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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Mar 11. 2023

반짝거리는 목련의 기억

세계를 홀로 돌아다니며 감성 있는 글을 정말 잘 쓰던 친구와 봄에 피는 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봄꽃 중에서 무슨 꽃이 가장 좋아?"

"나는 봄에 피는 꽃 중에서 목련이 제일 좋아."

그녀의 대답은 꽤나 흥미로웠다.

흔히 봄에 피는 꽃 중에 무엇이 가장 좋냐고 물으면 열에 일곱은 벚꽃이라 이야기하고 나머지 셋은 다른 꽃들을 말하는 데, 그중에서 목련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람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앞에 목련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조용히 하얀 꽃을 피워내는데, 혼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것 같잖아. 심지어 목련의 꽃말은 고귀함, 숭고함이래! 나는 그래서 목련이 좋아."라고,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었다.




어제 퇴근길에 아파트 앞을 보니 목련나무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 꽃을 보았을 때, 그녀와 했던 목련의 기억이 반짝 떠올랐다.


이 나무는 매년 꽃을 피웠다. 하지만, 예전에  단 한 번도 그 꽃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고, 언제 피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우리 동네의 목련나무는 벚꽃이라는 봄을 대표하는 꽃에 밀려 화단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한그루의 평범한 나무였다. 그녀로부터 목련이 좋은 이유를 들은 후에는 그 나무가 왠지 매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목련나무라는 존재를 자각하게 된 것이다.  매년 꽃피는 시기가 되면 목련나무를 올려다본다. 주변에 하나 둘 즈음은 있음 직한 도도함을 어필하는 사람들 같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났는데 뭐?", "나만큼 고귀하고 숭고한 자태를 가진 꽃나무 없지?" 같은 느낌으로.




나는 목련나무 같이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낸 후, 새하얀 꽃과 같은 결과물을 피워내고 싶다. 평범한 글 쓰는 사람에서 이제는 누군가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감성 있는 글을 정말 잘 쓰던 그녀처럼. 그래서 부족하지만 글을 계속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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