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6일 월요일 이야기
나른한 저녁. 욕조에 잠긴 채 브런치를 읽는다. 오피스 와이프에 대한 이야기다. 문득 내 사무실 생활을 돌이킨다. 나는 사무실 사람들과 특별히 감정적인 교류를 즐기지 않는다. 나의 세계가 너무 깊고 넓기에, 내 안에 침잠하는 걸 더 즐기는 편이다. 굳이 MBTI로 따지자면, 전형적인 I인 나에게 그런 교류는 피곤한 일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배우자는 내가 오피스 와이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까? 내가 오피스 와이프와 정서적인 외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런 부분에서, 정말 단 한 점의 걱정도 없을까?
목욕을 마치고, 몸을 닦으며 배우자에게 묻는다.
"너는 내가 오피스 와이프와 정서적 외도랄까, 그런 것을 나누게 될까 봐 걱정해 본 적이 없냐?"
"아니? 넌 타인과 정서적 교류를 하지 않잖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나는 굉장히 내향적인 스타일이다. 흔히 하는 말로 샤이, 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좀 멀지만 말이다. 나는 나를 뽐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걸 내가 직접 내세우는 편은 아니다. 간접적으로, 내 경험을 통해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드러내려 하는 편이다. 다만, 그 사이에 애쓰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내 철칙이다. 그냥 내가 경험한 일이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툭툭 내던지는 것, 그것이 내가 나를 자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 나는 샤이한 존재가 맞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정말 피곤한 일이고, 굳이 시간을 내어 익숙지 않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에게 부하가 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내 배우자를 처음 만난 것은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
나와 배우자는 SNS를 통해 만났고, SNS로 오래 교류를 나누다가, 내가 지금의 일터에 정착한 이후 근처에서 일하던 둘은 꽤나 깊은 교류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6년의 어느 날, 방배동의 한 주점에서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귀게 되었다. 나에게는 잊기 어려운 경험이고, 있기 어려운 경험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말 드문 경험이었기에, 다시 반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경험 하나면 충분하고, 평생을 곱씹고 반추하기에 차고 넘친다.
이미 배우자가 있는 나에게, 그 이상의 이성과의 교류는 그냥 짐이 될 뿐이다. 피곤한 일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직 집과 직장을 오가는 집돌이의 삶을 산다.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그리고, 나는 내 배우자를 사랑한다. 아마도,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