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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Feb 04. 2023

고통 없이 죽는 법

자살방법

더 이상 살아 봤자 의미가 없다. 빛이 들지 않는 세상에서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이어나가 산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그렇기에 나는 다가오는 새해선물로 나에게 자살을 선물하기로 했다.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일까?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것? 아니면 손목을 긋는 것? 목을 매어야 하나? 아니면 독약?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건 어떨까? 불을 지를까? 아니면 차에 치여? 연탄불을 피울까? 누군가 나를 죽여줄 사람은 없나? 죽을 때 죽더라도 고통 없이 죽고 싶으며, 타인에게 피해를 크게 끼치고 싶지도 않다. 새해까지 앞으로 1주일. 깔끔하게 죽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내가 죽기로 결심한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나 혼자 오롯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어졌을 뿐이다. 내가 죽는다고 슬퍼해 줄 사람도 없을뿐더러, 계속해서 살아봤자 물부족국가에서 물을 축내고, 음식을 먹으면서 쓰레기만 만들어 내는 기계가 될 뿐이니까, 나는 죽기로 결심했다.


아주 어릴 때 버려져서 보육원에서 자란 나에게 그다지 학창 시절에 좋은 기억은 없다. 나를 보듬어 줄 친구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한 기억으로 채워진 과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난하니까, 보육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놀림당하고, 강자들에게 저항하지 못한 약자로써의 삶을 그냥 살았을 뿐이었고, 배움이 부족했던 내가 성장했다고 해서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크게 성공할 확률은 내가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려 빠진 강물 속에서 1등 로또복권을 발견할 확률보다 낮을 것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편의점에서도 최저시급보다 낮은 급여를 받으며, 폐기식품으로 하루하루 연명해 가며 고시원에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실패한 인생이니까, 죽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다만 편의점 사장이나 고시원 주인에게는 싸게 굴릴 수 있는 인력이라던가, 방세를 꼬박꼬박 내는 ATM이 사라져서 내가 죽으면, 1초 정도는 날 아쉽게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죽는 것에 대해 고민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덕분에 불면증 까지 걸렸다. 오늘도 잘 때 수면제 여러 알이 있어야 눈을 붙일 수 있다.




디데이로 정한 새해가 1주도 채 남지 않았기에, 지금부터 나의 인생에 대한 작별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어떻게 죽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 하나씩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한강다리에서 투신하기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건 생각보다 쉬울 것 같다. 번지점프는 해본 적 없지만 눈 딱 감고 번지점프 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딱히 준비물도 필요 없고 몸만 가면 된다. 뉴스에서 보듯이 구두랑 유서를 놓고 뛰어내린다면, 나도 뉴스에 잠깐 소개되어 내 인생 최고의 관심과 주목을 받을 수도 있을지도... 다만 12월 중순의 한강물은 너무 차가울 것 같으며, 어찌 생각해 보면, 익사는 조금은 고통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생물이기에 죽으려고 생각했어도, 몸은 살려고 발버둥 치지 않을까? 또 내가 의외로 수영에 재능이 있어, 한강을 헤엄쳐 나오는 일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이건 무리다. 다른 자살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2. 손목 긋기

자살의 대명사라면 손목을 긋는 것인데, 커터칼로 손목을 긋고 흐르는 물에 담가 놓으면 피가 다 빠져나가 죽는다고 어디서 본 것 같다. 하지만 경동맥 같은 걸 자르지 않고 손목만 긋는다고 정말 죽을까? 재수 없게 실패하면 상처만 남고 아플 텐데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고민해 본다. 근데, 식칼 있고 다른 여러 가지 칼도 있는데 왜 나는 손목 긋는 칼은 커터칼이라고 생각했을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람들의 자살을 못하게 막기 위해, 못 죽는 소재를 보여 준 게 아닐까? 타인을 믿을 수 없기에 이 방법도 정답이 아닌 것 같다. 나는 고통 없이 한 번에 죽고 싶다.


3. 목 매달기

교수형이라고 하나? 목 매달아 죽는 방법 말이다. 일단 이 방법은 제법 괜찮은 것 같다. 다만, 밧줄 준비해야 하고 매듭짓는 법도 공부해야 한다. 밧줄은 어느 정도 두께를 사야 할까? 자살하는 방법에 대한 유튜브 영상은 찾아봐도 없고, 블로그에 써진 방법도 없다. 너무 두꺼운 밧줄을 사서 매듭을 못 지으면 헛돈만 쓴 꼴이 된다. 나중에 자살에 성공한다 해도, 내 짐을 정리하러 온 사람들이, 여러 밧줄 사이즈를 보고 "죽는 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멍청이네"라고 여기는 건 싫다. 이런 나라도 그건 마지막 자존이다. 그리고 죽기에 이놈의 고시원은 천장이 너무 낮다. 목을 매달기에는 손을 위로 뻗으면 천장에 닿아버리는데, 여기서 목을 멜 순 없지 않나? 그렇다고 편의점에서 목을 맨다? 최저임금도 안주는 사장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악한 건 아니다. 그렇게 까지 피해를 주고 싶진 않다. 목멜 장소가 애매하니, 다음 방법을 생각해 보자.


4. 독약

독약을 어디서 구하지? 티비에서 보니 청산가리라던가 독버섯 같은 걸 먹으면 죽을 수 있다던데, 그런 걸 내가 구할 수 있을까? 인터넷 쇼핑몰에는 안 팔 것 같고, 남대문 시장이라도 발품 팔아봐야 하나? 아니면 농약을 마실까? 무슨 맛일지 감히 상상이 안 가는데, 혹여나 마시고 발버둥 치는 소리에 누가 119에 신고해서 살아나게 되면 연초부터 그렇게 또 쪽팔린 일도 없을 거다. 어쩌면 좋을까? 맛없는 건 싫은데.


5. 베란다에서 투신하기

이건 한강 투신과 비슷한 자살 방법 같은데 문제가 있다. 일단 내가 사는 고시원에는 베란다가 없다. 그렇다고 남의 아파트에 가서 죽기엔 집값이 떨어질 테니 좀 미안하다. 그리고 추락사한 후에 내 시체를 치우는 사람은 얼마나 역할까? 그렇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진 않다. 또 만약 운 좋게(?) 아니지 운 없게 살아나서 팔다리 장애인이라도 된다면 그때는 자살도 쉽지 않다. 역시 생각할수록 투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6. 방화 및 분신자살

불타 죽는다는 것. 왠지 멋있긴 하다만, 불같이 산 인생도 아니고 죽을 때만 불타면 뭐 하겠는가. 그리고 타인의 재산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방화는 일단 범죄다. 난 죽고 싶은 거지 범죄자가 돼서 죽고 싶은 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불이 타 죽는 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가진 죽는 방법이라는데, 난 고통 없이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고 죽고 싶다. 고통스럽게 죽을 바에는 의미 없이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7. 교통사고

음...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다만 한방에 즉사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자살 방법인데, 나는 차도 없고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 정도에 치어야 죽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자칫하면 보험사기꾼으로 몰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차가 있어봐야 교통사고가 나 보지. 가난하면 교통사고도 못 낸다. 면허도 없고 가난한 나에게너무나 사치스러운 죽음이다. 또한 만약 치여서 살아났을 때, 날 친 차가 그 티비에 나오는 비싼 외제차면 내가 물어줘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잘 모르겠으니, 이것도 패스다. 잘못하면 병신에 빚쟁이만 되고 죽지도 못할 것 같다.


8. 연탄가스

이거 티비에서 본 방법 같다. 번개탄에 뭐 숯을 피워놓고 차 문틈을 테이프로 밀봉해서 죽는 그런 방법이었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진 통장잔고로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물건을 사도 사람들이 딱히 의심도 하지 않을 것 같고. 아니, 아무도 나게 관심이 없으려나. 그런데 차가 없다. 방에서 하기엔 고시원 주인에게 조금 미안하다. 이게 그나마 좀 현실적인 것 같 한데, 연기가 많이 나면 기침을 하겠지? 괴로울 것 같다. 패스.


9. 누군가 날 죽여줄 사람은 없나?

티비에 나오는 연쇄살인마 같은 거에 죽임을 당하는 것은 두고두고 내 이름이 회자될 텐데,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나에게 연쇄살인마는 오지 않는다. 현실적이지 않은 자살방법이다. 오히려 영화처럼 재수 없게 잡혀가서 고문만 당하다가 살아라도 난다면, 지금보다 더 거지 같은 인생을 살 수도 있다. 그건 안 되지.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3시 14분. 오늘도 밤에 잠을 이루지 못다. 죽기까지 앞으로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나는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일 밤 고통 없이 죽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지만,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일단 아직 며칠 더 남았으니 자고 생각해 보자. 지긋지긋한 불면증. 이젠 수면제 없이 자지도 못한다. 씨발.




그리곤 아무 생각 없이, 수면제 한 움큼을 입으로 털어 넣 눈을 감는다.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가의말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요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어 써봤습니다.

주인공은 세상에 대한,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으며, 새해맞이 기념으로 죽겠다고 입으론 이야기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죽기는 무서운 겁쟁이입니다. 다만, 그렇게 말하며 자신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는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있는 멍청한 인간입니다. (의미 없이 사는 게 죽는 것보단 오히려 나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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