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에서 밥을 먹는데 친구가 양념한 쫀디기를 처음 먹어 본다고 했다. 최근 [놀면 뭐하니]에 울산을 대표하는 음식중 하나가 쫀디기 라고 나왔나 보던데, 본인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입사한 이후로 이 음식을 처음 먹어봤으니 학창시절의 나에게는 생소한 요리가 분명했다.
설탕과 라면스프를 적절히 조화해 만든 쫀디기에 버무려논 음식인데 단짠단짠이 매우 일품인 요리다. 학창시절에 먹었던 라면땅과 조금은 유사한 조리방식인듯한데, 설탕과 라면스프를 잔뜩 섞어 놓은 스프를 튀긴 라면위에 잔뜩 뿌리고 케첩과 머스터드를 양껏 토핑한 먹는 그 바삭바삭함이 천상의 맛이었다. 감히 말하건데, 친구에게 첫 경험을 선사한 쫀디기는 그 당시라면땅의 볼따구를 때리던 맛이리라.
김밥에 튀김에 떡볶이에 그리고 쫀디기.
예전에 다녔던 남중학교 옆에는 여중학교가 하나 있었고, 그 학교 정문 앞에는 학생들을 위한 작은 분식집 하나가 있었다. 500원, 1000원이면 컵떡볶이에 라면땅에 피카츄 돈가스 까지 원하는 대로 포식을 할 수 있는 그런 추억의 가게였다.
500원짜리 동전하나면 무려 큰컵에 떡볶이를 가득 담아주시던 분식집 이모의 큰손 덕에, 천원짜리 한장이면 친구들 사이에서 분식을 FLEX 할 수 있는 선망의 포지션이 되었었다. 혹여나 친구들에게 "내가쏜다"를 외치며 옆의 슈퍼에서 서주아이스크림 (100원 or 200원) 한개나 KIN사이다(즐사이다) 한병 친구에게 대접하는 날엔 친구와 나의 우정게이지가 물씬 올라가니, 그 또한 추억이다.
피카츄 돈가스는 피카츄를 닮은 모양의 튀김요리인데 이름은 돈가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체는 낮은 등급의 분쇄닭이다. 학창시절에 이녀석은 비둘기고기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은 아니었다. 내용이 어떻든 사실 맛만 좋으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피카츄 돈가스 전용양념에 머스터드를 조화해서 먹던 그맛은 나이가 들고 다시 이 음식을 찾았을 때는 두번다시 느끼지 못했다.
안녕. 나는 피카츄 돈가스라고해!
우리는 등교를 위해 통학차량을 이용했었는데, 학교별로 이 통학차량 기사님들은 항상 경쟁의 연속이었다.(학생수 확보를 위한) 그렇기에 우리 기사님께서 사용한 방식은 바로 분식집 장부였다. 매주 토요일 학교가 오전에 마치는 그날은 장부에 이름을 적고 무려 500원 어치의 분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
피카츄 돈가스 300원에 떡볶이 200원 어치. 혹은 라면땅 하나에 떡볶이 200원 어치. 만두 2개에 떡볶이 300원 어치 등 다양한 조합을 통해 우리는 각종 분식들을 맛 볼 수 있었고, 장부를 통한 우리를 아는 이모님은 큰손 위에 더 큰손 스킬을 시전하시며 더욱 많은 양을 주셨다. 혹여나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후에 통학버스가 늦게 오는 날이면(간혹 기사님이 일이 있어서) 분식집 이모님은 남은 분식들을 한데 모아 있는 차량의 통학생들에게 대접하고 장사를 마감하셨다.
10년도 더 전에 작은 돈으로 행복을 좇던 분식이라는 요리는 이제 너무나 비싼 요리가 되어버렸다.
오뎅꼬치하나에 300원이던게 1000원이 되고, 500원에 한컵가득이던 떡볶이는 개당 500원이 되어버렸다. 500원짜리 닭꼬치는 이제는 5000원을 내야만 먹을 수 있다
가끔은 원없이 분식을 먹는 상상을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시키면 우리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내본다. 맛있는 분식을 양껏 먹고 난 후, 나온 23000원짜리 영수증을 보며 이 정도 먹었으면 그만큼은 나와야지 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조금은 씁쓸한 기분과 함께 장부에 적던 500원 짜리 컵 떡볶이를 먹던 추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