데 교통편은 어떤 게 좋나요?

영월시티투어 혼자 해도 되나요?


이미 우리보다 오랫동안 이 혼자여행이란 것을 경험해 온 사람들이 친절하게 답변해 줄 것이다.




단 한번.

혼자 여행이란 것을 경험해 보면, 그 매력을 분명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평생 잊히지 않을 추억을 두고두고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 아는 비밀이라고 할까나-.

한 번의 경험으로 이 매력을 알게 되었다면, 어느샌가 다음번엔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다른 혼자여행객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다가오는 5월의 골든피크에는 어디를 가볼까-. 역시 몇 년 전 다녀온, 전라도가 참으로 가보고 싶다.

긴 연휴기간 동안 한번 짬을 내서 다녀올까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누군가 동행할 사람을 찾겠지만, 역시나 여행스타일이라는 게 있고, 많은 사람과 모이면, 마찰이 일어나고, 지치기 마련이다.

분명 혼자여행이 누구보다 편할 것이다. 단 하나. 누군가가 내 여행스타일에 맞추어 준다면 1박 2일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잡설이 길어졌지만, 역시 혼자 여행은 해보지 않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재미가 있다.

그래서 나는 또 혼자 여행을 간다. 그렇게 혼자여행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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