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체격이 작고 외소하며,
외모도 평범하고,
옷도 맨날 흰색/베이지/검정색 이런 종류의 옷만 입고,
모임에서 항상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진짜 눈에 띄지 않는,
나서기 1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어떤 모임이든 내가 시선집중이 되면
그렇게 몸둘바를 모르겠고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빨리 뛴다.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는 그런 사람이 나였다.
그게 너무 편했다.
근데 언제부턴가..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이 브런치를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
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뭐랄까..
의기양양? 생기가 도는?
때로는 다소 흥분되는?
그런 기분.
속이 답답할 때 브런치에 글을 쓰면,
머리가 명료해지고 답답함이 쑥 내려가기도 한다.
그렇다.
나는 나를 숨기는 게 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는 은근히 나를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것이,
정말 좋아서 그랬던 게 아니라,
그게 안전하기 때문에,
그게 위험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정말 나는 있는 그대로 날 드러내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도 봐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브런치를 하는 것도,
이런 내 마음의 역동 때문인 것이다.
극과 극은 알고 보면 같은 것이다.
저 사람이 죽을 정도로 싫다는 것은 반대로 죽을 정도로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동형성의 방어기제이다.
내가 너무너무 나서는 것을 싫어한 것은
실제로 너무너무 나서고 싶은 것이며,
다만 앞에 나섰을 때,
강렬한 불안을 감당하기 힘들기에,
그래서 조용히 있으면서,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걸 두려워한 것이다.
그래서 이젠 나를 좀 표현하고 드러낼려구.
나서기도 하고.
주목도 좀 받고.
그려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