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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거북이 Mar 03. 2020

관계의 소중함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아껴주기...

내년이면 나도 이제 마흔이 된다. 마흔, 불혹이라는 나이.

불혹은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씀.

나는 여전히 사사로운 일에 잘 홀리고 흔들리지만, 곧 있으면 40이라는 나이가 된다니 잘 믿기지가 않는다.

나는 항상 어리고, 젊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불혹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었고, 누군가는 불혹이라는 말 그대로 유혹당하지 않으며 중심을 잘 지키며 살아가는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보수적으로 수명을 80살 정도로 잡아보았을 때, 나는 이미 삶의 중간지점에 다다랐다. 내 마음은 아직 소녀 같고 어리다고 생각할지언정, 생물학적 그리고 사회적 나이는 이미 중년인 것이다. 그러면서 나와 연락하며 지내는 주변 사람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학창 시절의 친구 몇 명, 대학원 동기, 수련 동기, 육아하면서 만난 유치원 엄마, 동네 아파트 엄마. 좁은 내 인맥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몇 명 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예전엔 친하게 지냈지만 서로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 직장 동료들, 그리고 의가 상해서 연락이 끊긴 친구들까지.


한창 젊다 생각했던 20대 때에는 아쉽지 않았다. 저 사람이 아니라도 새로운 사람을 사귀면 되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람과 관계를 정리하는 것 혹은 정리를 당하는 것이 기분은 좋지 않을지언정, 아쉽다는 생각을 크게 못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관계의 질만 따지지 않는다면 피상적인 관계는 다양하고 쉽게 맺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내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 사람에 대해 서운한 것이 있으면 마음을 쉽게 접었고 내 마음속에서 서서히 정리하는 식으로 관계를 홀대했었다. 언젠간 내 마음에 찰떡같이 잘 맞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혹은 나를 소중히 대해주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었다. 참, 어떻게 보면 지인들에게 야박하고 너그럽지 못한 마음이었다.


이제 마흔이 다가오니, 과연 내가 그런 사람들 만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내 마음에 꼭 들어맞는 찰떡같은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글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이제 낯선 누군가와 친목을 쌓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쉽게 이루어질지도 가늠이 되질 않는다. 왜냐하면 나의 생활에서 사람을 새로이 만난다는 건 일로서 만나는 동료, 혹은 아이들 문제로 만나게 되는 학부모가 대다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과 얼마나 많이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인가? 새로이 만나는 그들과 서로를 얼마나 많이 드러내고 소통하며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해보면, 앞으로 내가 만나는 관계는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가벼운 관계가 많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와 일상을 공유하며 격려하고 위로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오래전부터 함께 자라고 삶의 과정을 같이 거쳐온 나의 친구와 동기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들이 진짜 소중한 나의 인연이다. 그중에서도 진짜 나를 편하게 드러내고 지낼 수 있는 소수의 누군가가 정말 정말 귀하구나. 아이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육아의 동지로서 삶의 희로애락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동네 엄마들도 정말 소중하구나. 이들이 있어서 육아 시절을 그래도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지. 그래서 다짐해본다. 지금 내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며, 이 관계를 정성스럽게 돌보며 지내야겠다. 왜냐하면 내 남은 반평생의 좋은 동반자들이 될 사람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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