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 동안 쉴 틈 없이 일한 배우는 휴식기를 가졌다.
그 사이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해서 실시간으로 라디오 방송을 듣기도 했다.
시간이 많이 나는지 싸이월드 홈피로 인사를 전하기도 하고 팬들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하기도 하면서 팬들과 소통을 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될 무렵 팬미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배우한텐 세 번째 팬미팅이었지만 내겐 처음이었다.
연예인 팬미팅 자체가 처음인 나에겐 엄청 기다려지는 행사였다.
티켓팅을 하고 남사친 친구와 동행을 했다.
제법 큰 홀을 빌려 진행되는 팬미팅이었다.
현장에 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행한 친구도 이런 거는 처음 해본다며 좋아라 했다.
야광봉, 포스터, 기념품 같은 것이 들어 있는 작은 쇼핑백도 하나씩 나눠 주었다.
커다란 홀 안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너무 기대가 되었다.
친구랑 둘이서 어떻게 등장할까 얘기하면서 나는 무대 위에서 와이어 타고 내려오는 거 아냐?
이러고 친구는 그건 가수들이 그러지, 배우니까 드레스 입고 우아하게 무대 정면에서 나오겠지 이러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암전이 되었는데 갑자기 무대 뒤에서 불이 켜지면서 배우가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등장했다.
힐을 신고 노래를 부르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자빠질까 걱정이 되었다.
무대 위로 올라서서 노래를 다 부르고 인사를 했다.
환호성이 터졌다.
두 명이 MC를 보았고, 이것저것 준비한 순서를 진행해 나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MC 둘은 팬들이었다.
심지어 카페에서 자주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워낙 말을 잘하고 인물들이 좋아서 전문 MC들인 줄 알았다.
진행자들이 재치 있게 질문을 하고 배우는 또 곤란한 질문이나 애매한 질문들에도 제법 유연하고 센스 있게 답을 했다.
셋이 비슷한 나이대라 그런지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즉석에서 이벤트도 해서 객석에 있던 팬들에게 선물도 나누어 주고, 안아주기도 하고 그러는 시간도 있었다.
나는 단 한 가지에도 당첨이 되지 않았다.
원래 당첨운이 없는 삶이었다.
2부에선 배우가 전문 댄서팀과 함께 등장해서 춤을 추었다.
근데 너무 잘 춰서 깜짝 놀랐다.
예전에 댄스를 해야 하는 영화에도 출연하고 해서 춤을 잘 추는 줄 알고는 있었는데, 전문 댄서들 속에서도 밀리지 않을 만큼 잘 췄다.
연습을 엄청나게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순서가 끝나고 맨 마지막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팬미팅을 위해 기타를 급하게 배운 티가 나는 실력이었다.
처음에 줄이 삑사리가 나서 팬들이 막 웃었고, 다시 하겠다면서 열심히 연주를 했다.
노래도 같이 부르면서 연주했는데 선곡 자체가 좋았고,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노래라서 들을수록 마음이 전해져서 좋았다.
부르다가 감정이 북받쳤는지 살짝 울기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무대가 가장 좋았다.
배우가 팬들을 얼마나 아끼고 고마워하는지가 진솔하게 전달되어서 좋았다.
다 끝나고 나오는데 배우가 직접 구었다면서 쿠키를 나누어 주었다.
둘이 걸어오면서 까서 먹었다.
친구가 배우가 너무 실물이 예쁘고 착하게 보인다면서 자기도 팬이 됐다고 했다.
그 녀석은 원래 얼빠라 예쁘면 다 좋아하는 애였다.
집에 돌아와 카페에 들어가 보니 온통 후기들이었다.
나도 장문의 후기를 썼다.
근데 웃겼던 건, 쿠키가 아까워 먹지 못하고 냉동실에 얼렸다는 후기들이 제법 있었다.
아니, 먹으라고 준 걸 보관이라니,,,
배우의 팬미팅은 그렇게 낯설면서도 설렜던 행사로 기억되었다.
뭐든지 처음은 강렬하게 남아있게 되는 법이다.
수많은 팬들과 같은 공간에서 한 사람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로 웃고 감동도 받고 했던 경험이 가슴속에 따뜻한 느낌으로 남을 것 같았다.
덕질의 인생은 나날이 새롭게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