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미용 봉사를 다녀왔다.
8월 초였는데 그날 태풍이 올라오던 날이어서 비가 많이 내렸다.
네 분의 어르신 댁을 방문해 미용을 해 드리고 마지막으로 알콜릭 어르신을 뵈러 갔다.
동행한 사회복지사님이 가면서 비 오는 날이라 100% 술을 드셨을 텐데, 오늘은 저번보다 더 힘들 수 있겠다고 하셨다.
아저씨가 사시는 빌라에 도착하니 아저씨가 빌라 현관에 나와 있었다.
러닝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고, 발은 맨발이었다.
그래도 비가 들이치는 곳을 피해 건물 상부가 비를 막아주는 곳에 서 있어서 다행히 비를 맞고 있진 않았다.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비 오는데 왜 나와 있냐고, 신발은 신지도 않고 왜 그러고 있냐고 했더니,
더워서 시원한 데 나와 있다고 하셨다.
저번보다 더 마르셔서 팔다리가 피노키오 같았다.
나보다도 몸무게가 안 나갈 거 같았다.
복지사님이 차라리 밖에서 이발을 하는 것이 치우기도 편하고 시원하고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의자를 꺼내 와 앉혀 드리고 이발을 이쁘게 해 드리겠다고 했다.
비 오는데 머리 깎으러 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셨다.
약하게 술 냄새가 풍겼다.
비 오는 게 시원하고 밖이 좋아서 나와 있다는 말을 계속하셨다.
또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하며 횡설수설하셨다.
이발을 시작하자 머리를 자꾸만 움직이셔서 복지사님이 머리를 잡아 준다고 잡고 나는 계속 머리를 잘랐다.
숱이 엄청 많으셔서 시간이 좀 걸렸다.
자꾸만 턱 밑에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집으며 여기도 자르라고 하셨다.
잔머리가 신경 쓰여서 그런 가 보다 하고 클리퍼로 말끔히 정리를 했는데도 또 같은 자리를 가리키며 여기를 자르라고 하셨다.
복지사님이 다 잘랐다고 거기는 수염이라 면도를 해야 하는 곳이라고 면도를 하시라고 해도 아니라고 여기를 잘라야 한다고 하셨다.
다시 한번 클리퍼로 잔털까지 손질해 드리고 다 잘랐다고 만져 보라고 했다.
이제 됐다고 하셨다.
이발을 해 드리고 보니 훨씬 인물이 나아 보였다.
멋져졌다고 칭찬을 해 드리니 좋아하셨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비 오는 게 좋다고 하셨다.
머리카락을 제거해 드리고 집에 들어가 꼭 머리를 감으라고 했다.
알았다고 머리를 감겠다고 하셨다.
바닥 청소를 끝내고 일으켜 집 안으로 들어 가게 해 드리려고 일으켰는데 한 걸음 걸으시다가 넘어지셨다.
다행히 내가 곁에서 잡아 드려서 크게 넘어지지는 않았다.
양 쪽에서 부축해서 집 안으로 이끄는 동안에도 자꾸만 비틀거리셨다.
잘 드시고 몸을 보양해서 힘을 길러야 하는데 밥은 잘 안 챙겨 드시고 술만 드시니 기운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밥을 잘 챙겨 드시라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계시라고 맨발로 나와 있지 말라고 말씀을 드리고 둘이서 아저씨를 집 안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
같이 차를 타고 오면서 복지사님이 비 오면 더 술을 드시니 큰 일이라고 매일 비가 오니 매일 술을 드실 거라고 염려를 했다.
기관에 들어가시는 게 나은 것 아닌가 했더니 그게 나은 데 한사코 거부를 해서 당분간은 댁에서 계셔야 한다고 했다.
강제로 입원시킬 정도로 심한 건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돌아와서도 아저씨의 나무 인형 같은 몸과 맨발이 자꾸 눈에 밟혔다.
다음 달엔 조금 더 건강해진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