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수동을 방문했던 해에(2007) 책으로 가득 차 있는 그곳은 길에서도 책냄새가 가득 풍겨왔고 서점처럼 정돈된 것이 아닌, 위로 아래로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갖추었던 그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아래 글을 취재할 때(2013) 까지만 해도 그런 무질서함이 갖는 기분좋음은 5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사진촬영금지, 함부로 만지지 마시오 같이 각각의 가게에 붙어 있는 문구들과 주인의 호통은,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함과 불쾌감으로 느껴졌었는지도 모른다.
10년이 지난 지금(2023)은 나는 보수동을 여행지로 삼지 않고 추천하지도 않는다. 알라딘이나 YES24, 교보문고와 같은 온라인 서점이 충분히 활성화 되었을 뿐더러, 독서정가제 시행이후로 많은 오프라인 서점들이 몰락했을 때도, 보수동은 스스로의 자생의 기회 역시 발로 차버렸다. 친절하지도 않고, 가격경쟁력도 없다. 이제 그 곳은 아날로그 감성거리가 아니다. 단지 죽어버린 상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