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주역경영전략
새벽 4시, 한 통의 전화
"교수님, 저 망한 것 같아요."
새벽 4시에 울리는 전화. 6개월 전 강남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오픈한 김 사장의 목소리였습니다. 퇴직금 3억을 쏟아부었지만, 하루 매출이 50만 원을 넘긴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은 하나둘 떠나고, 남은 건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와 홀로 남겨진 주방뿐이었습니다.
"사장님, 지금 딱 주역의 '수뢰둔(水雷屯)' 괘에 계신 겁니다." 전화기 너머로 잠깐의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저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씨앗이 땅을 뚫고 나오는 순간
주역 64괘 중 세 번째 괘인 수뢰둔. 하늘과 땅이 만나 만물이 처음 생겨나는 시기를 상징합니다. 마치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처럼, 모든 시작은 본질적으로 어렵고 혼란스럽습니다.
위로는 물(坎), 아래로는 우레(震). 험난함 속에서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바로 당신이 식당 문을 열었을 때, 또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을 때의 그 모습입니다. 하지만 주역은 말합니다. "크게 형통하리라(元亨)." 단, 조건이 있습니다. 혼자 무리하게 나아가지 말고(勿用有攸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利建侯)고.
혼자서는 안 됩니다: 초구(初九)의 지혜
작년 봄, 을지로에서 만난 박 사장이 떠오릅니다. 20년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족발집을 오픈했습니다. 첫날부터 손님이 몰렸습니다. 성공한 줄 알았죠. "교수님, 3개월 만에 지점을 하나 더 내도 될까요?"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직 아닙니다. 지금은 '머무를 때(磐桓)'입니다."
주역의 초구(初九)는 가르칩니다. 시작 단계에서는 바른 자리에 머물며(利居貞) 힘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섣부른 확장보다 핵심 인력을 확보하고, 메뉴를 가다듬고, 믿을 수 있는 조력자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사장은 제 조언을 따랐습니다. 확장 대신 주방장 한 명을 더 고용했고, 선배 사장님의 멘토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족발집은 을지로에서 가장 안정적인 맛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겸손하게 낮은 위치에서 힘을 길러, 나중에는 크게 백성을 얻는다(以貴下賤 大得民也)." 초구의 메시지입니다.
우유부단함의 대가: 육이(六二)가 주는 경고
반대의 사례도 있습니다.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최 사장. 그는 늘 결정을 미뤘습니다. 프랜차이즈 제안이 들어왔지만 망설였고, 투자자가 나타났지만 주저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옆 건물에 대형 카페 체인이 들어섰고,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말을 타고도 서성거리다가(乘馬班如), 십 년 만에야 시집가는(十年乃字)" 육이(六二)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아래의 불필요한 관계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기회와의 연결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식당 운영에서 우유부단함은 곧 기회비용입니다.
몰이꾼 없이 사슴을 쫓다: 육삼(六三)의 함정
가장 가슴 아픈 사례는 대구에서 만난 이 사장입니다. 퓨전 한식당을 오픈하고 3개월 만에 인테리어를 전면 리모델링했습니다. 6개월 뒤에는 메뉴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1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조력자도 없이 숲 속으로 들어가는 형국(卽鹿无虞 惟入于林中)." 바로 육삼(六三)이 경고하는 모습입니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조언해 줄 사람도 없이, 과도한 욕심으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 주역은 말합니다. "군자는 기미를 알아채고 그치는 것이 낫다(不如舍)고."때로는 멈출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욕심을 다스리는 것. 그것이 진짜 용기입니다.
올바른 관계 맺기: 육사(六四)의 희망
하지만 희망도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 사장의 이야기입니다. 오픈 초기,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불안했지만, 그는 한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지역 수산시장과의 관계 구축이었습니다. 매일 새벽 시장에 나가 상인들과 소통했고, 신선한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혼인을 구하여 가면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다(求婚媾 往吉 无不利)." 육사(六四)가 말하는 것처럼, 핵심적인 파트너, 안정적인 공급처 등 기초를 튼튼히 할 관계를 맺는 노력이 결국 순조로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금 그의 횟집은 해운대에서 가장 신선한 회를 낸다는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리더의 겸손: 구오(九五)의 가르침
흥미로운 것은 리더의 자리인 구오(九五)입니다. "은혜를 베풀기 어려운 상황(屯其膏)"이라고 말합니다. 강남에서 5개 매장을 운영하는 한 프랜차이즈 오너가 있습니다. 초창기, 그는 완벽주의자였습니다.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렸고,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했습니다.
결과는? 핵심 인력들이 모두 떠났습니다. "조금 바르게 하면 길하고(小貞吉), 크게 고집하면 흉하다(大貞凶)." 이후 그는 달라졌습니다. 각 매장 점장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점장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리더의 권위를 고집하기보다, 겸손하고 유연하게 팀을 지원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다시, 새벽 4시의 전화
김 사장에게 했던 이야기의 끝은 이랬습니다."사장님, 지금 포기하시면 상육(上六)처럼 '피눈물만 흘리며(泣血漣如)' 끝나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력자를 구하세요. 혼자 하지 마세요. 작은 성과에 만족하며 꾸준히 나아가세요."
3개월 후, 김 사장은 요리학원 동기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메뉴를 대폭 줄이고, SNS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타깃으로 런치 세트를 개발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레스토랑은 여전히 작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입니다. 단골들이 생겼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얼어붙은 땅을 뚫고
모든 시작은 어렵습니다. 수뢰둔괘는 바로 그 '어려운 시작'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나아가지 마세요. 조력자와 함께 하세요. 때로는 멈출 줄 아세요. 올바른 관계를 맺으세요. 겸손하게 현장의 소리를 들으세요.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온 새싹처럼, 당신의 식당도 푸르게 자라날 것입니다. 주역은 말합니다. "어떠한 엄중한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있다"라고. 당신의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보세요. 현명하게 대처하세요. 그 혼란스러운 시작의 어려움(屯)을 극복하면, 반드시 크게 형통(元亨)하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당신의 식당 이야기가, 오늘도 계속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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