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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합도 이론

이타성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by 닥터브룩스
“선생님은 어떻게 해서 일개미들이 희생정신을 발휘하게 됐는지에 대한 결정적 이론, 이른바 포괄적합도 이론 Inclusive fitness theory을 만들어내신 분이에요. 저도 그걸 연구하고 싶어서 선생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간 거라 저녁때마다 그것에 대해 집요하게 계속 물었어요. 그러면 선생님은 언제나 코너를 보시면서 “내 생각에 그건 이런 것 같고…… 그런데 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제 석사 학위논문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시는 거예요. 왜 그러시나 싶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알았어요. 두 달 전에 이미 기생충에 관한 논문을 한 편 내셨어요. 저는 모르고 찾아뵌 거예요. 『사이언스 Science』에 낸 선생님의 그 논문 덕분에 기생충학이 르네상스를 맞게 됩니다. 기생생물이 어떻게 생겨났고 진화했는지에 대해 그때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이론을 내세우신 거예요.”

-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포괄적합도 이론(inclusive fitness theory)은 생물의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1964년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William Hamilton)이 제안했다. 이 이론은 개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파하려는 경향을 중심으로, 희생적 행동이 진화적으로 선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최재천 교수의 『곤충사회』에서는 일개미가 집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례를 통해 이 이론을 설명한다. 또 다른 예로, 벨딩땅다람쥐는 천적의 위협을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어 자신을 희생하며, 이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의 생존을 돕는다(출처: 포괄적합도 이론과 유교의 혈연윤리, 채석용, 2017). 이 글에서는 포괄적합도 이론의 공식(rB > C)을 상품 기획 측면에서 살펴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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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exels.comⓒ2019 Diego Madrigal


진화생물학에서 아주 유명한 공식이라고 한다.

rB > C

우선 이 공식의 대한 설명은

r: 자신과 상대방이 공유하는 유전자 비율 (Relatedness)

B: 상대방이 얻는 번식 이득 (Benefit)

C: 자신이 치르는 비용 (Cost)


위의 공식은 포괄적합도 이론은 공식 rB > C를 통해 이타적 행동을 설명한다. 여기서 r은 자신과 상대방의 유전적 친밀도, B는 상대방이 얻는 이익(예: 번식 이익), C는 자신이 치르는 비용을 의미한다. 이 공식은 비용(C)을 감수하더라도 유전적으로 가까운 대상(r)에게 큰 이익(B)을 줄 경우 그 행동이 진화적으로 유리함을 나타낸다.


이를 상품 기획에 적용하기 위해, “유전적 이익”을 “사용자에게 유용한 기획”으로 치환해 새로운 공식을 정의하고 좋은 기획의 요소는 1) 사용자에게 의미가 있는가?, 2) 사용자가 얻는 유용한 이득이 있는가?, 3) 타인에게 추천할 만한 요소가 있는가?라고 정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r은 추천 대상과의 관계(친족, 친구, 동료, SNS 팔로워 등), B는 사용자가 얻는 제품의 유용성 또는 만족도, C는 추천자가 투입하는 시간, 돈, 신뢰도 등의 비용으로 재해석한다. 좋은 기획은 사용자에게 의미 있고, 유용한 이익을 제공하며, 타인에게 추천할 만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 즉 다음과 같이 표현해 볼 수 있다.


r: 자신과 가까운 추천 혈연계수 (친족은 1, 친구/지인은 0.5, 업무인은 0.25, SNS는 0.125로 정의)

B: 사용자에게 유용한 것으로 얻는 이득

C: 자신이 치르는 비용 (Cost)


추천 시스템에서 관계별 가중치(r, 추천 혈연계수)를 설정해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자. 친족(r = 1.0)은 완전한 신뢰 관계로, 추천 실패 시에도 관계 손상이 거의 없다. 가족은 신뢰를 바탕으로 추천을 쉽게 수용한다. 친구나 지인(r = 0.5)은 중간 수준의 신뢰 관계로, 성공 시 관계가 강화되고 신뢰도가 상승하지만, 실패 시 약간의 어색함이 생길 수 있다. 회사 동료(r = 0.25)는 제한적 신뢰 관계로, 업무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며, 실패 시 “믿을 만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SNS 팔로워(r = 0.125)는 최소한의 신뢰 관계로, 실패 시 관계 손상이 미미하고, 성공하더라도 신뢰를 쌓으려면 반복적인 성공이 필요하다.


이익(B)은 사용자가 제품에서 얻는 가치나 만족도를 의미하지만, 이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필수품과 사치품의 구분은 사용자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 필수품인 제품이 다른 이에게는 사치품일 수 있다. 이러한 상대성으로 인해 이익(B)의 기준은 모호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의 소비 성향과 생활 패턴을 분석해 개인화된 가중치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선호도를 예측하면 추천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비용(C)은 추천자가 투입하는 기회비용, 즉 시간, 돈, 신뢰도를 포함한다. 친족에게는 식사를 대접하며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있지만, SNS 팔로워에게는 간단한 게시물로 추천이 가능하다. 관계별 비용의 차이를 고려하면 추천 방식과 채널을 최적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족에게는 정성스러운 대화가 적합하고, SNS 팔로워에게는 짧고 간결한 게시물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비용과 이익의 균형을 고려해 추천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괄적합도 이론을 기반으로 한 추천 시스템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rB > C 조건을 만족할 경우 “부모님께 추천하기”나 “친구와 공유하기” 같은 버튼을 팝업 형태로 표시할 수 있다. 또한, 관계별로 추천 형태를 세분화해 친족(r = 1.0)에게는 카카오톡으로 개인화된 메시지를, SNS 팔로워(r = 0.125)에게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으로 가벼운 공유를 제안할 수 있다. 과거 구매 이력(필수품/사치품)을 분석해 선호도를 확률로 계산하고 이를 추천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접근은 추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진화생물학의 포괄적합도 이론을 상품 기획에 적용하는 시도는 생물학과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통섭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검증된 공식을 다른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사용자 중심의 기획과 추천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최재천 교수가 강조한 통섭의 가치를 실현하며, 기존에 간과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앞으로 이러한 융합적 접근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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