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재구성해본 환자 시나리오
계속해서 중증 외상 센터 2화의 두 번째 파트에 대한 진행을 해보겠습니다.
앞의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정밀 분석을 진행하게 되면 '중증외상센터' 드라마에 대한 스포는 불가피할 예정이므로, 추후에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 중에서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여기에서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절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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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혁 선생이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올라간 환자의 맥박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면서, 내경정맥에 중심정맥관(C-라인) 을 넣으려고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명백한 의학고증의 오류가 또 나옵니다.
환자의 경동맥으로 맥박이 아예 잡히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는 중심정맥관 (C-라인) 삽입이 아니라, 전문심장 소생술 (ACLS)에 따라서 A-B-C-D 순서대로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A - Airway
B - Breathing
C - Circulation
D - Drug
일단 해당환자는 이미 기관절개술을 통해 호흡관이 확보되어 있고, 마취기계에 의한 기계 호흡이 들어가고 있으므로, A와 B는 문제없으므로 바로 심폐소생술 (Chest Compression)로 들어가야 맞습니다. 맥박이 없는데 중심정맥관(C-라인) 잡네마네 하면서 시간낭비하면 극 중 표현대로 '환자 놓칩니다'
제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혈압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주려다 오버해서 맥박이 아예 없다고 잘못된 표현을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혈압이 낮은 환자의 중심정맥관 (= C-라인)을 넣기 위해 우리의 백강혁 선생이 직접 초음파 없이 우측 내경정맥을 정확하게 찌릅니다.
드라마의 이 장면은 백강혁 선생의 손 기술이 뛰어나서 초음파 따위는 필요 없이 바로 내경정맥에 중심 정맥관 (C-라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 같습니다만, 이 장면 또한 보면서 커다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째로는, 그렇게 특별한 기술도 아닌데 굳이 왜 피 같은 시간을 들여서 묘사를 했을까요?
저 같이 그냥 지나가는 평범한 마취과 의사도 응급상황에서는 (백강혁 선생의 술기 방법과는 다른 방법이지만) 초음파 없이 내경정맥 C-라인 문제없이 잡을 수 있습니다. 근데 우리의 고귀한 백강혁 선생이 왜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것을 드라마의 귀한 시간을 내서 보여줘야 하는지는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외과의사로서의 백강혁 선생의 기술과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쇄골하 정맥 (Subclavian Vein)에 C-라인 잡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쇄골하 정맥은 보통 초음파없이 쌓인 경험과 감만으로 중심정맥관 (C-라인)을 잡는 것이 보통인데...
숙련된 외과의사가 쇄골하정맥 (Subclavian Vein) C-라인 잡는다고 하면, 초음파없이 바늘 찔러 넣어서 정맥혈 확인할 때까지 보통 3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특히 흉관이 이미 들어가 있는 쪽 쇄골하 정맥에 중심정맥관 (C-라인) 잡는 일은 외상외과 초 천재인 백강혁 선생에게는 엄청 쉬운 일이었을 겁니다. 백강혁 선생이 바늘 찔러 넣은 지 3초 만에 정맥혈 확인, 30초 안쪽으로 쇄골 한 중심정맥관 술기 뚝딱 완료...
드라마 그림상 이게 훨씬 나아 보이지 않았을까요?
두 번째로는, 왜 하필 찔러도 내경정맥 (Internal Jugular Vein) 인가입니다.
보통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는 중심정맥관 (C-라인)을 잡더라도, 내경정맥 (Internal Jugular Vein) 은 피해서 잡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로는 내경정맥이 환자의 머리와 목부위에서 중요한 정맥 하수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 이 올라가서 고생하는 환자에 내경정맥 C-라인을 잡아 버리면 가뜩이나 압력이 높은 뇌에서 피가 빠지는 것을 늦춰서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 이 더 올라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심정맥관 자체가 관이어서 중앙이 비어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내경정맥 안에 아무것도 없던 때와 비교한다면 당연히 정맥혈이 빠지는데 어느 정도 방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오른쪽 내경정맥이 보통 왼쪽보다 더 크다고 해도 저렇게 중심 정맥관을 넣을 경우, 정맥 하수구로서의 내경정맥의 기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내경정맥을 잡다가 혹시나 바로 옆에 있는 경동맥을 손상시킬 경우, 가뜩이나 뇌에 피를 보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뇌 안의 압력이 높아서) 그것을 더 악화시킬 위험 또한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는 쇄골하 정맥 (Subclavian Vein) 이나 아예 대퇴부 정맥(Femoral Vein) 에 C-라인을 잡는 것이 상식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서 거의 신념처럼 자리 잡고 있던 이런 기본 개념에 의문을 던지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아직까지도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는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높은 환자에게 내경정맥 중심정맥관 (C-라인)을 잡으려고 한다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요주의 인물로 평생 낙인찍힐 수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제가 학생 때 들어봤던 밈(meme) 중에 하나가...
'환자 주글라 베인 (Jugular Vein)에 C-라인 잡다가 환자 죽을라'인데,
그 말을 들어본 게 아마도 신경외과 중환자실이었던 것으로 가물가물하게 기억합니다. (너무 오래전이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의대생 시절 평범함에도 미치지 못한 저조차도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외상외과 초 천재인 백강혁 선생은 왜 모르고 내경정맥에 C-라인을 잡으려고 했을까요?
중심정맥관을 잡아서 환자의 바이탈을 안정화시킨 백강혁 선생은 해당 환자의 마취는 레미펜타닐과 케타민으로 하면 되겠다고 말합니다. 일단 외과의사가 마취제를 무엇을 써야 하는지까지 지시하는 것의 부당함은 언급할 가치조차도 없습니다.
(외과의가 마취제를 무엇을 줄지 지시했다가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누구에게?)
더 큰 문제는 외상외과의가 주라고 지시 내린 그 마취제 (케타민)가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케타민은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빠른 소위 말하는 혈역학적 안정성 (=바이탈) 이 흔들리는 환자의 마취 유도제로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케타민은 수많은 마취제 중에서도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높일 수 있는 약제로 잘 알려져 있고, 실제로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환자에서는 상대적으로 금기시 (Relative Contraindication) 되어 있는 약물입니다.
과거의 수많은 연구결과에서 케타민이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올린다는 결과가 나와서, 신경외과적인 수술을 할 때에는 특히 더 피해야 할 약물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서 나온 논문들 (2020년 이후)에서는 케타민이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증가시키지 않고 오히려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케타민을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올라간 환자에게 선뜻 쓰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드라마의 시간대인 2015년에는 케타민은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상승한 환자에게는 더더욱 금기시되던 때라 더더욱 문제가 되었을 듯합니다.
웹툰과 웹소설에서는 백강혁 선생이 아닌, 마취과 레지던트인 박경원 (=빡) 선생이 자발적으로 마취를 '케타민+레미펜타닐'을 주겠다고 하면서 해당장면이 진행되는데, 이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입니다.
외과의사라면 케타민이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올린다는 사실을 몰라도 괜찮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마취과를 전공하는 의사가 '케타민이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올린다'는 기본 개념 (2015년 당시)을 모르고 환자한테 쓴다는 것은 외상외과 초 천재인 백강혁 선생의 인정을 받았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마취과 '빡' 선생에 대한 명백한 고증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10번이자 마지막 끝판왕(?)에 해당하는 이번 오류는 워낙 크게 저질러진 (?) 의학적 고증 오류인지라, 이렇게 마지막으로 빼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고증 오류는 중증외상센터 2화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커다란 오류로 도저히 개수를 셀 수조차도 없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 난국인 광범위한 오류입니다.
2화 극 중에서 환자를 헬기로 올리기 직전, 백강혁 선생은 환자가 이미 뇌출혈이 있고, 유두부종이 있어서 머리 뚜껑 (?)을 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헬기에서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서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낮추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일단 유두부종이라는 증상 하나 가지고는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 상승의 심각한 정도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증상만 가지고 헬기에서 바로 머리 뚜껑을 따는 것은 나중에 법적으로 반드시 문제가 됩니다. 이런 사항은 한국-미국을 막론하고 반드시 의료소송에 걸립니다.
(그리고 제가 신경외과 전문의가 아니라서 이건 확실하지 않은데,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 이 올라간 환자한테 구멍 잘못 뚫으면 오히려 그 구멍으로 대뇌 외부 이탈 (Cerebral External Herniation)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신경외과 선생님이 보신다면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백강혁 선생의 말처럼 30분도 못 기다릴 초응급 상황이 되려면, 환자에게 보다 확실한 절체절명의 증상이 있어야 헬기 안에서 머리뚜껑(?) 을 여는 시술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환자에게서 곧 대뇌이탈 (Cerebral Herniation)이 생긴다는 증상인 동공 부등증 (Anisocoria)이나 쿠싱 트라이어드 (Cushing's Triad)등 다른 심각한 증상이 있어야 병원에 도착하기 전 헬기 내에서 머리뚜껑(?) 을 따는 등의 응급조치가 정당화됩니다.
뇌손상이 있는 환자에게서 양쪽 동공의 크기가 다른 동공 부등증(Anisocoria) 은 대뇌 이탈 (Cerebral Herniation) 중 하나인 구상회 탈출 (Uncal Herniation)을 암시하는 매우 중요한 임상증상으로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진단 단서중 하나입니다.
대뇌이탈 (Cerebral Herniation)은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지므로, 뇌손상이 있는 환자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되는 응급 상황의 끝판왕입니다.
환자에게서 곧 대뇌이탈이 된다는 증상이 있어야만, 수술실이 아닌 곳에서 개두술을 하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헬기에서 개두 천자술 (Puncture Craniotomy)을 해야만 했던 증상이 있었다고 치고, 헬기에서 무사히 개두 천자술을 시행했다고 칩시다.
드라마상에서는 수술방으로 옮겨진 환자에게 백강혁 선생이 응급으로 '두개내압 감압수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만...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것은 수술 (Surgery) 이 아닌 술기 (Procedure) 일뿐입니다.
백강혁 선생이 환자 두개골을 뚫고 EVD를 넣는 것으로 봐서는, 드라마에서는 분명히 EVD 삽입 술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EVD는 Extra-Ventricular Drain을 말하는데...뇌실안에 뇌척수액을 직접 빼낼 수 있는 관을 넣는 시술을 말합니다. 머리속 압력(두개내압) 을 수치로 보여줌과 동시에, 간접적으로나마 낮출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EVD 삽입은 수술이 아닌 술기로서, 숙련된 신경외과 레지던트는 수술실이 아닌 일반 병동에서도 부분 마취만으로도 30분 안쪽으로 끊을 수 있는 (신경외과의에게는) 매우 쉬운 술기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런 간단한 술기를 수술로 둔갑시키고 '두개내압 감압술'이라고 잘못된 명칭을 붙이는 것은 전 세계 수천만 명의 넷플릭스 시청자들을 아주 우습게 보는 행위입니다.
또한 이렇게 간단한 술기를 온갖 난리 부르스를 추며 수술실안에서, 그것도 외상외과 초 천재인 백강혁 선생이 1시간 30분이나 걸린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또한 헬기 안에서 이미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버렸는데도,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환자한테 EVD 삽입이라는 술기가 이 시점에서 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EVD는 머리속 압력을 간접적으로만 낮춰줄 수 있습니다)
두개골을 이미 뚫어버린 상황에서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 상승이 계속되면,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공격적인 치료방법으로 가야 계속되는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의 추가 상승을 막을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참고가 될만한 표를 가지고 와 보았습니다.
외상성 뇌손상 (Traumatic Brain Injury) 이 있는 환자에서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낮추려고 할 때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이러한 방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차트를 이 단락 밑에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표는 제가 9년 전에 중환자실 레지던트 교육용으로 만들었던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두개내압 상승시 치료방법' PPT에서 가지고 와봤습니다.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20 이상인 경우, 둘째줄에 나와있는 조치들은 어떤 상황에서나 기본적으로 들어가 줘야 합니다. (침대 머리 세우기, 마약성 진통제 혹은 진정제 투여)
세째 줄에는 두개내압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술기와 방법들을 가장 덜 공격적인 방법 (가장 왼쪽) 부터 가장 공격적인 치료 (가장 오른쪽)까지 차례로 나열시켜 놓은 표입니다.
이 표는 제가 미국 중환자의학 전문의 시험 준비할 때 참고했던 표로서 한국어로 번역해서 약간의 재구성을 더해서 밑에 첨부해보았습니다.
드라마에서 백강혁 선생이 헬기에서 시행한 술기를 개두 천자술 (Puncture Craniotomy)라고 임시적으로 명명하고 표에다가 추가해 보았습니다. 개두 천자술은 가장 공격적인 치료법의 끝판왕인 감압 편두개술보다는 다소 덜 공격적 (?) 하므로, 그보다 한 단계 아래에 임시적으로 위치시켜 봤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서 말씀드리자면, 이미 헬기에서 개두 천자술을 한 상황에서도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상승한다면...
이전에 시행한 수술과 동등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공격적 치료를 해야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낮출 수 있습니다. 즉 이미 헬기에서 응급으로 개두 천자술을 시행한 환자가 다시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높아진다면, 그보다 덜 공격적인 EVD 삽입 (하늘색)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EVD 삽입은 두개골 내의 뇌척수액을 빼내는 것에 그치게 되므로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오직 간접적으로만 낮출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오직 같은 수준인 개두 천자술이나 그보다 더 공격적인 감압 편두개술 (Decompressive Hemicraniectomy) 만이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성공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문과정을 거친 드라마보다도 원작 웹소설이나 웹툰이 그나마 현실성이 조금이나마 높습니다. 원작 웹소설과 웹툰에서는 수술방에서 또 다른 머리구멍(?) 즉 개두 천자술을 통해서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조절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헬기에서는 워낙 다급하니까 임시방편으로 개두 천자술이 괜찮았던 것이지, 수술방에 까지 들어와서 헬기에서 하던 것과 동일한 시술을 하고 있으면 곤란하긴 합니다.
따라서, 위의 환자에서는 환자의 두개골 한쪽 전체를 잘라내서 냉장고에 보관해서 훗날에 다시 봉합할 것을 기약하는 감압 편두개술 (Decompressive Hemicraniectomy) 이 모든 이치에 합당하고 환자의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 상승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으면서도...
(두개골 한쪽을 다 날려 버리므로 두개내압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집니다)
백강혁 선생이 그야말로 신의 손이라고도 적절하게 불릴 수 있는 수술로써도 매우 적절하고, 1시간 반 내로 외상외과의가 시행할 수 있다면 거의 신경외과 전문의에 맞먹는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자문의 중에 신경외과 선생님이 분명 계신데도, 왜 이 수술을 드라마에서 재현해 내지 못하고 수술도 아닌 술기에 불과한 EVD 삽입으로 퉁치려고 했는지가 개인적으로는 너무 궁금합니다. 시각적으로 재현해 내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드라마 자문 선생님 정말로 소환하고 싶습니다)
이와 같이 많은 오류를 가지고 있는 중증 외상센터 2화였습니다만...
그래도 드라마적 / 극적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개판 오 분 전인 의학 고증이 아쉬워집니다만...
만약 저보고 해당 환자에 대한 의학고증이 잘되었으면서도 리얼한 묘사를 해보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이 할거 같습니다.
바로 이전글과 이번 글에서 제가 지적한 부분들을 거의 다 녹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더 나은 솔루션으로서의 환자 묘사)
백강혁 선생이 환자의 호흡음을 들어보고 나서,
백 "오른쪽 호흡음이 없고, 혈압이 매우 낮다. 뭐지 ?"
양 "기흉입니다"
백 "혈압이 매우 낮다고...!"
양 "기..긴장성 기흉입니다"
백 "치료는?"
양 "흉강 내 압력을 빼주기 위해서 빨리 감압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백강혁이 바늘로 환자 흉강에서 감압에 성공한다.
백 "바늘 감압에 그치기만 하면 안 되고, 나중에 흉관을 넣어줘야 해"
양 "그런데 교수님, 환자 의식이 안 돌아오는데요..."
백강혁 선생이 환자의 양쪽 동공을 확인하고 나서
백 "환자에게서 유두부종과 동시에 양쪽 동공의 크기가 달라. 환자 머리를 빨리 열지 않으면 대뇌이탈로 환자 곧 사망할 수 있다. 헬기에 올라가서 머리뚜껑 따자 (?)"
헬기에서 백강혁 선생이 말한다.
백 "환자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을 더 이상 올리면 안 되니까, 신속하게 기관 절개로 간다"
백강혁 선생이 헬기에서 개두 천자술을 시행하고, 신속하게 바늘 감압을 시행한 흉강에 흉관을 삽입한다.
헬기로 병원에 도착하여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고 나서는...
양 "교수님, 환자 혈압이 계속 올라가고 맥박도 느려지고 있습니다"
백 "환자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빨리 C-라인 잡아서 고장성 식염수액 (Hypertonic Saline)과 만니톨 (Mannitol)을 줄 수 있게 해줘야 해!"
양 "교수님, 초음파 여기 있습니다..."
백 "야 임마,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이 높아진 환자한테 내경정맥으로 C-라인 잡으라고...?
환자 여기까지 힘들게 데려와서 잡으려고? 정신 차려!"
백강혁 선생이 빠르게 쇄골하 정맥을 통해 중심정맥관을 넣는다.
백 "외상외과에서는 모든 것이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미 흉관이 박혀 있는 쪽 쇄골하 정맥이라면 부담 없이 더 빠르게 잡을 수 있지..."
백 "마취과 선생, 마취제로 뭘 쓰던 괜찮은데, 환자 머리속 압력 (두개내압) 때문에 케타민만큼은 피해서 줬으면 좋겠는데..."
빡 "알겠습니다"
백 "빨리 서두르자. 머리에 뚫은 작은 구멍만으로는 두개내압을 줄일 수 없으니, 그냥 통째로 날리자!"
백강혁 선생이 환자 머리의 근막을 빠르게 벗겨내고 두개골 한쪽을 잘라내고 들어 올린다.
백 "야! 항문... 이거 냉장고에 잘 넣어놔. 나중에 다시 붙일 수 있게...!"
양 "내..내.. 냉장고요? 어디에다 보관해야죠?"
('두개골 한쪽 면 전체를 이렇게 빠르고 과감하게 절제하다니...')
백 "음식물 보관하는 게 아니잖아! 당연히 무균상태로 잘 프랩 해서 넣어 놔야지!"
"환자 이제 두개골 한쪽면이 아예 없으니까 수술 끝나고 헬멧 씌우는것도 잊지 말고..."
백 "자... 이제 머리는 됐고... 다음 은 폐..."
백 "박경원 선생, 기관 절개술로 확보된 호흡관이니까 기관지 차단기 (Bronchial blocker)로 폐를 격리시켜 주세요. 잘 아시듯이 환자 혈액 내에 이산화탄소가 좀 쌓여도 산소 포화도만 유지되면 괜찮을 겁니다"(Permisive Hypercapnea)
양 "와 이렇게 복잡 한 수술 2가지를 2시간 안쪽으로 끊는 게... 가능하기나 해?
그것도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전문의가 아닌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