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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지곤(重地坤) 식당 경영의 땅 같은 지혜

외식주역경영전략

by 김두현 박사

수천 년 전, 동양의 현자들이 하늘과 땅의 이치를 관찰하여 만든 『주역』에는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중지곤(重地坤) 괘는 "땅이 만물을 품어 준다는 음의 기운을 상징한다. 수용과 협력이 중요한 시기이다.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협력하며 겸손히 배우라. 기반을 다지고 차분히 준비하라"는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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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坤)은 대지(大地)를 의미합니다. 땅은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그 위에서 생명들이 자라나도록 돕습니다.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모든 생명의 터전이 되는 것이 바로 땅의 본성입니다. 이는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서울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할머니 손맛' 식당의 김 사장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0년 전 문을 연 이 작은 가게는 처음엔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주변엔 화려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즐비했고, 김 사장님의 소박한 가게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사장님은 조급해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직접 시장에 가서 가장 좋은 재료를 골랐습니다.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었고, 손님들의 작은 불만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한 직원이 "사장님, 요즘 젊은 손님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하니까 메뉴를 바꿔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을 때, 김 사장님은 그 의견을 받아들여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단골 할머니가 "국물이 너무 짜다"며 살짝 투덜거렸을 때, 김사장님은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레시피를 조정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가면서 '할머니 손맛'은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김 사장님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중지곤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는 땅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손님들의 불만도, 심지어 경쟁업체의 성공 사례도 배움의 기회로 여겼습니다.


수용의 미덕이 바로 여기서 나타납니다. 많은 사장님들이 자신의 고집과 경험에만 의존하려 합니다. "내가 30년 장사를 했는데..."라며 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지곤의 가르침은 정반대입니다. 땅이 모든 씨앗을 받아들이듯, 우리도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포용해야 합니다.


식당은 결코 혼자서 운영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 주방장, 서빙 직원, 청소 담당자, 심지어 재료를 공급하는 업체까지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합니다.


부산의 한 해물탕 전문점 박 사장님은 이를 몸소 실천했습니다. 매달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열어 매장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처음엔 직원들이 말을 잘하지 않았지만, 박 사장님이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서빙 직원이 "손님들이 반찬을 많이 남기는 것 같아요. 양을 좀 줄이고 대신 더 자주 가져다 드리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결과, 음식물 쓰레기는 30% 줄었고 손님들의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신선한 반찬을 자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중지곤의 또 다른 가르침은 겸손히 배우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장님이라도 배울 것은 끝이 없습니다. 트렌드는 계속 변하고, 고객들의 취향도 달라집니다.


대구의 한 치킨집 이 사장님은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직원들에게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배웠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젊은 직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들을 보면서 음식 플레이팅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그 결과 온라인 주문이 2배나 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배워야 할 게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젊은 친구들이 스승이에요." 이 사장님의 이 말에는 진정한 겸손함이 담겨 있습니다.


중지곤의 마지막 가르침은 기반을 다지고 차분히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성급함을 경계하고 내실을 다지라는 의미입니다.


인천의 한 분식집 최 사장님은 장사 초기에 매출이 오르지 않아 초조해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홍보를 더 하라", "메뉴를 늘려라"라고 조언했지만, 최 사장님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오히려 메뉴를 줄이고 주력 상품의 맛을 완벽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6개월 동안 매일 떡볶이 소스를 수십 번씩 만들어보며 최고의 맛을 찾아냈습니다. 김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료 하나하나의 비율을 정확히 맞추고, 손님이 한 입 먹었을 때 가장 맛있게 느낄 수 있는 크기를 연구했습니다.


이런 준비 과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결국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하루에 300명 이상의 손님이 찾는 맛집이 되었습니다. "급하게 확장하지 않고 기본을 다진 게 성공의 비결이었어요."


식당 경영에서 중지곤의 지혜는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일매일의 실천을 통해 체득해야 하는 삶의 철학입니다.


땅이 침묵하며 만물을 기르듯, 우리도 화려한 말보다는 묵묵한 실천으로 고객과 직원들을 감동시켜야 합니다. 땅이 모든 것을 포용하듯, 우리도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땅이 계절의 변화를 견디며 항상 그 자리를 지키듯, 우리도 힘든 시기를 견디며 꾸준히 나아가야 합니다.


중지곤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것은 매일매일의 작은 실천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직원들과 협력하며, 겸손히 배우고, 기반을 다지며 차분히 준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식당을 성공으로 이끄는 땅의 지혜입니다.


오늘도 고객들의 작은 불만을 귀담아듣고,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모든 사장님들에게 중지곤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당신의 식당이 땅처럼 든든하고, 땅처럼 풍요로운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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