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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Mar 25. 2024

새 학기 증후군

매년 아이의 학년이 바뀌는 새 학기가 되면 엄마인 나는 긴장 반 걱정 반의 마음을 갖게 된다.

담임을 어떤 분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의 일 년이 좌우되는데 3학년을 보내는 동안 우리 아이는 비교적 담임운이 좋았다.

학기 초 상담을 통해 아이가 치료 중이며 아이에게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나면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에게 꽤나 자상하게 대해 주셨다.

1학년 땐 정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명감과 열정이 넘치신 분을 만나 우리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 2학년 땐 경험 많고 섬세한 분을 만나 아이의 단점이 많이 보완되었다.

두 분의 성향이 많이 달랐지만 두 분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아이에게 애정을 많이 쏟아주셨었다.

아이의 자아가 많이 성장했던 3학년이 나에겐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3학년 선생님은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좀 무디고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는 분이셨다.

근데 의외로 우리 아들은 그 선생님이 좋았다고 했다.

1, 2학년 선생님에 비해 잔소리를 덜하고 웬만한 것은 그냥 대충 넘겨 버리니 아이 입장에선 그게 편했었나 보다.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지 않으니 자연히 선생님의 간섭이나 터치가 없어 그게 좋다고 여겼던 것이다.

아들이 저학년 생활을 끝내고 맞이하는 고학년 시작의 4학년이 너무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천운인지 4학년 담임으로 그 귀하디 귀한 남자 선생님이 결정이 되었다.

그걸 알고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우리 아들은 남자 선생님과 궁합이 더 잘 맞는 유형이다.

아이의 산만함이나 독특한 면을 남자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고, 아이 역시 여자보다는 남자 어른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키와 덩치가 큰 우리 아이를 남자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멋지다고 표현을 많이 해 준다.

그게 남자들의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며칠 전, 담임 선생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우리 아들이 키도 크고 잘 생겨서 눈에 띄었다고 하셨다.

그 김에 아이에 대해 간단히 말씀을 드렸는데 별말씀 없이 잘 알겠다고만 하셨다.

며칠 후 아이가 교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너는 잘생기고 멋지니까 거울 안 봐도 된다."라고 하셨다고 했다.


우리 아들은 지랄 맞던 3학년 때를 지나고 나서 이제는 제법 고학년처럼 행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와 다투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될 무렵부터 아이가 안정적이 되었다.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건 관심 없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만 몰두하는 면은

여전하지만 확실히 3학년 때보다 많이 컸다.

방학이 끝나기 전, 생뚱맞게 인기남이 되고 싶다며 파마를 해달라고 해서 미용실에 가서 펌을 했다.

자신의 바뀐 헤어 스타일을 퍽이나 맘에 들어했다.

인기남이 되고 싶은 생각이 왜 들었냐고 했더니 3학년 때 여자 친구들과 너무 많이 싸워 인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 하면서 이제는 인기남이 되어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들에게 세 가지만 하면 인기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첫째, 말을 많이 하지 마라

 여자들은 쓸데없이 말 많고 참견하고 땍땍 거리는 남자 싫어한다.

둘째, 여자들이 하지 말라는 행동은 하지 마라

        여자들이 그러는 덴 다 이유가 있다.

셋째, 친절하게 대하고 말을 이쁘게 해라

 여자들은 말 거칠게 하고 폭력적인 남자를 엄청 싫어한다.


아들아, 인기남이 되고 싶으면 이 세 가지를 항상 기억하거라

라고 하면서 세 가지를 당부해서 학교에 등교시켰다.

아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 아직까지 어떤 갈등도 빚어지지 않고 잘 지내는 걸 보면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인기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주엔 작년에 아들과 친했던 친구와 동생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놀다가 공원에서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 그 애들까지 다 집에 데려와서 다섯 명이 모여서 놀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갔다.

외동인 아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걸 보고 있으면 뿌듯해진다.

이제 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서 관계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다.

아들이 말귀를 잘못 알아먹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얘기만 해댈 때도 있지만 남자아이들이라서 그런지 그래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원래 그런 녀석이려니 하고 잘 받아준다.

다섯 명이 한 게임에 들어가 시끄럽게 떠들면서 도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아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 친했던 한 친구와 다투고 절교를 하고 전화번호도 차단하고 했다고 하더니 반이 갈리고 다시 만나서는 서로 사과하고 방과 후에 분식 카페에서 만나 간식을 사 먹고 헤어졌다고도 했다.

나는 다른 것보다도 아들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지 못할까 봐 내내 걱정이었다.

그런데 내 걱정과 달리 아들은 나름대로 부딪히고 조율도 해 나가면서 친구들과 관계를 잘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 절제배려인데 아직은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3월이 가장 신경 쓰이고 예민하고 피곤하다.

아이가 새 학년에 잘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의 불안함도 많이 가라앉고 있다.

이대로 쭉 올해를 잘 버텨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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