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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Jul 19. 2023

왜 운동을 싫어하는 거야?

사내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꼭 시켜야 하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넘치는 에너지를 가장 건전한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자아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다.

자연히 아들도 운동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유전자가 변수가 되리란 예상을 못했다.

인라인, 태권도, 승마.

꾸준히 시켜 봤는데 아이는 운동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운동 신경이 나쁘지 않은 편인데 열심히 하려고를 안 했다.

그저 엄마가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가서 하는 정도였다.

줄넘기, 배드민턴도 내가 데리고 나가 틈틈이 시켜서 보통 정도의 수준은 하는데 딱 거기까지만 하려고 하고 더 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특히 작년에 살이 찌면서부터 더욱더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다가 비만이 될까 봐 걱정도 되고 해서 축구를 시켜보리라 생각했다.

학교 친구들이 많이 다닌다는 축구 센터를 알아보고 등록을 시킨 게 3월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아이는 축구를 하러 갔다.

3일씩이나 운동량이 많은 축구를 하니 내심 살이 좀 빠질 거라 기대를 했는데,,,

3개월이 지나도 살이 빠지기는커녕 더 통통해지는 것 같았다.

축구를 다녀오면 엄청 많이 뛰어서 힘들다면서 땀범벅이 되어 돌아오곤 해서 나는 아들이 열심히 하는 줄로 알았는데 센터에서 밴드에 올린 사진들을 보니 우리 아들은 공과 아주 멀리 있는 모습만 찍혀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공의 방향에 맞춰 몸이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 아들은 멀찍이서 관람을 하고 있었다.

내가 왜 경기할 때 공을 쫓아가지 않냐고 했더니 자기는 공격수가 아니고 공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차 주는 역할이라고 했다.

그래도 공을 따라가며 계속 뛰어야지, 공이 오기만 기다리는 건 경기를 하는 게 아니야.

다른 친구들처럼 계속 뛰고 공이 너한테 오면 무조건 같은 팀 친구들에게 패스하고 골대 가까이에서 공이 발에 닿으면 골대로 세게 차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몸싸움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신체 조건을 지녔으니 몸싸움도 겁내지 말라고 했다.

아들은 알겠다고 자기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아들은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관람하는 자세였다.

친구가 골을 넣으면 달려가 하이 파이브를 해주고 다시 뒤로 빠져 있었다.

축구에 진심인 친구들과 다르게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아이였다.

6월이 되면서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축구를 하고 오면 기진맥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급기야 집에 와서 코피를 흘렸다.

축구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안 되겠어서 여름방학까지 축구를 쉬겠다고 실장님한테 전화를 했다.

시원한 수영을 배워볼래? 했더니 좋다고 해서 수영장을 알아보고 등록을 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을 좋아하고 시원해서인지 수영은 너무 좋아라 했다.

아이가 강습을 받는 동안 나는 대기실에서 아이가 수영하는 모습을 유리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첫 수업 후, 코치는 아이의 신체 조건이 너무 좋은데 겁이 많고 소극적인 성향이라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두 달이 되어 가는 지금, 아이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니 제법 폼이 갖춰지고 있었다.

보드를 잡고 발로 물장구를 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잠수하고 호흡하는 것도 안정적으로 잡히고 있었다.

이제 보드를 한 손으로 잡고 한 손을 뻗어 물을 가르는 걸 연습하고 있는데 곧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들이 수영이 너무 재밌다면서 관심을 많이 보이고 의지를 보여서 속으로 '이제야 맞는 운동을 찾아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들이밀었던 운동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고 진도가 빠른 운동인 듯 싶다.

수영은 꼭 배워야 할 운동이고 보통 이상의 실력을 갖추게 되면 혼자서 평생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에 강습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려는 의욕을 보이는 게 처음이라 나는 너무 기쁘다.

즐기는 스포츠 한 두 개는 있어야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수영을 꾸준히 시켜서 마스터할 수 있게 해야겠다.

꾸준히 하는 것만큼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들이 물개가 되어 바다에서도 자유자재로 수영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수영의 끝은 바다 수영이니까.

나도 이제 슬슬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삶의 탄력이 많이 없어지고 너무 안일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곧 오십이 올 텐데 운동만이 살 길이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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