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과 기생 그리고 상생 (같은 것을 다르게 말하는 이유 2)
얼마 전, 기획자와 개발자의 의사소통 문제를 다룬 글에서 ‘같은 것을 다르게 말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공생과 기생, 그리고 상생이라는 개념을 통해 직장 내 협력의 본질을 더 깊이 살펴보고자 한다. 이 세 가지의 개념은 생태계뿐 아니라 직장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핵심 형태로,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공생과 기생, 그리고 상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는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공생할 것인가, 기생할 것인가 혹은 상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일상의 선택부터 조직의 분위기까지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고민해 보고 사유해 보는 시간을 가져봄이 어떨까 한다. 이런 질문은 개인의 가치관과 업무 윤리에서 시작되며, 협력의 질과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수 있다. 직장 속에서 고민과 어려움, 특정 다수가 모여있는 곳에서의 협력, 협업, 갈등, 다툼, 시기, 질투, 무시, 괴롭힘, 따돌림 등의 갖가지의 형태가 존재한다. 수많은 관계의 형태 속에서 직장 동료를, 상사를, 부하직원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그때를 미리 대비하여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자답을 찾는 과정을 미리 밟아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출처: Lummi.aiⓒMikiwa
공생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관계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말미잘과 흰동가리(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니모'가 바로 흰동가리다)가 공생의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독성이 있는 말미잘은 흰동가리의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 먹이를 유인하거나 청소를 해주는 흰동가리는 말미잘에게 이로운 존재다. 또 꿀벌과 꽃은 어떤가. 꽃에서 꿀을 얻은 꿀벌은 인간에게 꿀을 선사해 주고 꽃의 수분을 도와주는 매우 이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 사회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심리학의 면모를 좀 봐야 할 것이다. 심리학의 상호의존 이론에 따르면, 관계의 결과는 각자의 보상과 비용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공생은 양측이 보상을 제공하고 비용을 줄이는 상호작용이다.(공생의 관계) 가령 직장에서 팀원들이 강점을 살려 목표를 위해 협업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기획자가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기능을 제안하면 개발자는 이를 구현하며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기획자는 기술적 제약을 이해하고, 개발자는 기획자의 의도를 파악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든다. 구글의 검색 엔진이나 애플의 아이폰 같은 혁신은 기획자와 개발자가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협력한 결과다. 이런 공생은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공생과 비슷한 상생은 또 어떤가. 이익의 관점에서의 상생이 있을 수 있다. 공생의 긍정적인 측면, 즉 이익을 주는 협력관계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비등한 예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를 말할 수 있겠다.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공동의 목표는 곧 공동의 이익이 추구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생은 한쪽이 이익을 취하고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불균형한 관계다. 사회적 교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생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태도로, 타인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행동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기획자가 동의 없이 자신의 업적으로 삼거나, 기획자의 제안을 개발자가 겉으로는 반대하면서 몰래 구현하는 경우다. 이런 행동은 불신을 조장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며, 혁신을 저해한다. 불균형은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피해자의 동기를 저하시킨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가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의도, 자신의 어려움은 중요하고 타인의 어려움을 등한시하는 마음가짐, 같은 대화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태도나 자세로 보이며 자신의 이익만을 최우선시하는 그런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생과 기생의 차이는 사소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이익만 우선시하면 서로의 선을 넘기 쉽다. 기획자와 개발자는 전문성이 뚜렷해 각자도생 하려는 경향이 있다. 상품 개발은 기획에서 시작해 개발로 완성된다. 이 관계성을 이해하면 충돌이 줄어든다. 하지만 기획자가 제안한 기능을 개발자가 기술적 이유로 거부하거나, 개발자의 해결책을 기획자가 무시하면 갈등이 생긴다. 이는 업적을 독점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되며, 고객의 외면과 시장의 소외를 초래한다. 기업에서 불협화음으로 출시된 제품이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상호 존중 기반의 조직에서는 아이디어가 쉽게 탄생하고, 문제가 빠르게 해결된다. 또한 자연 생태계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철저한 공생관계의 규칙을 지킨다는 점이다. 앞서 말미잘과 흰동가리가 그렇고 꿀벌과 꽃의 관계가 그렇다. 이렇게 인간 사회에서도 공생의 규칙을 지킨다면 서로의 이익을 취하며 발전하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지만 인간의 이기주의로 인해서 공생의 관계가 기생으로, 그리고 천적으로 그 관계가 전이되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몸속 장내 미생물과 그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장내 미생물은 공생의 관계로 살아가지만, 면역 약화, 환경 변화 등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병원성 질환으로 발현이 가능한 것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인간 협력 사회에서 상황과 조건이 바뀌었다고 해서 바로 태도가 돌변해서야 되겠는지 우리 스스로가 고민해 볼 일이다.
결국, 공생과 기생의 선택은 태도와 협력 문화에 달려 있다. 공생은 존중과 협력을 통해 성장으로 이어진다. 기생은 단기 이익을 얻지만, 신뢰 상실과 비효율을 낳는다. 공생을 위해선 소통, 책임감,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한 일은 했다고 말해야 한다”는 말처럼,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는 태도가 협력의 바탕이다. 성공적인 조직은 역할과 기여를 존중하며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친다. 기획자와 개발자가 전문성을 이해하고 한계를 보완하면 혁신이 탄생한다. 이는 조직이 지속 가능하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핵심가치라고 보는 것이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