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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Aug 12. 2023

차별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우리는 인종, 성별, 나이, 종교, 장애의 유무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인간은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를 타고 태어난다는 '천부인권 사상'을 배웠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보니 그것은 교과서에서나 있는 것이었을 뿐, 현실에선 수많은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 간접으로 경험했다.

그나마 나는 성별보단 실력이나 경력으로 인정을 받고 대접이 달라지는 직종을 택해서 비교적 성차별을 적게 겪었지만, 일반 회사나 기업에서 근무하는 내 친구들은 불합리한 차별을 많이 당하면서 직장 생활을 했다.

객관적으로 남자 직원보다 우수한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출산과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아줌마라는 이유로 진급이나 평가에서 뒤처지는 일을 많이들 당했다.

옛날과 비교해 지금은 그래도 남자, 여자 차이가 많이 줄어들긴 했어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또, 점점 사회가 발전해 갈수록 노인에 대한 공경과 존중의 마음가짐보다는 쓸모없거나 귀찮고 분별없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 같다.

노인 세대들을 이해하고 포용해 주기보다는 그들을 비난하고 사회에서 소외시키려는 것도 차별에 해당된다.


또 우리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백인들은 무시를 하지 않으면서도 흑인이나 동남아계의 외국인들에겐 무시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엔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대상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 기준이 무엇이든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는 행위는 너무나 야만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도 가끔씩 아무 생각 없이 "00인이 그렇지 뭐!" 하는 말을 하게 될 때 스스로에게 놀라게 된다.

나도 유럽에서 인종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독일에서 한 번, 프랑스에서 한 번 인종 차별을 경험했다.

보통의 독일인들은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고 자상하다.

독일의 어느 거리에서 화장실이 급해서 애타게 화장실을 찾고 있었는데, 지나던 노신사가 이곳은 화장실이 멀다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면서 나를 어느 대학 건물 화장실까지 안내해 준 적이 있었다. 

그분은 그 대학의 교수셨다.

그런 독일인이 있었던 반면, 옥토버 축제 기간 중에 거리에서 소시지와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는데 바바리안 복장을 한 수염이 긴 아저씨가 우리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은 개를 먹는 미개하기 짝이 없는 인종이라고 막말을 했다.

그것은 일부의 사람들이고 식용과 애완용은 구분이 되어 있다고 해도 얼굴을 붉히며 어쨌든 인간과 친한 개를 먹는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내서 엄청나게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파리에서 편도가 너무 부어 샹젤리제 거리 근처의 약국을 방문했다.

출입문에 문 닫는 시간이 6시라고 쓰여 있었는데 내가 약국 문을 열고 들어간 시간은 분명히 5시 50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들어서자마자 약국 주인이 프랑스 어로 소리를 질렀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제스처로 보아 내게 나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와 거의 같은 시간에 한 발 차이로 먼저 들어온 흑인 여성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아직 시간이 남았고 저 사람도 나랑 같은 시간에 들어왔는데 왜 나만 나가야 하느냐고 했더니 그는 나에겐 약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약국을 나와야 했다.

그날, 부은 편도선 + 화로 인한 열로 밤잠을 설쳤다.

동남아나 아시아 여행을 하면서는 한 번도 그런 차별을 겪은 일이 없다.

그 후로 나는 우리나라에 와서 생활하는 외국인을 인종과 나라에 따라 차별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으면서도 그것을 잊고 나도 모르게 차별에서 기인한 말을 내뱉게 된다.

차별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동이고, 나 자신도 언제 어디서든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면, 함부로 차별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가장 지양해야 할 것이다.

요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장애를 지닌 아동들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듯해서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부모의 과잉 대응으로 인해 장애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까 봐 걱정이다.

나도 조금 다른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내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진 않을까 또, 내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키우고 있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많이 개선되어야 하고, 함께 사회 속에서 공존해 가야 할 대상이지 차별할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길 바라본다.

우리나라는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 시스템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나라이다.

장애아동을 무조건 따로 분리해서 특수 교육을 하라고들 떠드는데 현실은 특수 시설이 너무나 적고, 장애의 정도에 따라 특화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현실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경증의 장애아는 일반 아동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면서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일반 아이들도 조금 부족한 친구를 도와가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맞다.

물론 중증의 경우는 다르지만 말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멀다.

타인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하고 열려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와 다르다고 배타적인 태도를 갖기보다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길 바라본다.

'차별 없는 세상'은 이상에 불과할지 몰라도 '차별이 덜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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