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의 역사 14

- 연극 공연, 긴급 수술

by 박드레

2016년이 되고, 배우는 인스타를 통해 활발히 자신의 근황을 알려주었다.

배우가 1년 여의 휴식을 마치고, 연말부터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에 캐스팅되어 동갑의 배우와 연극 공연을 하게 됐다.

상대 배우는 한참 연기파 배우로 주목을 받으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바쁘게 오가고 있던 사람이었다.

둘 다 연기력이나 파급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고, 나이도 같아서 둘의 조합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기대와 관심이 쏟아지는 작품이었다.

나 역시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공연을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다.






친구와 공연장에서 만나 같이 공연을 관람했다.

4년 만에 배우 얼굴을 보는 거였다.

워낙 유명한 극이고, 전 세계 수많은 배우들이 연기했던 작품이었기에 무엇보다 두 배우가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자신을 녹여내는지가 관건이었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캐릭터로 재창출해 내는 작업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객석에 앉아 배우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감상하면서 느낀 점은 두 배우가 비교적 충실히 자신의 역할을 해 내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둘의 캐미가 상당히 좋아 보였다.

둘 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었고 서로의 장점을 끌어올려 주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비교적 무난하게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연기였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배우의 얼굴을 근거리에서 보니 반가웠고 너무 좋았다.


동행한 친구가

"야, 000이 연기를 해야 니 얼굴을 볼 수 있는 거구나."

하며 서운함 반 놀림 반으로 이야기를 했다.

"애 키우고 살림하느라 사실 덕질할 여유도 없었어."

라고 불쌍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친구가 웃으며,

"알아, 나도 000 덕분에 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라고 참 기특하게 말해 주어서 행복했다.



서울에서 시작한 공연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자, 지방 공연으로까지 스케줄이 늘어났다.

공연 기획사에선 당연히 이익을 더 늘리기 위한 방법이었겠지만, 두 달여를 쉼 없이 무대에 섰던 배우들에겐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 4개 도시에서 공연이 기획되어서, 서울 공연을 끝내고 휴식기 없이 바로 공연을 이어가야 했다.

우리 배우는 워낙 체력이 좋은 편이긴 했지만 공연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살며시 걱정이 되었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주말 공연이 계획되어 있었다.

공연을 한 번 더 보기 위해 예매를 했다.

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다 R을 로비에서 만났다.

이 녀석과도 4년 만의 재회였다.

근데 이 십덕 녀석은 날 보자마자 내 안부는 뒷전이고, 오늘 배우의 목 컨디션이 안 좋아보이고 얼굴도 부어 보이니 어쩌니 하면서 배우 걱정만 한 가득이었다.

난 웃으며 "어쩜,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하면서 같이 걱정을 했다.

밥이라도 같이 먹고 싶었는데 내겐 동행이 있었다.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R은 그날 저녁 공연까지 관람하고, 퇴근길까지 보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고 카페에 글을 썼다.

나는 R이야말로 모든 덕후가 다 떠나도 끝까지 배우 곁에 남을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지방 공연을 하던 중, 배우는 급성 희귀병을 진단받아 4차례에 걸린 수술을 받았다.

처음 들어 보는 병명이었는데, 방치했다간 팔을 잃을 수도 있는 병이었다.

무리한 스케줄과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상황을 알 길이 없어 답답했다.

수술을 잘 받고 회복 중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배우가 연기에 부쩍 욕심을 내고 광폭 행보를 다짐하며 팬들과도 밀접하게 소통하며 지내던 시기에 갑자기 발생한 악재였다.

이 악재를 배우가 잘 극복하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주길 기도했다.

배우 인스타를 매일 확인하며 어서 업데이트를 해 주길 기다렸는데 두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배우는 여전히 건강을 회복 중인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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