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 학교에 다녀왔다.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어서이다.
코로나로 인해 1-2학년까진 학교 문이 닫혀있다가 작년부터 공개적인 행사가 재개되었다.
작년에 공개 수업이 있던 날, 방문해 보니 거의 모든 학부모들이 참관을 하러 온 것 같았다.
아빠들도 제법 많이 보여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현실을 체감했었다.
올해도 많을까 하면서 갔는데 생각보다는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4학년은 고학년이고 맞벌이 가정 수가 많다 보니 확실히 3학년보다는 참여가 적었다.
복도로 들어서서 교실을 빼꼼히 쳐다보다가 아들이랑 눈이 딱 마주쳤다.
엄마를 발견하고 반가웠는지 씨익 웃었다.
하나둘씩 학부모들이 모여들고 쉬는 시간이 시작되면서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교실 뒤쪽 사물함 앞에 자리 잡고 서 있으려니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들의 교실을 방문한 엄마, 아빠들을 보고 있는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평상시와는 다른 분위기에 약간씩 들떠 있는 게 느껴졌다.
조용히 아들 자리로 가서 살짝 아들을 안아주면서 엄마가 뒤에서 잘 지켜볼 테니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 보라고 격려를 해 주었다.
오랜만에 교실에 들어와 있으니 자연스레 어린이였던 시절로 돌아간 듯 설레었다.
아이들이 만든 공예품이랑 그림이 뒤쪽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아들이 만든 것도 보였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학급 학생수가 50-60명씩 되어서 책상을 좁게 붙여 다닥다닥 여유 없이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스무 명이 조금 넘는 수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 있었다.
우리나라가 정말 인구절벽이구나를 실감했다.
선생님이 앞에서 아이들을 보면 한눈에 하나하나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장점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도덕 수업이었는데 오늘 수업은 "아름다움"에 대한 수업이었다.
먼저 아름다움의 종류를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가족의 모습을 발표했다.
저학년과는 달리 고학년은 발표에 적극적이지 않다.
몇몇 아이들만 끊임없이 손을 들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꺼려했다.
담임 선생님은 그럴 땐 뽑기가 최고라면서 이름표가 적힌 뽑기 통에서 뽑기를 해서 시키셨다.
이름이 호명된 친구들이 발표를 했다.
아빠가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친구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힘들어도 가족을 위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했다.
뒤에 서 있던 학부모들은 그 아이의 답에 대견함을 느꼈다.
저렇게 아빠의 노고를 알아주는 자식의 마음을 아빠가 듣게 되면 얼마나 힘이 나겠는가.
선생님이 그 말을 아빠가 들었어야 하는데 못 오셔서 안타깝다고 하셨다.
몇몇의 아이들이 발표를 하는 동안 우리 아들이 뒤를 힐끗 보더니 손을 들었다.
"엄마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숙제도 항상 같이 도와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들어 주셔서요."
"오! 그렇구나."
내심 이쁘게 생겨서요!라고 말하길 기대했는데,,,
(아들이 항상 엄마가 이뻐서 사랑한다고 스윗하게 말해 주니깐ㅋ)
저런 생각을 하는 모습에 뿌듯해졌다.
(실은 너무 감동해서 울뻔했다ㅋ)
어떤 아이는 동생이 귀여워서 아름답다고 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할머니가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각각의 생각들을 들으며 참 솔직하고 표현력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엔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해 학습지에 써보는 시간이었다.
여러 항목에 체크를 해도 되고 항목에 없는 것은 쓰기도 하는 거였다.
아이들은 곰곰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적고 있었다.
선생님이 다 쓴 사람은 발표를 하라고 하셨다.
우리 아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자기는 잘 웃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고, 운동을 잘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했을 때, 아들이 수업 시간에 발표를 잘한다고 해서 놀랐는데 저렇게 열심히 적극적으로 발표를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짜식, 집에서랑은 딴 판이네!!
수업 시간에 까불고 떠들고 집중을 못하는 게 아닌가 내심 걱정이었는데 너무 진지하게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고 나서 다른 친구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시간을 가졌다.
돌아다니며 친구들에게 칭찬의 말을 하고 스티커를 붙여 주는 거였다.
아들은 대여섯 장의 스티커를 친구들로부터 받았다.
본인은 나름 심사숙고하면서 꼭 칭찬해야 할 친구에게만 스티커를 붙여 주었다.
마지막에 친구들이 붙여준 스티커를 학습지에 붙이고,
그걸 토대로 "앞으로도 이러이러한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실천하겠다"다는 선언문을 친구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선언하는 것으로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학급 친구들 전원이 앞으로 하나씩 나와 선언문을 읽었다.
수업 내용도 좋았지만 수업시작 전, 관련 영상을 미리 시청하고, 수줍어 발표에 적극적이지 않은 친구들의 모습을 선생님이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영상으로 송출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새로웠다.
확실히 디지털 세대에 맞게 수업의 형식도 진화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들에게 다가가 오늘 수업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기념으로 셀카도 같이 찍었다.
담임 선생님이 오셔서
"♡♡이 어머님이시군요! ♡♡이 잘하고 있죠? 앞으로 더 잘할 거예요!"
라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나누었다.
아들이랑 계단까지 같이 내려와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의 의젓하고 멋진 모습을 학교에서 보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어 뭉클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오면 꽉 안아주면서 다시 한번 칭찬해 주어야겠다.
선생님께는 참 부담되고 신경 쓰이는 행사이겠지만, 아이들의 학교 생활 모습이 궁금한 부모들에겐 좋은 행사인 것이 확실하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참여율이 더 떨어지겠지만, 나는 해마다 참여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