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다이빙, 편한 수심 PB/최대 수심 PB
프리다이빙을 비롯한 모든 운동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은 것입니다. 욕심을 부려 무리하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손해가 더 큽니다. 회복하는데 며칠,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좋아하는 운동을 하지 못하고 회복하는데 시간과 돈의 지출이 너무 큽니다. 갑작스러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생긴 부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제어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절대로 다치면 안 됩니다. 절제라는 건 자신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안전한 기준선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절제하는 것은 겁이 많거나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자신을 컨트롤하기 위해 더 힘든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프리다이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 중에 가장 대표적인 예인 고막천공은 본인 스스로 절제하여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퀄이 안되거나 귀가 아프다면 절대로 내려가지 말고 무조건 올라와야 합니다. 이퀄이 안 되는데 수심 몇 미터 더 늘리려는 욕심이 결국 부상을 만듭니다. 이퀄라이징이 안 돼서 얼리턴 했다고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절제하고 부상 없이 안전하게 다이빙을 잘 마친 본인에게 칭찬을 더 해주세요. 정말 대단하고 힘든 것을 한 것입니다. 수심 욕망의 늪에 빠지려는 순간이 오더라도 스스로를 잘 절제해 봅시다.
PB : Personal Best
흔히 'PB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개인의 최고 기록을 물어보곤 합니다. 여기서 PB가 단순한 의미로는 최고 기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개인 최고의 퍼포먼스를 의미합니다. 퍼포먼스에는 수심 깊이, 이퀄라이징, 피닝, 자세, 호흡, 릴랙스, 줄과의 간격, 다이빙 계획 등등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적이라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때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간혹 퍼포먼스의 완성도보다는 숫자만 중요시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숫자가 아무리 크더라도 다른 것들이 미흡하다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PB를 퍼포먼스와 숫자의 기준에서 나누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최대 수심 PB : 자신이 최대로 가본 수심, 최고의 숫자
- 편한 수심 PB : 부담 없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수심, 개인 최고의 완벽한 퍼포먼스
만약 어느 다이버의 최대 수심이 30m이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수심은 20m라고 했을 때 과연 어느 것이 순수하게 자기 PB일까요? 저는 편한 수심 PB가 본인의 의사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수행하였기 때문에 이것이 순수하게 자신의 PB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PB를 늘리기 위해서 편한 수심 PB 늘리기를 권장합니다. 위의 경우 20m~30m 구간 사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무언가 틀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다이빙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최대 수심을 더 늘리고 싶어서 30m 이상을 계속 도전하게 된다면 본인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하고 무리한 다이빙을 하면서 부상의 위험도 같이 올라갑니다. 반면에 20m의 편한 수심을 기준으로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만들고 나면 고무줄 늘이듯이 쉽게 30m로 늘릴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다이버라면 최대 수심 PB와 편한 수심 PB의 격차는 매우 작을 것입니다. 편한 수심 PB를 늘리다 보면 어느 순간 기존의 최대 수심 PB와 같아지는 시기가 오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편한 수심 PB만 늘려도 최대 수심 PB는 자연스럽게 항상 같이 갱신될 것입니다.
최대 수심 PB 늘리기가 아닌 편한 수심 PB를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절제력이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숫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 진정한 다이버로서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더 힘든 과정일 될 수도 있습니다. 눈앞에 큰 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되겠지만, 지나고 보면 더 큰 배움이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