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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소장 Sep 30. 2016

일본 자유여행 따라 해 보기 #11

추억 여행

2016. 1. 27 여행의 셋째 날


이번 이야기도 여행에 도움이 될 정보보다는 우리가 돌아다닌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되겠습니다.


오늘은 그다지 시간에 쫓기는 일정이 아니므로 어제저녁에 사 둔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여유 있게 숙소를 나섭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친구와 페이스북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온가가와(遠賀川)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합니다. 이 온가가와 역은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역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하카타에서 오리오(折尾)까지 가는 특급을 타고 가서, 오리오에서 다시 일반열차를 갈아타고 온가가와역까지 이동을 하였습니다. 오늘도 JR패스를 이용하여 열차를 타기 때문에 특급을 탈 때는 당연히 지정석을 이용하였습니다.

어제와 같이 오늘도 소닉을 타고 이동한다. ⓒ윤라현


지난번 버스에 이어 이번에는 열차에 관련된 이야기를 잠깐 하고 갈까 합니다.

일본의 열차는 신칸센과 일반열차로 크게 나뉠 수 있는데, 신칸센과 일반열차는 같은 선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철도에 사용되는 선로는 선로의 폭에 따라 광궤, 표준궤, 협궤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모두 표준궤를 사용하기 때문에 KTX 선로든 일반열차 선로든 일반 열차와 KTX 모두가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일반열차는 표준궤보다 폭이 좁은 협궤, 신칸센의 경우 표준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신칸센과 일반 열차의 선로 자체가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열차와 KTX가 같은 플랫폼에 들어올 수 있지만, 일본의 경우 신칸센과 일반 열차의 플랫폼이 완전히 분리되어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열차의 경우 특급, 쾌속, 보통으로 나뉩니다. 같은 구간을 이동할 때 특급이 가장 빠르며 정차하는 역의 수가 가장 적고, 그다음으로 쾌속, 보통의 경우 가장 느리며 모든 역을 정차합니다. 특급의 경우 지정석과 자유석이 있으며, 요금은 보통열차 요금에 특급 요금이 더해지고, 거기에 지정석을 타게 되면 또 요금이 더해집니다. 반면, 쾌속과 보통은 같은 요금으로 승차가 가능합니다.

어쨌든,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우리는 특급이 정차하는 오리오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온가가와 역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내가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14년 만에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연락이 끊기지 않고 계속 메일을 주고받았고, 페이스북을 사용하게 된 뒤로는 더 자주 연락하면서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 당시 알게 되었던 일본 친구 중 아직 연락하는 친구가 2명 있는데, 그중의 한 명입니다. 그 당시에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끼리 비슷한 처지에 있다 보니 잘 지냈었는데, 하나 둘 연락이 끊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라오스에 있는 동갑내기 한 녀석과만 연락을 하며 지냅니다.


역에 먼저 도착한 우리는 대합실에서 기다렸고 잠시 후 친구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기도 했지만 진짜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살고 있는 마을은 도심 외곽의 한적한 곳이다 보니 근처에 마땅히 갈만할 곳이 없다면서 자기 집으로 안내하였습니다. 

일본 사람들의 경우 어지간해선 자기 집으로 잘 초대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집으로 간다가 하길래 조금은 놀랬습니다. 교환학생 시절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을 알고 지내다 10년이 훨씬 지나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렇게 대해 준다는 게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나랑 성별이 다른 여자이기 더욱 그랬습니다. 

여기서 여행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또 하지면, 일본은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와 다르게 남편의 성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이 친구도 지금은 미국인과 결혼하여 미국식 성(姓)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그래도 내가 부르는 호칭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없습니다.^^


이러한 친구의 배려 덕분에 나와 함께한 아이들은 처음 온 일본 여행에서 쉽게 경험하기 힘든 보통의 일본 가정집을 들러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친구 집에서 간단한 다과와 함께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남편은 학교(근처 학교의 원어민 강사이기에)에 간 터라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 도중 자기 집에는 손님을 위한 방이 있어 신랑의 미국 친구들도 여러 번 놀러 왔었다면서 다음에 근처에 오게 되면 자기 집에서 머물러도 좋다고 하더군요. 다음에 가족들이랑 놀러 오게 된다면 한 번 고려해봐야겠습니다.^^ 

1시간 정도 친구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큐슈공업대학, 내가 다녔던 학교입니다. 그런데, 나서는 우리를 보고 친구가 학교까지 태워주겠다는 것입니다. 몇 번이나 사양을 하였지만 계속 태워준다길래 친구의 차를 타고 편하게 학교까지 이동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지나가 보는 교문이다. ⓒ윤라현
큐슈공업대학 ⓒ윤라현

정말 오랜만에 다시 와 본 학교입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이런 곳으로 여행을 갈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런 곳으로 여행을 갈 일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곳을 여행한 이야기를 여기에 적어 두는 것이니 별 재미가 없더라도 그냥 봐주시기 바랍니다.


나에게는 이곳이 의미가 있는 곳이겠지만 같이 간 아이들에게는 썩 그렇게 재미있는 곳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도 자신들의 선생님이 다녔던 학교라니 같이 둘러봅니다. 예전에 학교를 다니던 이야기를 해 주며 학교를 거닐었습니다. 제법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지 학교의 모습도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학교를 돌아보던 도중 한 무리의 한국 학생들을 발견하였습니다. 사진에 보면 작게 나오긴 했지만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학생들 옆을 지나가자 우리가 한국말을 하는 것을 보고는 쳐다봅니다. 아마 여기 유학생이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잠시 이 학교를 방문한 학생들로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내 후배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말을 걸어볼까 했으나 괜한 오지랖이다 싶어 그냥 지나쳤습니다.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가 본 곳은 내가 생활하던 유학생 기숙사. 이 학교에는 유학생만을 위한 기숙사가 따로 있습니다. 기숙사라고는 불렀지만, 일반적인 기숙사가 아닌 그냥 원룸입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출입제한 시간이나 점호 등도 없습니다. 그냥 유학생을 위한 원룸이 학교 안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건물 정식 명칭은 국제교류회관(国際交流会館). 신기한 것이 여기 주소는 이직도 기억이 납니다.

큐슈공업대학의 국제교류회관 ⓒ윤라현

사진의 제일 위층, 제일 왼쪽이 내가 쓰던 410호입니다. 아래쪽에 보이는 지붕이 있는 곳이 로비인데, 나는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이곳에서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 봤습니다. 그 때, 조금 전 이야기 했던 라오스의 동갑내기 친구가 응원을 하라면 빨간색 티셔츠를 사주기도 했습니다.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내가 사진을 찍는 위치에서 왼쪽에 건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곳도 마찬가지로 유학생을 위한 공간인데, 내가 지내던 곳은 독신자를 위한 곳이라면 하나 더 있는 건물은 유학생 중 부부와 가족을 위한 곳이었습니다. 유학생 중 스리랑카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일본인 여자와 결혼을 해서 딸 하나를 두고 있었기에 가족실에서 지냈었습니다. 이 친구는 학부를 졸업하고 소니에 취직을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학교 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오전 여행의 컨셉은 나의 추억여행인 만큼 점심을 먹을 곳도 내가 자주 다니던 단골 우동집입니다. 다행히 아직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잘 있습니다.^^


내가 자주 가던 단골 우동 가게 ⓒ윤라현
예전 그대로의 맛이다. ⓒ윤라현

예전보다 메뉴가 많이 늘어난 것만 달라졌을 뿐 맛은 그대로입니다. 이 우동집은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나와서 늦은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주로 들렀습니다. 일주일에 1~2번은 꼭 들렀기에 그 당시 야간에 근무하던 아주머니들과 많이 친해졌고, 귀국할 즈음에 가게에 갔을 땐 평소에 주머니 사정 때문에 한 번도 먹지 않았던 고급 메뉴(?)를 먹고 가라며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주머니 중 한 분은 그 날 손으로 쓰신 편지와 선물을 건네주시기도 했고, 다른 한 분은 한국으로 여행을 오셨을 때 부산에서 만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정이 참 많이 가고 기억에 남는 가게입니다.


점심식사를 마지막으로 나의 추억여행은 끝이 납니다. 전철을 타기 위해 큐슈공대앞(九州工大前)역으로 이동합니다.

큐슈공대앞(九州工大前)역 ⓒ윤라현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모지항(門司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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