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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Sep 10. 2021

제주 본태박물관에서 본태를 묻다

노출콘크리트에 제주 자연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예술

제주 본태박물관.


'본래의 형태'란 뜻의 본태, 박물관 이름부터 자꾸 궁금하게 하더라니.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본래의 형태, 본래의 아름다움이란 어떤 모양일까.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발로 딛고 보았다. 마음에 훅 들어와 버린 무엇. 한마디로 하면, 그건 너무 벅찬, 충격같은 거였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건축물이 자연에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니. 미친다, 아름다웠다. 가슴 두근거리며, 과연, 본태를 보았다.


"인류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2012년 제주에 설립된 박물관"이란 소개첫 문장, 고개가 끄덕여졌다. 회색 건물일 뿐인데 환경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이 느낌은 뭐란 말인가. 전시관 내부에서 바깥 하늘과 구름과 담과 벽을 같이 감상하는 호사에 빠져들었다. 노출 콘크리트에 제주 자연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전시된 작품들도 완벽한데 그걸 담아내는 건축물이 자연인양 완벽한 조화였다. 본태란 뭘까 자꾸 묻게 했다.


여러 현대미술가를 만날 수 있었다. 제임스 터렐, 로버트 인디에나, 데이비드 걸스타인, 파블로 피카소, 백남준, 쿠사마 야요이..... 단연 본태 설계자 안도 타다오를 먼저 말해야겠다. 그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1996)을 받은, 세계3대 건축가라서만은 아니다. 본태박물관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매료되고 설득됐다.


"현대 미술을 보고 잘 모르겠다고 느낀다면 좋은 겁니다. 모르고 있다는 걸 계속 느끼면 됩니다." 예술이란 이토록 사람을 흔들어 놓는 거다." 나는 건축이 너무 말을 많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안도 타다오가 한 말이 그대로 울림이 되는 공간이었다. 예술은 내가 모른다는 걸 알게 하고, 내가 알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는 그 무엇. 본태, 본태가 그랬다.


박물관에서 전시물도 감동인데 건물 감상에 이토록 잠겨 보긴 처음이다. 걸음걸음 어느 구석도 그냥 지나칠 공간이 없었다. 창밖을 내다 보면 도무지 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한없이 머물고 싶었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 거기 나조차 작품이 되는 착각이 일었다. 몇 년 전 본 그에 관한 영화 <안도 타다오>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본태박물관, 내 생에 지금까지 본 박물관 중 단연 최고였다.


본태, 가끔 생각하게 될 거 같다. 내가 하는 이게 본태일까, 과연 본태에 가까운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제라도 본태를 봤으니 '여한'이 없다. 제주도 오면 아무래도 본태박물관부터 다시 보고 싶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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