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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Feb 25. 2023

내 너를 보고있다.

내 눈앞에 늘어진 저 이상한 생물을 보라. 높은 곳만 보이면 기어올라 가더니, 옴짝달싹 못하고 한참을 고민하다, 줄없는 번지점프처럼 높은 곳에서는 훌쩍 뛰어내리는구나. 지치지도 않는 애들처럼 한 없이 방안을 뛰어다니다가, 자기가 힘들 때면 방 한가운데 드러누워 디비 자는구나. 박스를 좋아하느냐? 유리보올에는 왜 자꾸만 기어들어가는가? 자꾸 이상한 생물을 사냥해 나에게 선물하며, 티없이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왜이리 정겹게 우는거냐. 나를 만난게 너에겐 그 정도의 기쁨이더냐. 그래 너는 복받은 생물이구나. 저기 밖에 존재하는 네 친구들을 보라. 너도 한 때는 저들과 같았으리라. 쓰레기를 뒤져 먹이를 찾고, 물 한모금을 마시기위해 춥디 추운 날씨의 환경을 견뎌냈으리라. 기억하고 있느냐? 네가 차지하고 있던 그 지역은 어느 덧 너보다 덩치큰 녀석의 영역이 되었으리라. 골목의 대장이었던 네가 언젠가부터 길가던 사람이 지나가고 있으면, 우다다 달려가 그들의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너만의 생존방식을 찾았으리라. 더 이상 길거리의 생활이 쉽지 음을 자각했으리라. 너는 운이 좋았다. 나를 만났으니까. 파란 눈알과 노란 눈알 두개를 달리 흔들며 나에게 목소리 높이던 너의 오드아이가 내 뇌리에 선명하구나. 네 어미는 누구이며, 네 아비는 누구인가. 그 누가 널 그리 태어나게 만들어 힘들게 하였는가? 이제는 슬퍼하지 말아라. 내 너를 거두어 줄테니. 그릉그릉 소릴 내며 뻗어있는 너를 보니 내 화분에 심겨져 있던 캣잎 쪼가리를 또 먹었구나. 그렇게 조심하라 일렀거늘, 좋은 냄새가 항상 좋은 것임이 아닌 것을. 네 그리 착해 내가 세상과 이별하면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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