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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거북이 Sep 23. 2020

실패자의 생각 방식

그런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내가 하는 일이 프리랜서이고, 그러다 보니까 점점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을 상상하게 된다.

상담이나 심리치료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만의 개인센터를 내는 것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엔 경력도 제법 되고,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사람들만 '센터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경력과 연륜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센터를 내고 있다.


나는 나름의 명확한 꿈이 있다. 

제일 먼저는 정신분석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고, 정신분석가가 되고 싶다.

정신분석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이 정신분석 공부를 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동료와 제자들과 여럿이 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이 정신분석의 공부를 함께 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신분석의 묘미와 매력을 알고, 정신분석을 사랑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센터를 내고 싶고, 나중에는 정신분석 훈련 과정에 참여하고 싶고, 임상심리학계에서 정신분석을 좀 더 알리고 싶다. 학교에서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를 가르치고 싶고, 슈퍼비전을 해주고 싶다.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부터 시작을 하고 있다.

정신분석 공부도 하고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 

그리고 센터를 내기 위한 나름의 작업들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내가 너무 순진했나 싶다.

나는 나의 이런 꿈과 과정에 남편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왜냐하면 육아/살림의 문제를 같이 공유하고 처리해야 할 사람이기에, 그리고 나는 나의 일이 가족의 행복에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에),

그래서 남편에게 나의 생각들을 쭉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남편 왈... 

그래서 10년 뒤에 잘 안 되면 어떻게 할 건데?

최악을 생각해야지.


왜... 시작부터 최악을 생각하는 걸까?

나는 분명 지금보다는 더 성장하고 나아져 있을 것이라 절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10년 뒤에 나는 더 나아져 있을 건데..

왜 실패를 생각하지?


내가 정신분석에 대한 애정, 그리고 내 일과 정신분석에 대한 꿈과 계획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4-5년 전만 해도 내가 센터를 내고 싶긴 했지만 명확하지 않았고,

정신분석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었으며,

일과 관련된 소명, 비전도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았다.


나는 작지만 계속 일을 했고 공부를 했고 고민을 했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4-5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저렇게 명확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내가 조금씩 나아지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 생각하기에,

실패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저런 두려운 말을 나와 가장 가깝고 신뢰하는 남편 입에서 나온 말이라.

엄청난 충격이었다.


실패? 

실패가 뭐야?

돈을 못 버는 것?

돈을 못 버면, 왜 못 버는지, 어떻게 못 버는지 고민하면 되지 않아?

실패라면 나는 지금이 실패인 것 같은데?

내 생에 지금처럼 돈 못 벌고 일 못한 적이 없었는데.ㅎㅎㅎㅎ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하고 생각도 하고 시도도 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럼 지금이 실패인가?

오히려 기회 아닌가?


글쎄.

개인상담센터에서 5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실패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프리랜서의 삶, 

김미경 원장이 말하는 인디펜던트 워커의 삶은,

항상 기복이 있다.

요동치며 일정하지 않고 바닥을 치다가 다시 올라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그 생활을 몇 년 하다 보니까 실패라는 걸 잘 모르겠다.

바닥일 때는 휴식을 취하면서 공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를 하기도 하고,

잘 될 때는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하면 되고.


남편의 저런 생각은 진짜 실패자의 생각 같다.

그리고 저런 생각은 사람의 불안과 두려움에 찰싹 달라붙어서 마음을 좀 먹는다.

옆 사람의 걱정과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생각.


실패는 없다. 

포기가 있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면 결국은 성공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다.

내 일은 나의 것.

남의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는 것.

보통의 사람에게 조언과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는 것.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독립과 자립이 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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