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젤 이퀄라이징, '거꾸리'가 과연 도움이 될까?

by BTV 이퀄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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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이바이빙을 배우면서 가장 큰 벽으로 다가오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수중 헤드퍼스트(Head-first) 이퀄라이징'입니다. 똑바로 서서 내려갈 때는 잘 되던 프렌젤이, 머리를 아래로 향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막혀버리는 경험을 많은 다이버들이 겪습니다.


이때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조언이 있습니다. "거꾸리를 타면서 연습해 보세요", "침대 밖으로 몸을 빼고 머리를 거꾸로 해서 연습해 보세요", "물구나무를 서서 뚫어보세요" 등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트레이닝의 원리와 우리 몸의 생리학적 반응을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명확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하지 마세요"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왜 드라이 상태에서의 헤드퍼스트 연습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수압과 중력의 차이: 왜 드라이 헤드퍼스트가 더 어려울까?

많은 분들이 '수중에서의 헤드퍼스트가 안 되니, 지상에서라도 헤드퍼스트 자세를 만들어 연습하면 적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물 밖과 물속의 '압력 환경' 차이를 간과한 것입니다.


드라이 상태에서 거꾸리나 물구나무를 통해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되면, 오로지 중력의 영향만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체내의 혈액이 급격하게 머리와 얼굴 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얼굴에 피가 쏠리면 코점막, 유스타키오관 주변의 혈관 등 연부 조직들이 팽창하게 되고, 내부 조직의 압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즉, 물리적으로 이퀄라이징 통로가 좁아지고 뻑뻑해져서 뚫기가 훨씬 어려워지는 최악의 환경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반면 물속은 다릅니다. 물속에서는 우리 몸 전체가 물의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받게 됩니다. 이 전신을 조여주는 수압 덕분에, 수중에서 헤드퍼스트 자세를 취하더라도 드라이 상태처럼 혈액이 극단적으로 얼굴로만 쏠리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퀄라이징을 성공하기 위한 물리적인 환경 자체는 '드라이 상태의 헤드퍼스트'가 '수중 상태의 헤드퍼스트'보다 훨씬 가혹하고 어렵습니다.


2. 그라데이션(Gradation) 학습법의 오류

스포츠 훈련의 기본 중 하나는 '점진적 과부하'와 '그라데이션(Gradation) 학습법'입니다.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여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점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가야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프렌젤 이퀄라이징의 난이도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난이도 하(下): 드라이 상태에서 앉거나 서서 연습하기

난이도 중(中): 수중에서 똑바로 서서(Feet-first) 하강하기

난이도 상(上): 수중에서 머리가 아래로 향한(Head-first) 자세로 하강하기

난이도 최상(最上): 드라이 상태에서 머리가 아래로 향한(거꾸리, 침대 등) 자세로 연습하기


우리의 목표는 '난이도 상(수중 헤드퍼스트)'을 정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중 헤드퍼스트가 안 된다고 해서, 갑자기 '난이도 최상'인 드라이 상태의 헤드퍼스트 연습으로 건너뛰는 것은 훈련 원리에 완벽히 위배됩니다. 이는 마치 50kg 바벨을 들지 못하는 사람이 연습을 한답시고 갑자기 100kg 바벨을 들어 올리려고 끙끙대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100kg을 들 수 있게 되면 50kg은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라는 논리 자체는 맞습니다. 드라이 상태에서 헤드퍼스트 이퀄라이징이 뻥뻥 뚫릴 정도의 기량을 갖췄다면 수중에서는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그전 단계도 소화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난이도를 높이면 성장은커녕 좌절감만 느끼고, 잘못된 습관이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3. 가장 중요한 대전제: '올바른 프렌젤'을 하고 있는가?

백번 양보해서, 특정 목적을 위해 드라이 상태에서 헤드퍼스트 자세를 연습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올바른 프렌젤 방식'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압력계 가스라이팅' 관련 글에서 다루었듯이, 자신이 하고 있는 방식이 진짜 프렌젤이 맞는지 뼈대부터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세가 바뀌어 이퀄라이징이 안 되는 초보자들의 상당수는, 사실 드라이 상태에서도 완벽한 프렌젤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라는 심정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다이버분들의 간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인체의 생리와 물리의 법칙을 거스르는 훈련은 오히려 지름길을 돌아가게 만듭니다.

드라이 상태의 거꾸리 훈련은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게 앉은 상태에서 올바른 프렌젤을 구사하고 있는지 감각에 더 집중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본기가 견고해지면, 수중에서의 헤드퍼스트는 자연스럽게 여러분에게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더 궁금하신 내용은 인스타 DM으로 연락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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