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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Mar 11. 2023

그녀는 교회를 다닌다. 근데 그 종교는 신천지였다.

손절

얼마 전, 알게 된 그녀를 만나 카페에서 차를 한잔 했었다. 

그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연히 카페에서 합류하게 된 그녀의 보드게임 동아리 소속이라는 지인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나는 본래 우연이라는 이벤트를 믿지 않고, 평소 초면인 남을 잘 신뢰하지 않는 의심이 가득한 사람이기 때문에 모임 중간중간에 친구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었다.


의심의 꽃이 피어오를 때.


그 후로 그녀의 연락은 꽤나 비 주기적으로 오면서 나와 통화하길 원했으나 나는 전화를 받지않았다. 꽤나 불길한 촉은 항상 들어맞았기에, 일부러 그녀의 전화를 피한 것 이다. 하지만 그녀의 끈질긴 구애(?) 끝에 그녀와 통화를 했고, 그녀의 자백을 통해 나는 그녀를 손절하기로 했다.


어차피 정답은 처음부터 손절이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고 브런치 글감이 될 것 같아 그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 뿐이다.

잔인하구나! 작가여



그녀의 고백


오빠 내가 지난번에 동네교회를 다닌다 했는데, 사실은 신천지. 처음 만났을 때 신천지인걸 밝히기꺼려져서 말을 못했다. 근데 계속 그게 속에 걸리더라. 나는 오빠를 만났을 때 첫인상도 좋고 편해서 계속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고 싶었다. 사람사이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말하는 거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만나서 할지 전화로 할지.


그래.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뭐냐(예상 적중에서 오는 이 쾌감. 탐정이 되어야하나?)


신천지에 대해 알고있냐?


물론이지(아주 유명한 사이비지)


우리 교회 코로나 전부터 알고 있었냐?


당연하지(코로나 때문에 유명한게 아니고 예전부터 유명했지 내 친구들 썰이 넘쳐난단다.)


주변에 신천지 다니는 사람 있나?


없지...(있겠냐 있었으면 진작 손절이지) 본론은 뭔데?


자기이름으로 세미나를 주관하는데, 회원모집(전도) 추천서가 필요한데, 오빠 이름을 올려주면 안되냐?


검토해보겠다.(너의 차단을)


세미나를 듣는데 원래 9개월과정이다. 그런데 너무기니까 3개월만 할 수도 있다. 근데 내가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10번만 참여해봐라.


거절한다. 나에게 메리트가 없다.


이런 세미나 같은거 참여 많이 해보지 않았냐?


안해봤다. (나는 강의만 들으면 자는 인간이다.) 대신 예쁜 친구들 소개해주면 가줄게.. (여자친구 소개좀)


내 주변에는 예쁜 친구가 없다. 참여해서 찾아보는게 어떠냐?


싫다. 검토만 해보겠다


말로만 검토한다하고 안하는거 아니냐? 오빠 이름 올려놓으면 안되냐?


응 안된다. 기간이 언제까지냐?(어케알았누)


월요일 까지 답변을 달라. 20일에 세미나가 시작이라 그전에 모아야한다.


너무 촉박하다. 미리 신청안하면 못듣냐? 사람은 꽉차냐?


꽉찬다.


그럼 내가 접수 안해도 되겠구만, 어차피 꽉차지 않느냐.


아니다. 내 이름으로 추천서를 써야 나에게 이득이 있다. 1번이 너무 많으면 3번만 들어봐라.  스님 목사 천주교 다니는 분도 다 들었다. 성경이 자기개발서 인거 알지않느냐?


아니 메리트 없으니 안한다. 일단 검토는 해주겠다.(아가리로만) 응원한다. 너의 종교생활.





요즘 신천지 포교활동이 각종 독서모임, 인문학모임, 보드게임 모임, 심리테스트, 유화파스텔, 핸드메이드 소품제작 심지어는 당근마켓 무료나눔에까지 침투했다고 한다.


항상 숨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그들의 포교활동에 주의해야한다.


첫 인상이 좋아보이는 사람이라고 무작정 믿으면 안된다.


적당한 거리감과 경계는, 낯선사람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리고 그들이 의도를 드러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을 차단해야한다. (당신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들에게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감사한다. (브런치의 글감이 되주셔서 감사합니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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