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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Jul 25. 2023

이유 없는 다정함을 지닐 수 있을까

김연수 작가님의 신작이 나와서 읽고 있다.

단편소설집인데 올여름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작가님은 다작 작가답게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다.

이야기보따리가 작가님 댁에 있나,  쓰기신이 강림해서 마르지 않는 소재를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닌가.

혹부리 할아버지처럼 작가님 몸 어느 부위에 이야기가 가득 담긴 혹이라도 붙어 있나.

그의 집필능력이 너무 부럽다.

올해 발간된 소설집의 제목은 「너무나 많은 여름이」 이다.

여러 작품이 각각의 소품처럼 펼쳐지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결은 비슷비슷하다.

그 중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이란 작품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소설가는 몰라도 되는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그 세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니 글쓰기는 인식이며, 인식은 창조의 본질인 셈입니다.

그리고 창조는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옵니다.

조지 오웰이 광부들의 세계에 대해 말한 것도 다정함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플롯이 바뀝니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 가능성으로 숨어 있던 발밑의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깨어나는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았지만,  제 뒤에 오는 사람들은 지금 쓰러져 울고 있는 땅 아래에 자신이 모르는 가능성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으로 말입니다.

제가 소설을 쓰고 출판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의 입을 통해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집약되어 있다.

'이유 없는 다정함'을 지니고 세상과 사물을 인식할 때 비로소 그 안에 숨어 있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 가능성을 발견함으로써 나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나 자신에게 몰두한 나머지 타인과 세계에 다정함을 갖을 여유가 없다.

지난 몇 년간은 더욱 타인에게 따뜻한 시선을 지니고 온기 있는 손을 내밀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내 안에 갇힌 나>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가능성을 발견해 내려면 '나 자신'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지니고 대상의 가능성을 찾아내 주는 그 다정함이 나를 발전시키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야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특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있다.

능력 있고 필력이 좋은 작가님들의 글들을 통해 나의 문제점을 파악해 보고 있다.

읽을수록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이구나를 알게 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좋은 작품들을 통해 배우게 되는 이 과정들이 너무 즐겁기도 하다.


나는 매일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나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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