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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외과의(女外科醫)들의
치명적 약점

Featuring 배꼽 청소

by 시카고 최과장

마취과 의사로 수술방에서 일하다 보면, 여자 외과의사들을 많이 접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건지 ,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험악한 외과의 세계에서 일하는 여자 외과의들은 대부분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우리 어무이 표현을 빌리자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게 생긴' 여자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여자 외과의사들에게도 의외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최근에 꽤 많이 목격하게 되어서 이곳에서 소개 및 공유해 보고자 한다.



혈관 외과 수술방 마취를 담당하던 어느 날...

환자의 마취를 유도해서 전신마취를 걸고 나서, 그 수술방에 배정되어서 일하던 마취과 레지던트를 점심식사 하라고 보낸 뒤에 그 수술방을 커버하고 있을 때였다.

(미국 수술방애서는 마취과가 항상 무조건 1명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레지던트가 점심식사를 하러 가게 되면 그동안은 다른 누군가가 커버하고 있어야 한다.)


환자는 이미 전신 마취가 걸려 있었고, 환자 수술부위는 양쪽 사타구니여서 외과 레지던트가 환자 수술부위를 멸균 소독제로 소독하던 때였는데...

보통 수술 부위보다는 좀 더 넓게 소독부위를 잡고 소독을 시행하는데, 환자의 배 부위 또한 소독부위에 포함이 되어 있었다. 환자의 수술부위를 열심히 청결하게 소독하던 외과 레지던트가 무언가 발견했는지, 혈관 외과 펠로우를 불렀다.


이 혈관 외과 펠로우는 후덕한 이미지의 여자 펠로우였는데, 무슨 일이냐면서 환자 배를 소독하던 외과 레지던트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외과 레지던트는 환자 배꼽을 쳥결하게 소독하다 보니, 배꼽 때가 꽤나 많이 나왔는데, 그 부위를 다시 소독해야 되냐고 묻고 있었다. 얼핏 보니까 환자 배꼽의 때를 면봉으로 열심히 벗겨내서 펠로우에게 확인을 받기 위해서인지 멸균 거즈에다가 야무지게 모아 둔 것을 볼 수 있었다.


혈관 외과 펠로우는 가까이 와서 환자 배꼽과 멸균 거즈 위의 배꼽 때를 살펴보는 듯했는데...

갑자기 0.5초 만에 얼굴이 갑자기 시뻘개 지면서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온 게 육안으로 똑똑히 보일 정도로 급속도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사람 이마에 원래 저렇게 굵은 혈관이 있었나? C-라인 잡아도 되겠네'

얼핏 보니 환자의 배꼽 때를 모아 놓은 것을 보고 나서,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 마냥 흥분 및 당혹해하고 있었다. 연신 'Gross'를 외치면서 소독을 깨끗이 더 해야 한다고 외과 레지던트에게 강조해서 말하고 있었다.

(Gross = 역겨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이미지의 여자 외과의들이 그렇게 흥분하는 것을 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인데... 돌이켜 보니 유독 여자 외과의들이 환자 수술 부위를 소독할 때, 환자 배꼽에 때가 많이 껴있는 것을 목격하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거 같았다.




그 사건 이후 며칠 후, 나 혼자 일하게 되는 'Solo' (마취 전문의가 레지던트나 마취 간호사 없이 혼자 자기 수술방에서 일하게 되는 것) 할 때에, 그 수술방이 그날은 부인과 수술방이었다.

로봇수술로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이었는데, 전신 마취가 걸린 환자의 배를 소독하던 부인과 여자 레지던트가 환자의 배꼽을 소독하다가 배꼽의 때를 깨끗이 벗겨 내면서 역시나 또 연신 'Gross' 외치면서 소독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부인과 교수는 본인에게는 그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언제나 응급수술을 받아도 괜찮을 수 있도록 항상 배꼽을 청결하게 유지한다고 말했다.

"나는 언제나 갈(?)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하시던데...

가긴 어딜 가시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Belly_Button_00.jpg


물론 누구나 응급 수술을 언제든 갑자기 받게 될 수도 있다가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응급 수술을 늘 대비하기 위해서 배꼽 청결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람은 언제든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수의를 입고 다녀야 한다는 말과 비슷한 발언이 아닐까?


당시 옆에서 듣고 있던 수술방 스크럽 간호사는 궁금해졌는지, 부인과 교수에게 물었다.

"평소에 배꼽을 어떻게 청결하게 유지하나요?'

보통의 내 일상이었다면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주제의 대화가 오가면, 환자의 마취가 끝나면 그 수술방에 레지던트나 마취 간호사에게 맡겨서 놔두고 그 수술방에서 나가면 되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Solo' 중이어서 그 수술방에서 나갈 수도 없었는데, 별로 더 알고 싶지도 않았던 TMI (Too Much Information) 대화를 계속 듣고 있어야 했다.

부인과 교수는 상세하게 단계별로 설명을 친절하게 해 주었는데, 듣고 싶지 않았던 정보라 그런지 많은 것이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첫 단계가 올리브 오일과 면봉을 이용하는 과정이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총 4 단계로 이루어져 있었던 '배꼽 청결 유지 프로젝트' 였었는데, 그 이후는 뭐였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아마도 듣고 싶지 않은 정보는 잘 정제하고 걸러서 들었던 내 두뇌의 방어기제 덕분(?)인 듯했다.



환자 수술부위를 칼로 자를 때에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면서 잘하던 여자 외과의사들이...

왜 유난히 환자 배꼽에 있는 때에는 극심한 심리적인 취약점을 드러내는지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해졌다.


배꼽 때에 대한 반응도 여러 가지로 위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단순히 'Gross'라고 외치면서 질색팔색하면서도 그것을 깨끗이 제거하는 반응부터,

그것을 '타산지석 (他山之石)'으로 삼아 본인의 배꼽만큼은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려는 반응 등등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이는 것도 매우 신기했다.




만약 내가 외과 인턴이었다면...

환자 배 부위를 소독해야 하고, 배꼽 부위도 청결하게 소독해야 했다면...

나 같으면 오히려 자원해서 환자 배꼽소독에 앞장서서 나섰을 듯싶다.


배꼽을 아무리 후벼 파도 내 배가 아플리는 없으면서도...

혹시나 왕건이(?) 라도 건지게 되면, 내가 환자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는 일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하루죙일 뿌듯했을 듯하다.


"I can do this all day!"

Captain_America.png I can do this all day! --Captain America--


하지만 마취과인 내가 환자 배를 소독해야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듯 하니, 약간 좀 많이 아쉽기는 하다.

(마취과인 내가 환자 수술부위의 소독을 하고 있다면 무언가 매우 크게 잘못되고 있을 때일 듯하다. 예를 들면 전쟁 중 같은 극단적인 상황...)


그 부인과 교수의 친절한 4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갑자기 매우 궁금해졌는데...

식용으로 쓰이는 올리브 오일을 배꼽 청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 그래도 상당히 오버 같은데...

배꼽 청소할 때에도 '엑스트라 버진' 같은 최상품을 써야 할까?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다.


또한 다른 분들은 배꼽 청결을 어떻게 유지하고 계시는지도 갑자기 매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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