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번 연습해도 이퀄라이징이 안 되는 이유
앞선 글에서 프리다이빙 입문 시 1~2달의 기간 동안 3~4회의 풀장 수업을 거쳐 '레벨 2' 자격증을 취득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어떤 분들은 두 달이 넘도록 이퀄라이징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습반을 여러 번 나가며 고군분투함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일까요?
단언컨대, 이는 단순히 '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퀄라이징이 뜻대로 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수개월 동안 꾸준히 연습해 오신 여러분의 열정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퀄라이징 훈련의 '전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합니다.
1~2달 동안 3~4회의 풀장 수업을 거쳐 레벨 2를 통과할 수 있다는 계획은 오직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이퀄라이징 방식'으로 연습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성립합니다.
자신의 신체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면, 자격증 취득 기간은 기약 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에 수백 번씩 이퀄라이징을 연습한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전제 위에서의 연습은 오히려 나쁜 습관만 몸에 깊이 고착화시킬 뿐입니다. 간혹 압력계 측정을 통해 이퀄라이징 압력이 낮으니 압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을 듣기도 하지만, 이 역시 '올바른 방식'이 전제되었을 때 유효한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구사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개인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이 따로 있습니다.
손을 사용할 때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익숙한 손을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손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손일수록 그에 맞는 근육과 신경망이 이미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반대 손을 억지로 사용한다면 동작을 익히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프리다이빙 이퀄라이징으로 배우는 ‘스탠다드 프렌젤’은 사실 ‘왼손잡이' 용입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일 텐데 왼손잡이용에 해당하는 것을 배우니 익숙하지 않고 배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다면 대다수에게 익숙한 '오른손'에 해당하는 기술은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그것은 바로 'BTV'입니다. 침을 꿀꺽 삼키거나 크게 하품을 할 때 귀 안쪽이 맑게 열리는 느낌을 받아보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BTV는 우리 신체에 이미 자연스럽게 탑재된 능력입니다. 다만 지상의 대기압 상태에서는 훌륭하게 작동하지만, 깊은 물속의 수압을 이겨낼 만큼 근육이 단련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퀄라이징 성공의 핵심은 개인에게 잠재된 이 BTV 능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육되는 ‘스탠다드 프렌젤'은 학습자가 BTV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수록 더 큰 간섭을 받게 됩니다. 프렌젤과 BTV 능력의 상관관계는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원활하게 제어하려면 상황에 맞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여 밟아야 합니다. 만약 두 페달을 동시에 밟게 되면 차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엔진에 심각한 무리만 주게 될 것입니다. 두 기술을 모두 숙달한 전문 강사라면 이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구사할 수 있지만, 이제 막 입문하신 분들은 두 근육의 쓰임을 완벽히 분리하여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잠재적인 BTV 능력을 조금씩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스탠다드 프렌젤’을 시도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BTV 근육이 무의식적으로 개입하여 심각한 간섭 현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이퀄라이징에 고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이퀄라이징 방법을 제안드리기 위해 이퀄라이징 특강을 진행할 때, 수강생의 '프렌젤'과 'BTV' 능력을 각각 점수화하여 진단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흔히 프리다이빙계에서 '모태 프렌젤'이라 불리는 분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프렌젤을 구사해 왔거나, 프리다이빙 입문 과정에서 원리를 듣자마자 단번에 기술을 체득하는 경우입니다. 이분들이 이토록 빠르게 프렌젤을 습득할 수 있는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BTV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BTV의 간섭이 없으니 이퀄라이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 수심도 빠르게 극복하며 자격증 역시 단기간에 취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신체적 특성을 가진 분들은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일상에서 '왼손잡이'를 찾아보는 비율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대부분의 입문자가 이 구간에 속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재적인 BTV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발달 정도에 따라 프렌젤에 미치는 간섭의 크기가 다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스탠다드 프렌젤'이 BTV의 간섭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스탠다드 프렌젤을 완벽하게 구사하려면 무의식적으로 개입하는 BTV 능력을 억눌러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 바로 '키스톤 프렌젤'입니다. 프렌젤의 기본 원리는 동일하게 가져가되, BTV 근육의 개입을 철저히 억제하고 프렌젤에 필요한 근육만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도록 돕는 훈련법입니다. 스탠다드 프렌젤의 벽에 부딪혀 수개월을 고생하시던 분들이 이 방식을 통해 BTV의 간섭을 통제하는 법을 익히고 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레벨 2 수심을 극복해 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구간에 속하는 분들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BTV 훈련으로 전환하신다면 상대적으로 훨씬 수월하게 이퀄라이징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체에 맞지 않는 프렌젤을 굳이 고집하신다면 BTV의 강력한 간섭을 이겨내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일전에 1년 가까이 레벨 2의 문턱을 넘지 못해 심하게 마음고생을 하시던 수강생분이 저를 찾아오신 적이 있습니다. 진단해 본 결과, 그분의 점수는 놀랍게도
프렌젤 1점 : BTV 9점
이었습니다. 이는 프리다이빙을 위한 BTV 이퀄라이징 임계점 직전 상태일 정도로 BTV 잠재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처음 특강을 문의하신 목적은 '프렌젤'이었지만, 너무 높은 BTV 능력으로 인해 훈련 방향을 전환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3회의 BTV 이퀄라이징 커리큘럼을 모두 마치셨을 때, 그분은 BTV 이퀄라이징을 온전히 구사하며 수심 20m를 헤드퍼스트로 평온하게 다녀오시며 과정을 졸업하셨습니다. 지난 1년간 맞지 않는 옷에 억지로 몸을 맞추려 했던 고통의 시간 대신, 자신의 진짜 능력에 맞는 올바른 길을 찾자 숨겨져 있던 엄청난 잠재력이 마침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입문자가 처음부터 자신에게 완벽히 맞는 방식을 찾아 습득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반적인 프리다이빙 교육 과정에서는 주로 발살바나 스탠다드 프렌젤을 기본으로 지도하며, BTV는 정규 교육 매뉴얼의 범위를 넘어서는 상위 기술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수강생 개개인이 가진 프렌젤과 BTV의 능력치를 세밀하게 진단하여 그에 맞는 이퀄라이징 방식을 선택할 수도 없다 보니, 수많은 입문자들은 BTV 간섭에 취약한 '스탠다드 프렌젤'만을 붙잡고 스스로 BTV 능력을 억제할 수 있을 때까지 귀중한 시간과 체력을 하염없이 소모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기간 이퀄라이징의 벽에 부딪혀 찾아오시는 분들을 뵈면, 거듭된 실패로 심적으로 많이 지쳐 계신 모습을 마주하곤 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그동안 이퀄라이징이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은 결코 여러분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견뎌온 인내와 열정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합니다. 단지 자신의 신체 특성에 맞지 않는 훈련 방식을 따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드린 후, 억눌려 있던 잠재력이 발현되며 순식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뤄내시는 모습을 볼 때면 교육자로서 가장 깊은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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