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2화 의학 고증 정밀 분석_上

수많은 의학 고증의 오류들

by 시카고 최과장

중증 외상센터 2화 정밀 분석을 진행하게 되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중증외상센터' 드라마에 대한 스포는 불가피할 예정이므로, 추후에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 중에서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이전 글처럼 여기에서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절취선---








---절취선---







'중증외상센터' 2화


드디어 대망의 중증외상센터 2화에 도달했습니다.


2화에서는 의학적 고증의 오류가 너무 많고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2부에 나눠서 정밀 분석을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또한, '중증외상센터' 드라마 2화에서 중간중간 필요한 부분은 원작인 웹소설과 웹툰 또한 참고해서 보다 정확한 분석을 해보려고 합니다.


1부 (上)에서는 주로 환자의 긴장성 기흉, 호흡관 및 폐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룰 예정이고,

2부 (下)에서는 주로 환자의 두개내압 상승과 치료에 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일단 중증외상센터 2화의 중심은 등산로에서 다친 외상환자에 대한 내용입니다.


접근성이 좋지 못한 곳에서 외상환자를 빠르게 치료하고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서 헬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산 등산로에서 실족한 외상 환자로, 긴장성 기흉과 외상성 뇌손상이 의심되는 외상 환자입니다.

TBI_Tension_PTX_00.jpg 북한산 등산로에서 실족한 환자



#3. 긴장성 기흉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드라마 중 새 번째 의학 고증의 오류입니다.

해당환자의 우측 상부에 호흡음이 아예 없다는 것으로 긴장성 기흉이라고 백강혁 선생은 진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호흡음이 아예 없는지 여부 만으로는 기흉과 긴장성 기흉을 구분할 수 없고, 그렇게 구분을 해서도 안됩니다.

또한 바로 근처에서 굉음을 내면서 헬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있는데, 호흡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지 조차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No_BS_RUL.jpg 긴장성 기흉의 진단을 호흡음에만 의지하면 엿 되는 수가 있다.


따라서 호흡음 유무와 같은 객관적이지도 않은 증상만으로 긴장성 기흉여부를 판단하면 안 되고...

환자의 호흡곤란이 심해지거나, 극심한 저혈압빈맥등의 증상이 동반되는가로 긴장성 기흉 여부를 판단해야 맞습니다.

일반 기흉과는 다르게, 긴장성 기흉은 기흉이 생긴 쪽 흉강으로 계속해서 공기가 들어가고는 있지만 빠져나오지를 못하는 풍선효과로 인하여, 기흉이 생긴 쪽 폐를 반대쪽으로 계속 밀어내게 됩니다.


Tension_Pneumo_01.jpg 흉강 내에 계속 축적되는 공기가 폐를 반대쪽으로 밀어낸다. (긴장성 기흉)

그렇게 밀어낸 폐는 반대쪽 폐를 압박함과 동시에 대정맥을 눌러서 심장에 돌아오는 정맥피를 대폭 줄어들게 해서 급작스런 저혈압빈맥을 일으키고, 이것은 긴장성 기흉을 일반 기흉과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입니다.


긴장성 기흉의 치료에 대해서 의학 교과서를 찾아보면, 바늘 감압 (Needle Decompression)이라고 나와있습니다.

E2_Needle_Decompress.jpg 바늘 감압

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긴장성 기흉 환자를 보면 단순히 바늘 감압만으로 치료가 끝나지 않습니다. 긴장성 기흉이 애초에 생긴 원인이 계속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바늘 감압이 끝나고 나면 신속하게 같은 쪽 흉강에 흉관(Chest Tube)을 넣어줘야 합니다. 바늘 감압은 말 그대로 응급처치로 흉강 내의 축적된 공기를 빼내서 극심한 저혈압빈맥을 임시방편으로 해결해 주는 것에 불과하고, 흉관 (Chest Tube) 삽입이 반드시 뒤따라 주어야 합니다.


물론 외상환자에서는 긴장성 기흉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만, 수술실에 가기 전까지는 바늘 감압 + 흉관 (Chest Tube) 삽입이 표준적인 치료(Standard of Care)입니다.

드라마의 원작인 웹소설과 웹툰에서는 긴장성 기흉이 바늘 감압만으로는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수술실에서 환자의 호흡관이 한쪽으로 틀어진다고 묘사하고 다시 주사기로 감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Webtoon_Needle_Decompression_Repeat.jpg 그럴 시간에 흉관이나 넣으시지요...

계속 의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외상 외과 초 천재인 백강혁 선생은 바늘 감압 이후에 왜 표준 치료법인 흉관 삽입을 하지 않고 계속 잠시 시간만 벌어주는 미봉책만 계속 시행하고 있는가입니다. 주사기로 감압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표준 치료인 흉관을 넣어서 개흉수술을 할 때까지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 맞는 표준 치료법입니다.

Chest_Tube_Illust_00.jpg 흉관삽입을 통해 공기나 흉수가 더 이상 축적되지 않게 하는 것이 긴장성 기흉의 다음 치료법이다.




#4. Intubation (삽관) vs. Cricothyrodotomy (절개)


드라마 중 네 번째 의학 고증의 오류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드라마에서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 내용이라 원작인 웹소설의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강혁 선생은 작중 환자의 긴장성 기흉을 바늘로 감압시키고, 환자를 헬기 안으로 옮겼습니다.

이때 백강혁 선생은 기관 삽관보다는 절개로 간다고 선언합니다.

Intubation_Crike.jpg


기관 삽관 (Intubation) 은 후두경을 통해서 환자의 구강으로 호흡관을 집어넣는 것을 말하며...

기관 연골 절개술 (Cricothyrodotomy) 은 환자의 목 앞쪽에 있는 연골을 절개해서 호흡관을 넣는 것을 말합니다.

Intubation_Crike_01.jpg 기관 삽관술 (왼쪽)과 기관 절개술 (오른쪽)


같은 선택권이 있을 때 굳이 보다 침습적인 방법 (기관 연골 절개술)으로 기도를 확보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원작 웹툰에서는 이유가 안 나오고 웹소설에서만 이유가 나오더 군요.

웹소설에서는 낙상으로 인한 외상환자는 기관삽관을 하다가 경추 손상이 심해질 수 있어서 바로 연골 절개술로 간다고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상에서는 처음 해당 외상 환자가 나올 때부터 내내 경추 보호대 (Cervical Collar)를 하고 있습니다. 경추 보호대를 이미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삽관이 어떻게 경추 손상을 악화시킨다는 건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경추 보호대를 하고 있으면 아무리 환자의 목을 뒤로 젖히려고 해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물론 경추 보호대를 하고 있으면 기관삽관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경추보호대를 차고 있는 환자의 기관 삽관은 시술자의 숙련도 문제만 없으면 충분히 대처 가능합니다. (ex. 숙련된 마취의)

C_Collar_On.jpg 처음부터 경추 보호대를 하고 있던 환자


경추손상 악화 방지가 아니라 두개압력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관절개술로 간다고 설명했다면...

실제 의료 현장의 현실성과 극 중 긴장감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헬기에는 적절한 마취제가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기관삽관 중에 두개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실제로 꽤 됩니다)


물론 웹소설, 웹툰 혹은 드라마 외적으로는 기관 절개술이어야 호흡관이 밖에서 보기도 쉬워져서, 위에서 나온 긴장성 기흉이 심해졌을 때 호흡관이 한쪽으로 틀어지는 것을 시각적으로 좀 더 분명하게 묘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Webtoon_tracheal_deviation.jpg 호흡관이 틀어지는 것은 삽관보다 절개술이 더 잘 보이긴 한다.

원작자가 그런 시각적인 장면을 염두에 두고 기관 절개술로 간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묘사된 환자에 대한 의학적인 것만 따져 본다면 그것은 타당한 이유가 당연히 아닙니다.




#5. 폐 격리 (Lung Isolation) 없이 진행되는 폐 우하엽 절제술 (?)


수술방으로 옮겨진 환자의 긴장성 기흉이 생겼던 환자의 폐 우하엽에 손상이 발견되어 백강혁 선생이 응급으로 폐 우하엽 절제술을 진행합니다.

이 부분은 드라마에서는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고, 웹소설에서는 자세하게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그냥 '항문' 양재원 선생의 간단한 독백으로 간단히 묘사가 되는데 반해, 웹소설에서는 백강혁 선생이 마취의에게 호흡을 20초 동안 멈추는 동안 손상된 기관지 부위를 찾아서 빠르게 봉합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자세한 묘사를 생략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자세한 묘사가 강점이라던 웹소설에서도 마취과가 폐격리 (Lung Isolation)를 시행했다는 부분이 전혀 없고, 오히려 폐격리 없이 폐 우하엽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응급수술 중이라지만, 폐 우하엽 절제술 전에 왜 폐격리를 먼저 하지 않았는지가 정말 궁금했습니다.


폐격리(Lung Isolation) 란, 오른쪽과 왼쪽 폐를 나누어서 호흡을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술기 (procedure)를 말하며, 주로 마취과에서 시행합니다. 이러한 폐격리는 마취과 의사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소양중에 하나입니다.


폐 격리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Double Lumen Tube (이중관 기관 내 튜브)를 이용한 폐 격리

(2) 이미 호흡관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기관지 차단기 (Bronchial Blocker)을 이용해서 왼쪽과 오른쪽 폐를 격리시킬 수 있습니다.

DLT_BB_00.jpg 이중관 기관 내 튜브 (왼쪽)와 기관지 차단기 (오른쪽)

드라마에 나온 이 환자의 경우, 기관 절개술로 호흡관이 확보가 된 경우입니다.

따라서 그 상황에서 폐격리를 진행한다고 하면, 기관지 차단기를 통해서 충분히 오른쪽과 왼쪽 폐를 나누어서 호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만약 폐격리 (Lung Isolation) 없이 폐 부분 절제술을 시행하게 되면, 마취기계가 환자에게 숨을 불어넣는 매 5-10초마다 기관지로 바람이 새어 나와서 무균 상태여야 할 수술부위를 오염시키고, 기관지를 제대로 봉합(Air-tight, 공기가 통하지 못하는 밀폐를 이루어야 제대로 된 봉합)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또한 웹소설에서 묘사한 것처럼 폐격리 없이 단순한 수술용 실만으로 중간에 연골까지 가지고 있는 기관지를 인공 호흡하는 압력을 견뎌 가면서 성공적으로 묶을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지나가는 마취과의에 불과한 제가 확신을 가지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만,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의학 상식만 적용해 봐도 폐격리 없이 제대로 된 폐 부분절제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Linear_Stapler_00.jpg 폐격리 + 이 정도 수술기구는 있어야 제대로 된 기관지 절제가 가능하다.

드라마에서는 이 장면에 대한 고증 및 피드백이 빡세게 들어갔는지 백강혁 선생이 제대로 된 수술 기구를 들고 있긴 합니다.

Baek_Stapler.jpg 보다 현실적인 수술도구가 반영된 드라마


혹시 흉부외과 전문의 선생님이나 그에 버금가는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폐격리 없이 진행되는 폐 우하엽 절제술에 대해서 많은 댓글이나 의견을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일하는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흉부외과의 폐수술에 적극 참여하고

마취과 레지던트 교육에도 적극 참여하고는 있습니다만...


지나가던 마취과의에 불과한 제가 잘못 알고 있을 일말의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6. 긴장성 기흉과 두개내압 상승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


위의 단락에 제가 이미 적은 내용이긴 합니다만...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긴장성 기흉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극심한 저혈압빈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흉강 안에 축적된 공기가 반대편 폐를 계속 밀어내면서 대정맥을 누르고, 이로 인해 심장으로 돌아오는 피가 급격하게 줄어들어서, 극심한 저혈압과 빈맥이 생기고...

그냥 놔둘 경우 환자는 거의 100%의 확률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시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드라마에서는 명확하게 묘사가 되어 있지 않기는 합니다만...

원작인 웹소설과 웹툰에서는 이 긴장성 기흉이 반복적으로 완전히 반대로 묘사됩니다.

Webtoon_Tension_Pneumo_HTN_.jpg 긴장성 기흉이 재발했다는 직후에 발생한 고혈압 (?)

긴장성 기흉의 기전을 제대로 알고 있거나 긴장성 기흉이 생긴 환자를 딱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절대로 잘못 알고 있을 수가 없는데...


또한 수술실로 무사히 이송된 이 환자의 두개내압이 높아지면서 맥박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혈압이 낮아진다고 묘사되는 장면이 드라마에 나옵니다. 드라마에서 이 장면이 나오면서 개인적으로는 또다시 매우 의아해졌습니다. 환자의 두개내압이 높아지는 것과 환자 저혈압이 대체 무슨 상관일까?

Hypotension_IICP_Pt.jpg 두개내압이 높아진 환자에게 저혈압?


환자의 두개내압이 높아지는 것이 환자의 활력징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저혈압이 아니라 그 반대인 고혈압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환자의 두개내압이 높아지는 것이 전신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을 Cushing's triad라고 하며,

(1) 고혈압 (Hypertension)

(2) 서맥 (Bradycardia)

(3) 느리면서 불규칙적인 호흡 (Bradypnea) 등 세 가지를 말합니다.

Cushing Triad.png Cushing's Triad와 그 기전

두개내압이 높은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서 이와 같은 3가지 증상이 나타날 경우, 뇌압력을 최대한 빨리 낮추기 위한 조치가 없으면 결국 대뇌 이탈 (Cerebral Herniation)이 와서 환자가 곧 사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혹시나 두개내압 상승이 저혈압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는 경우 (ex. 케이스 리포트)에 대해서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저에게 꼭 제보해 주시길 바랍니다.


혹시나 제 브런치를 방문하신 분들 중에 의대생이 계시다면...

고증이 형편없는 넷플릭스 드라마 내용을 믿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여기서 제대로 배우고 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두개내압 상승은 환자에게서 고혈압을 일으키고, 긴장성 기흉저혈압을 일으킵니다!'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중증외상센터' 드라마 2화중에서도 두개내압 상승 환자의 치료법과 그에 대한 드라마 혹은 원작의 고증 오류에 대해서 정밀 분석하는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