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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Jun 30. 2024

탁린이의 3개월 입문기

탁구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탁구채를 잡는 것조차 어색하고 공 하나를 제대로 쳐내지 못했는데

3개월의 레슨으로 포핸드, 백핸드, 커트까지 배웠다.

기계에서 나오는 공을 못 쳐서 바닥에 떨어진 공을 쓸어 담기 바빴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바닥에 떨어진 공이 많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포핸드를 아무리 연습해도 뭔가가 부족한 것이다.

포핸드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모든 동작은 이 포핸드를 정확하고 리드미컬하게 할 줄 알아야 응용이 된다.

포핸드가 완벽하기 위해서는 손목, 팔꿈치, 어깨, 그리고 발 동작과 허리 돌림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사되어야 한다.

처음엔 팔만 쓰고 손목을 돌리지 않아 그걸 잡는 데 시간이 걸렸고, 그다음엔 팔꿈치를 최소한으로 돌리면서 엄지와 검지로 라켓을 받쳐주는 것이 서툴러 시간이 걸렸고, 그다음엔 어깨를 적당히 돌려줘야는데 어깨 힘이 너무 들어가다 보니 경직이 돼서 그걸 수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조금씩 포핸드의 폼이 잡혀 가고 있다.

미흡한 폼을 수정하느라 거울을 보고 스윙 연습을 집에서도 수시로 했다.

코치님이 알려 주는 대로 하고 나서 집에 와서 혼자 연습을 하면 이게 맞나? 싶은데 그래도 열심히 연습을 했다.

레슨을 받고 나면 혼자 기계로 공을 치는 연습을 20-30분 정도 한다.

그러고 있노라면 비슷한 시기에 레슨을 시작한 언니들이 온다.

그분들도 각기 레슨을 받는다.

그러고 나서 그 언니들이랑 돌아가며 탁구를 친다.

아직 햇병아리들이라 공을 빠르게 못 치지만, 그래도 3개월 이상은 되다 보니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두 언니는 60대인데, 워낙 부지런히 몸을 놀리셔서 그런지 군살이 없고 체력도 좋으시다.

이제 50을 코 앞에 둔 나보다도 체력이 더 좋으신 거 같다.

셋이서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공을 치다가 힘들면 쉰다.

언니들은 먹을 것을 잘 가져오신다.

감자, 옥수수, 빵, 자두, 살구 등등...

먹을 걸 꺼내 놓으면 탁구장에 있던 다른 분들도 하나 둘 모여들어 함께 간식 시간을 갖게 된다.

언니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얼굴들이 익숙해진 베테랑 멤버들도 음료수, 에너지 바, 과일 등등을 사서 가져온다.

나도 때때로 음료나 간식거리를 사 가서 나눠 먹는다.

그렇게 같이 땀을 흘리고 간식을 나눠 먹고 하다 보니 자연히 대화를 하게 되고 친해지게 된다.

우리 셋을 빼고 다들 3년 이상 탁구를 치신 분들이다.

그분들도 병아리 시절을 보냈기에 조언도 해 주시고 칭찬도 해 주시고 격려도 해 주신다.

또, 자신들의 시간을 할애해서 같이 쳐 주시기도 한다.

잘 치는 사람이 주는 공은 치기가 쉽고, 같이 치면 확실히 재미가 있다.

남자분들의 공은 힘이 있고 빠르다.

그래서 같이 치다 보면 나 또한 힘을 많이 쓰고 빠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치면서 팔을 더 올려야 한다든지 백스윙을 해야 된다든지 하는 부족한 부분들도 지적을 해 주신다.

나는 내가 어떻게 공을 치는지 나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우니 함께 공을 치는 분들의 조언이 나의 잘못된 부분들을 고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분들은 순전히 나를 위해, 나의 발전을 위해 같이 쳐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무척이나 고맙고 죄송스럽다.

내가 너무 못 쳐서 미안해하면, 자신들도 그런 때가 있었다면서 다 그러면서 나아지는 거라고 개의치 말고 같이 쳐 달라고 요청을 하라고 하신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맙다.

처음엔 내가 거울 앞에서 스윙 연습을 하거나 기계로 혼자 연습할 때 말 거는 분들이 부담스러웠다.

창피하기도 하고 가뜩이나 어색한 모양새인데 남들 앞에서 지적을 당하는 것이 부끄럽고 그랬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있는 남자분들이 자주 내 폼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 주시곤 했는데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그분들은 그저 초보인 내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그러는 거였는데 나 혼자 지레 창피스러워했다.

그러던 것이 3개월이 지나기 시작하고 안면이 익어가고 하다 보니 이젠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가만히 혼자 앉아 있으면 같이 쳐보자고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폼이 아직 많이 부족하긴 해도 공은 그럭저럭 잘 쳐내는 편이다.

그러는 나를 보면서 많이 늘었다고 꾸준히 하면 잘 칠 것 같다고 격려를 많이 해 주신다.

그렇게 점점 탁구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지난주에 남자분들과 치면서 세게 쳐보라고 하셔서 신나게 힘을 주어 치고 난 후부터,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막 통증이 심하고 그런 건 아닌데 저녁이 되면 오른쪽 어깨 부위가 불편하고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어깨를 돌려보면 '딱딱' 소리가 났다.

스트레칭을 하고 가급적이면 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도 그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레슨을 받고, 레슨이 없는 금요일에도 나가 2-3시간씩 탁구장에 있다가 오곤 했는데 지난주엔 금요일에 쉬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증상을 얘기하고 정형외과에 가 봐야 하냐고 했더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온찜질을 해주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라고 했다.

초보들이 다 겪는 코스라면서 자기도 무리하게 어깨를 써서 한 달 동안 탁구를 쉬면서 한의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많이 아프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어깨는 힘을 빼고 하체 코어를 사용해야는데 초보들은 힘이 안 빠지니 어깨가 아플 수밖에 없다고.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고 머리로는 계속 생각하는데 막상 탁구채를 들면 그게 참 안 된다.

그게 잘되면 초보이겠는가.

어떤 운동이든지 기본은 몸에 힘을 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과정이 지나가야 비로소 운동의 진정한 시작점이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참 쉽지가 않다.

힘이 빠져야 한다.

그래야 유연해지고 여유가 생긴다.

주말 내내 쉬면서 열심히 어깨에 찜질을 하면서 내내 그 생각뿐이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잔뜩 경직되고 긴장되어 몸에 힘만 잔뜩 주고 살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영화 와호장룡에 명대사가 나온다.

"주먹을 꼭 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만,

손바닥을 펴면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힘을 빼야 받아들일 수 있다.

힘을 빼야 아프지 않다.

힘을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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