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친구랑 카페에 가서 인절미 빙수를 먹었다.
여름 하면,,
빙수가 아닌가?
어렸을 적, 여름이면 가족들과 동네 제과점에 가서 팥빙수를 사 먹곤 했다.
이런 옛날 팥빙수였다.
나는 팥을 좋아하지 않아 몇 숟가락 먹다 말곤 했었다.
그래도 매년 여름이면 해야만 하는 연례행사 같기도 하고, 그럼으로써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커서는 친구들이나 남친과 함께 캔모아에 가서 과일 빙수를 먹고는 했다.
이런 류의 과일 빙수를 흔들거리는 의자에 앉아 먹으며 수다를 떨곤 했다.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에,
빙수를 떠서 입 속으로 넣으면 시원하고 달달하고 상쾌했다.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빙수를 먹을 때마다 누가 개발했는지 모르지만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빙수는 예상외로 역사가 길었다.
조선 시대 때부터 서빙고에서 얼음을 꺼내 갈아서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했다.
얼음이 귀했기에 임금이나 양반들만 먹을 수 있었다.
지금 같은 빙수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6.25 이후라고 했다.
하얀 얼음을 갈아 부드러운 우유를 넣고 팥이나 과일을 넣어 비벼 먹는 빙수는,
여름이 왔다는 걸 피부로, 눈으로, 혀로 느끼게 해 주고 오감을 자극하는 디저트라고 생각한다.
매년 가족들과 친구들과 빙수를 먹으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 추억이 있어서인지 여름이 되면 빙수가 떠오르곤 한다.
특별히 빙수를 좋아한다기보다 빙수에 깃들여 있는 여름에 대한 추억들로 인해 빙수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것일 터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캔모아 같은 생과일주스나 과일 빙수를 파는 가게들은 쇠퇴하고, 커피 전문점의 시대로 들어섰다.
빙수도 진화를 해서 팥빙수, 인절미 빙수, 온갖 과일 빙수, 초콜릿 빙수, 퓨전 빙수 등으로 다양해졌다.
보기만 해도 너무 맛있어 보이는 멜론 빙수이다.
작년에 친구네 갔다가 수원 행궁동에서 핫한 망고 빙수를 먹었는데,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정말 맛이 좋았다.
이렇게 생겼다.
참 고급스럽다.
망고 슬라이스 아래 눈꽃 얼음이 깔려 있다.
요즘 핫한 빙수도 있다.
바로 두바이 초콜릿을 넣은 초코 빙수이다.
아들이 요즘 두바이 초콜릿을 먹어보고 싶다고 조르고 있는데,
한 번 맛보러 가야겠다.
이렇듯 빙수도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변화, 발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옛날의 그 전통적인 빙수가 더 맛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모든 것이 귀했기에 그 맛이 더 오래 남았을 것이다.
또, 내가 어렸기에 어쩌다 한 번씩 맛보게 되는 그 맛의 여운이 길었을 것이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한 그릇에 같이 스푼을 넣어 퍼먹던 그 빙수에는 정이 담겨 있었다.
함께 빙수를 먹으며 나눴던 대화들, 웃음들, 고민들...
그것이 있었기에 빙수에게 향수를 느끼며
지금도 빙수를 먹을 때마다 입은 시원하면서 마음은 따뜻해진다.
어릴 적엔 먹지 않았던 팥빙수도 이젠 좋아하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렇게 추억을 먹으며 살아가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