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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Aug 10. 2023

먹는 樂

음식에 진심인 편이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맛집은 몇 군데 꼭 검색해 보고 간다.

맛난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면 너무 설렌다.

어릴 땐 먹는 거에 관심이 덜 했는데, 결혼하고 아이 육아에만 몰두하면서 삶의 많은 즐거움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남은 樂이 맛난 걸 먹을 때의 즐거움이다.

요리도 잘하는 편이지만 하는 것보단 먹는 걸 훨 더 좋아한다.

하나를 먹더라도 맛난 걸 맛보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식이다.

그다음으로 양식이고, 한식이 가장 나중이다.


스시는 참 깔끔하고 담백하며 군더더기가 없는 음식이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만 그래도 이만큼 나의 먹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키는 음식은 없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는 이런 이탈리안 음식이다.

참 예쁘면서 먹기에도 좋은 음식류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일단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기 시작한다.

칼로리를 생각하는 것은 음식에 대한 배신이다.


한정식이 유명한 동네에 살다 보니 한정식도 자주 먹게 된다.

한정식은 한상에 같이 푸짐하게 나오는 것도 좋지만, 보는 즐거움을 느끼며 천천히 먹을 수 있도록 코스로 조금씩 나오는 것이 미각을 훨씬 자극한다.



아이와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를 많이 먹게 된다.

사진을 찍어 놓은 걸 보면 음식 사진을 가장 잘 찍는다.

음식에 애정을 많이 갖고 있다는 증거이다.

인물 사진이나 풍경 사진보다 음식 사진을 찍을 때 제일 신나고 즐겁다.

가리는 것이 없어서 뭐든 잘 먹는데 아이도 나랑 식성이 똑같다.

우리 아들은 회나 초밥, 해산물, 고기, 탕류, 면류 등 뭐든지 다 잘 먹는다.

파스타나 스테이크, 피자에 대한 갈망은 꾸준하지만 자주 먹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데리고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경험해서인지 음식에 관심이 많고 맛을 잘 안다.

브도 음식에 대한 걸 많이 찾아본다.

장래 희망도 요리사이다.

소스 맛도 기가 막히게 구분하고 낯선 식재료도 뭔지 금방 맞춘다.

나도 아들이 요리사가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요리사는 맛있는 음식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이 계속 요리사의 꿈을 지닌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작정이다.

아들이 좀 더 크면 엄마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다는 약속을 하곤 하는데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아들은 그 많은 여행의 경험들을 음식으로 기억하곤 한다.

예를 들면, 제주도 서귀포에서의 한 달은 '스시망고'의 스시와 올레시장의 마농치킨과 도미회, 땅콩 아이스크림과 막걸리로 기억한다.

거제도는 모둠회로, 통영은 무 김밥과 성게 미역국, 경주는 황남빵과 두부 정식, 영월은 마늘 떡갈비, 양평은 돌짜장, 횡성과 홍천. 평창은 한우로 기억하고 있다.

여행을 갈 거라고 얘기를 해 주면 첫마디가 "거기는 무슨 음식이 유명한데?"이다.

아침을 먹으며 점심 메뉴를 묻고, 점심을 먹으며 저녁에 뭘 먹을까를 고민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도 잊어도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는 잊지 않는다.

참 대단하고 신기한 녀석이다.

올해 스승의 날에 학교에서 고마운 스승께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학원 선생님, 돌봄 선생님, 태권도 사범님들께 편지를 썼는데 우리 아이는 영양사 선생님께 맛있는 급식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편지를 썼다.

그것에 감동한 영양사선생님이 다음 날 아들에게 샤프펜을 사서 포장해서 주셨다.

그 후로 아들은 영양사선생님의 무한한 애정을 받으며 좋아하는 반찬이 나올 땐 두 번씩 리필을 하며 선생님의 칭찬과 뿌듯함을 이끌어 내는 급식 우등생이 되었다.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하니 자연히 통통남이다.


먹는 즐거움이야 말고 인생의 큰 기쁨이자 삶의 원동력이 된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음식을 성과 인생과 연관시켜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각각의 독특한 음식 레시피를 소개하며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에 대한 묘사도 절묘하게 깃들여져 감각적이며 관능적인 미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음식을 소재로 한 소설을 창작해 보고 싶다.

음식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고, 요리를 담당하는 요리사는 창의적인 사고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요리사나 작가나 기본적으로 창조의 과정을 거쳐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물론 요리사에겐 레시피라는 기본적인 소스가 있지만, 작가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먹는 즐거움만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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