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일을 시작할 땐 그 끝을 생생하게 상상하라!"
또 한 권의 아마존 이야기가 나왔다.
1995년 7월, 제프 베이조스는 직접 채용한 몇 명의 직원과 함게 아마존닷컴amazon.com이라는 비즈니스의 문을 열었다. 바로 이전해 제프는 연간 인터넷 사용 성장률이 2300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읽었다. 당시 뉴욕에서 활동하던 그는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시장의 비효율을 이용하는 헤지펀드사 D.E.쇼앤컴퍼니D.E.Shaw&Co.의 수석 부사장이었다. 웹의 성장에 동참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그는, 앞날이 보장된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하고자.... (39쪽)
<순서 파괴>(콜린 브라이어·빌 카, 다산북스, 2021>의 제1장 첫 문장은 1995년으로 시작된다.
막 서른을 넘긴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창립하고 인터넷 상거래로 책을 판매하기 시작한 해다. 4년 후 그는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고 2000년에는 블루 오리진Blue Origin 사를 설립하고 우주 여행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9 억만장자 리스트'에 제프 베이조스는 세계 최고의 부자로 이름을 올린다. 당시 그의 재산은 약 1310억 달러(약 148조 6000억 원)였다.
그 짧은 시간에 현대사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가 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 그의 성공 신화를 새삼 늘어놓자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책들이 아마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빨대를 꽂고 정보를 빨아낸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아마존 내부자들의 경험과 통찰을 들려주는 책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그림자라 불리며 총 27년을 아마존에서 함께 두 사람, 콜린 브라이어Colin Bryar와 빌 카Bill Carr가 공저자들이다.
콜린 브라이어 Colin Bryar
아마존이 창립된 지 4년째 되는 1998년에 합류했다. 아마존이 미국 도서 유통 업체를 넘어 세계적이고 다차원적인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동안 아마존에서 기술 부사장과 CEO의 기술 고문 역할을 담당하며 12년을 보냈다. 특히 '제프의 그림자'라고 불리는 최고 참모직을 맡은 2년 동안은 매일 제프와 함게 회의하고 여행하며 비즈니스와 삶을 논했다. 2010년 아마존에서 독립한 후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건너가 훗날 알리바바Alibaba에 매각된 전자상거래 업체인 레드 마트의 COO로 일했다. 현재는 빌과 함께 워킹 백워드 LLC Working Backwards LCC의 공동 창업자로서 아마존에서 개발한 혁신 경영 메커니즘을 수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에 코치하고 있다. -책 앞날개
빌 카 Bill Carr
1999년 아마존에 입사해 15년 넘게 근무했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부사장으로 아마존뮤직, 프라임비디오, 아마존 스튜디오스를 비롯해 글로벌 디지털 음악과 비디오 비즈니스를 론치하고 경영했다. 2014년 아마존에서 독립해 소비자 전용 벤처캐피털 회사인 메이브런 LCC Maveron LCC에서 임원을 맡았고,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모바일 마켓플레이스인 오퍼업OfferUP의 COO를 역임했다. 현재는 콜린과 함께 워킹 백워드 LLC의 공동 창업자로서 수많은 기업의 리더들에게 혁신의 DNA를 주입하고 있다. -책 앞날개
저자들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아마존이 직면한 많은 비즈니스 문제가 여느 회사에서 마주치는 것들과 전혀 달랐을까?"
그리고 단호히 답한다.
"그렇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아마존이 항상 자신들만의 독특한 '아마존식 해결책Amazonian Solution'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요소들이 결합하여 '아마존인 되기Being Amazonian'라는 하나의 사고방식과 관리 방식, 일하는 방식을 형성한다."(16쪽)
순서 파괴Working Backwards
'순서 파괴Working Backwards'로 당신의 작업량을 줄일 순 없다. 하지만 명백한 진실은 이로써 실패 확률이 '제로'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순서 파괴(Working Backwards)’란 거꾸로 일하지만 가장 빠르게 전진하는 아마존의 혁신 메커니즘을 일컫는 개념이다. 개발자의 판단에 따라 순서대로 계획을 세워 제품을 만드는 대신, 고객의 시선에 따라 고객이 누릴 효용을 먼저 설계한 다음 그에 적합한 제품을 만드는 아마존식 작업 방법이다. 이 같은 ‘아마존식 역방향 작업 혁명’이 어떻게 시장을 장악하고 고객의 기쁨을 극대화하는지 그 원리와 실증 사례를 담은 책이다.
출처: 알라딘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순서 파괴의 원리는 1부(1~6장)에서 '아마존인이 된다는 것'의 원칙으로 다뤄 진다. 2부(7~10장)는 실전과 응용으로 '발명 머신이 된다는 것'의 사례다. 책 전체 분량의 60% 이상은 1부에 할애된다. 그만큼 아마존의 혁신 원칙과 순서 파괴 프로세스를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보여 준다.
초창기는 제프 베이조스가 곧 리더십의 원칙이었다. 스타트업 회사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 공식적인 리더십 원칙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제프 베이조스가 없어도 망하지 않는 아마존의 시스템 혁명"이란 말이 그 과정의 결과물이다. 1, 2장은 바로 리더십의 원칙과 그것이 채용 프로세스인 '바 레이저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준다. 4장과 5장에서 순서 파괴 원리가 자세히 다뤄지고 6장에서 인풋 관리 중심 성과지표도 보여준다.
2부 실전과 응용 편 도입부에 나오는 제프 베이조스의 말을 들어 보자.
"장기적 관점은 고객에 대한 집착과 원활히 상호작용합니다. 만약 우리가 고객의 니즈를 규명할 수 있고 그 니즈가 중요하고 지속적이라는 확신을 훨씬 키울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접근 방식을 벗 삼아 오랫동안 해결책을 제시하며 끈기있게 일할 수 있습니다."(279-280쪽)
여기서 중요한 말은 '끈기 있게'다. 책에는 아마존이 얼마나 끈기 있게 발명 머신이 되려 했나 보여준다. 킨들, 아마존프라임, 프라임비디오, 그리고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그 사례로 다뤄진다. 책 끝에는 채용 피드백 사례, 내러티브 규범과 FAQ 샘플, 책에 나오는 사건 연대 등이 부록으로 첨부돼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아마존 리더십의 원칙
순서 파괴, 워킹 백워드가 말처럼 쉬울까? 어린이가 80대에 빙의해서 자기 인생 회고록을 쓴다면? 몇 십 년 후에 죽음과 그 이후를 상상하며 미리 유서를 써 보았는가? 인물을 창조하고 그 일대기를 플래시 백 소설로 쓴다면? 순서 파괴란 이런 작업에 살짝 비유할 수 있겠다. '머리에 쥐나는' 상상의 작업이자 철저한 탐구와 검증 과정이다. 무엇이 아마존의 전 직원을 그렇게 할 수 있게 했을까? 아마존 리더십 원리를 들여다보자.
아마존 리더십의 원칙
1. 고객에 대한 집착Customer Obsession.
2. 주인의식Ownership.
3. 발명과 단순화Invent and Simplify.
4. 올바름Are right, A Lot.
5. 학습과 호기심Learning and Be Curious.
6.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개발하기High and develop the Best
7. 최고의 기준 고수하기Insist on the Highest Standards.
8. 크게 사고하기Think Big.
9. 행동 우선시하기Bias for Action.
10. 절약하기Frugality.
11. 신뢰 얻기Earn Trust.
12. 깊이 파고들기Dive deep.
13. 기개 지키기: 타협하지 않고 헌신하기Have Backbone: Disagree and Commit.
14. 결과 창출하기Deliver Results. (50~54쪽)
아마존 리더십의 제 1원칙은 '고객에 대한 집착'이다. 리더는 고객의 신뢰를 얻고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경쟁자에게 주목해야 할 때라도 리더는 고객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한다. 이게 '순서 파괴'의 원리다. '고객 경험'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아이디어'와 '신제품 개발'이 따라온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개발 후에 고객의 경험은 맨 마지막에 알게 되지만, '순서 파괴'는 그야말로 맨 끝에서부터 상상하는 프로세스다.
"고객에 대한 집착"
"일을 시작할 땐 그 끝을 생생하게 상상하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규정하라. 바로 거기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된다!"
일의 끝이란 고객을 의미한다. 고객에게 제품이 어떤 혜택을 주는지 미리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상상의 세계다. 아직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자주 묻는 질문'도 만들어야 한다. 골치 아픈 이슈를 제품 개발 전에 미리 알고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만족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먼저 보도자료와 FAQ를 세심하게 작성하고 수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제품 개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성과 지표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방법 역시 고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평가라고 하면 아웃풋 지표를 다루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통제 가능한 인풋 지표'를 강조한다. 예컨대, 아웃풋 지표가 월 매출액이나 주가 등이라면, 통제 가능한 인풋 지표는 제품 가격을 알맞은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내부 비용 감축, 웹 사이트에 판매용 새 아이템 올리기, 표준 배송 시간 단축 등이다.
파워포인트 대신 6 페이지 글로 하라!
"지금부터 S-팀에서 파워포인트 발표는 금지한다."
2004년 6월 9일 제프 베이조스의 지시로 S-팀 멤버들에게 보내진 이메일이다. 단순했지만 충격적인 메시지였다. 그날부터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사람은 짧은 내러티브를 작성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익숙해져야 했고 파워포인트는 아마존에서 정말 사라졌다. (159쪽)
분기별, 연도별 사업 현황 역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대신 6페이지짜리의 내러티브로 한다. 보고하는 사람과 보고받는 사람 모두에게 '깊이 파고들기'와 '최고의 기준 고수하기' 리더십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집중하여 '6-페이저'라 불리는 내러티브를 읽느라 20분 정도는 적막이 흐르는 게 아마존 회의 풍경이다.
고객에서 시작하는 순서를 파괴 프로세스는 아마존 혁신과 고객만족으로 이어진다. 제품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쓰는 보도자료 예시를 보자. "보도자료가 기존 제품들보다 더 의미 있는 기술이나 단계적으로 개선된 고객 경험을 묘사하지 못한다면, 그런 제품은 개발할 가치가 없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보도자료의 핵심 구성요소
1. 제목: "블루코퍼레이션이 스마트 택배함 '멜린다'를 출시하다."
2. 부제목: "멜린다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과 식료품을 안전하게 받아서 보관하도록 설계된 택배함이다."
2. 요약 문단: "2019년 11월 5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PR 뉴스와이어. 오늘 블루코퍼레이션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과 식료품의 안전한 배송과 보냉 보관을 보장하는 스마트 택배함 '멜린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4. 문제를 나타내는 문단: "현재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 중 23퍼센트는 현관에서 물품 도난을 경험했다. 또한 19퍼센트는 배달된 식료품이 상해 폐기해야 했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5.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단: "멜린다가 있으면 더는 문 앞에 배달된 상품이 분실되거나 식료품이 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6. 제품의 장점을 표현하는 문단(인용문): "멜린다는 온라인 소핑객들에게 안전과 편리성을 선사하는 혁신적 제품입니다....." (204~217쪽)
제프 베이조스가 인정하는 유일한 아마존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인정할 것이다. 지금까지 본 아마존 이야기와는 다른 책이라는 것을. 이 책이 제프 베이조스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아마존 이야기'라는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아마존 유일의 성공 원칙이 그러나 결코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 안에서 경험하는 문화적 기반뿐만 아니라 킨들, 프라임, AWS 등 히트 상품들의 탄생 역사까지 속속들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직 경영의 관점에서나 실무자의 시각에서나 이 책은 신선하고 생기발랄한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혁신과 변화에 목마른 이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고 맘껏 상상할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책을 덮을 즈음, 독자는 익숙한 관행을 뒤집어 저 끝을 상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을 시작할 땐 그 끝을 생생하게 상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