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희열/지속적 희열, 창조적 희열/의존적 희열
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이빙을 보고 멘탈 스포츠라고 합니다. 프리다이빙을 하다 보면 숨을 참고 견디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정신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참는 것만을 가지고 멘탈 스포츠라고 하기엔 너무 아쉬운 접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멘탈 스포츠라는 것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요?
프리다이빙의 희열의 스포츠입니다. 수심, 다이내믹, 스태틱 등 여러 종목들을 도전하면서 기록을 경신하면서 매우 큰 희열을 느낍니다. 이때의 성취감은 매우 커서 감히 말로 표현하기 벅찰 것입니다. 그런데 이 희열이 매우 좋으면서도 무서운 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프리다이빙은 이 희열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의 멘탈 스포츠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희열을 지속적으로 계속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PB를 새롭게 갱신할 때마다 희열을 얻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 번에 폭발적으로 매우 큰 희열을 얻는다면 그 순간은 매우 기쁘겠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너무 큰 역치가 되어서 똑같은 희열을 얻기 위해서는 매우 힘들어집니다.
수심을 늘릴 때 1m씩 증가시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서이기도 하며, 지속적으로 성공을 하면서 희열을 계속 맛볼 수 있습니다. PB를 한 번 달성한 것이 아니고 매 순간이 PB가 됩니다. 그런데 수심 욕심에 마음이 앞서면서 한 번에 10m씩 갑자기 도전하거나 최대한 갈 때까지 가본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흰색 스노클부이를 달있는 레벨 1+2 교육생으로 보이는 분들이 34m, 35m의 바닥에 가는 경우를 목격하곤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바닥이기 때문에 엄청난 희열을 얻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아직 무레벨인 교육생인데 너무 큰 희열을 맛보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도파민 폭풍 또는 마약과도 같은 큰 쾌락의 수치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한 번의 큰 희열보다는 수 십, 수백 번의 희열을 지속적으로 얻고자 해야 합니다. PB를 늘릴 때도 계획들을 최대한 세밀하게 쪼개서 하나하나 성공할 때마다 계속 희열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수심이나 다이나믹을 늘릴 때는 1m씩, 스태틱도 1초씩. 지속적으로 성공을 하다 보면 점점 자신감을 얻고 퍼포먼스가 잘 나옵니다. 반면 너무 큰 역치로 인해 더 이상 희열을 못 느끼면 자괴감, 실패감, 우울감을 느끼며 권태기가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리하게 더 큰 희열을 얻기 위해 무리한 다이빙을 계속 시도하면서 자기 몸을 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희열을 많이 얻기 위해선 여러 항목으로 다양하게 얻으면 좋습니다. 이퀄라이징, 이쁜 피닝, 올바른 자세, 줄과의 간격, 턴 방법, 릴랙스, 호흡방법, 다이빙 계획 등등 고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프리다이빙의 모든 것들에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심의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항목들에서도 Personal BEST를 보일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심의 숫자만 늘리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우아하고 정확한 자세를 연습하면서 매 순간 나아지는 본인의 모습에 희열을 느껴보세요. 프리다이빙이 더욱더 재밌어집니다.
프리다이빙의 정신의 창조적 희열에 있습니다. 프리다이빙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창조적 희열은 스스로 희열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실력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연습하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발전되는 것을 즐기시면 됩니다. 이미 지속적인 희열을 얻도록 올바른 방향성의 훈련을 하고 계시다면 창조적 희열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실천하고 계신 것입니다. 처음 프리다이빙을 시작했을 때를 기억해 보세요.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 엄청나게 발전한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이 노력한 자신에게 칭찬을 보내주세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괜찮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희열을 얻을 수 있는 재료가 많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실력이 더 늘면서 더 많은 희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매우 설레실 겁니다.
반면 의존적 희열은 타인이 축하하고 칭찬해 줬을 때의 희열입니다. 힘들게 훈련한 성과로 얻은 희열이 아닌 타인보다 우월한 것을 자랑하고 그것을 박수받을 때의 희열을 더 좋아하는 경우입니다. 많은 다이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유달리 바닥에 꽂혀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낮은 레벨이지만 바닥을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이퀄라이징이 잘 되고 원래 신체 능력이 뛰어나신 분일 겁니다. 그런데 수심을 제외한 자세나 다이빙 과정을 보면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갑자기 너무 깊은 수심을 다녀오고 나서 거기에 심취해 버리면 아직 교정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나머지 모든 것들이 하찮게 여겨집니다. 아직 바닥을 못 갔더라도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이 갔다고 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 또한 의존적 희열에 익숙한 상태라 그렇습니다.
남들보다 잘해서 으스대거나 남들보다 못해서 우울해지는 것이 아닌 자기 내면을 더 자세히 들여보면서 조금씩 발전해 가는 실력에 기뻐하고 어떻게 하면 본인의 성장과 희열을 잘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건강한 마음의 다이빙을 했으면 합니다.
희열의 정치학은 결국 '나'라는 '나라'를 얼마나 잘 다스리냐에 달려 있습니다. 나라의 물가를 조절하듯이 희열을 잘 조절하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국민들이 힘들어지는 것처럼, 폭발적인 희열은 나를 망치게 할 확률이 커집니다. 지금까지 내가 다스려 온 프리다이빙의 나라는 어떤지 한 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를 잘 다스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