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댄싱퀸

단원고 2학년 10반 이경주에게

by 꿀벌 김화숙


세상에서 춤이 제일 좋다던 경주야!


영화 <댄싱퀸> 봤지? 엄정화 황정민 나오는 코미디 영화 있잖아. 2012년 개봉했으니 네가 중3 때였어. 너는 이런 댄스 영화는 개봉관에서 봤을 게 틀림없어. 이제 곧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댄싱퀸'이 될 몸이니까. 그렇지. 맞다고? 좋아 좋아. 나는 당시에는 못 보고, 몇 년 전에야 엄정화의 춤을 보고 싶어서 봤어. 너를 생각하며 이번에 다시 보는데, 와~ 역시 너랑 너무너무 수다 떨고 싶게 하는 영화였어.


경주가 오버랩되고, 나 자신이 보이고, 이 세상 여성들이 겹쳐 보였단다. 영화에서 엄정화가 부른 노래 <Call My Name> 가사 좀 봐. 팍 꽂히지 않아?


세상이 네 편이 아니래도

내가 옆에서 널 사랑해

아무도 찾지 않는 하루에

그 아무도 듣지 않을 노래

하지만 슬픈 생각 하지 마

누구나 다 상처는 있어

<Call My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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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지 않는 하루,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 이 대목에 감정이입이 되더라?



영화 속 정화의 학생 시절 꿈도 바로 '댄스 가수'였어! 너처럼 노래하고 춤추는 걸 어찌나 즐겼는지, 대학 시절 별명이 '신촌의 마돈나'였대. 근데 말이야, 정화가 정민과 결혼하고 나니 그 꿈이 '일시 정지'가 되고 말았어. 왜일까? 아이 낳아 키우고 정민 뒷바라지하는 일 때문이었지. 정민이 어쩌다 서울 시장 후보가 되면서 정화의 꿈은 그 누구한테도 지지받을 게 못 돼 버렸어. '시장 사모님'이 '댄싱퀸'? 정화의 꿈은 이제 어디로 갈까?



"가수 나부랭이가 무슨 꿈인데?"


남편조차 정화에게 이렇게 말했어. 헐~~ 시장 사모님에게 댄싱퀸이 안 어울린단 소리지. 남편의 꿈만 꿈이고 아내의 꿈은 가수 나부랭이? 심했지? 만약 딸 연우가 결혼해서 한 남자 뒷바라지만 하고 자기 꿈을 잊고 산다면 어떻겠냐, 내 꿈은 아무것도 아냐? 딸이 그렇게 사는 건 견딜 수 없어. '댄스 가수'가 꿈인 나는 지금 어쩌고 있냐! 정화가 폭발해. 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들어주지 않는 노래, 이건 정화의 고백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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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참사 당해 9월 26일은 경주의 생일이었다.



타고난 춤꾼 경주야!


어려서부터 넌 춤을 좋아했더구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댄스 동아리에 트렌디(Tren. D. D는 단원고를 뜻함)에 가입한 건 역사적인 일이었어 그치? 동아리 오디션 보는 날 참 다이내믹이었지. 체육복이 아직 준비가 안 됐던 너를 위해 엄마가 체육복을 급히 사서 직접 학교로 가져오셨더구나. 너는 그걸 입고 동아리 오디션에 합격했고 말이야. 동아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넌 선후배들을 챙기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했지.



너는 하루 종일 춤만 추고 싶다고 말하곤 했지. 어쩌다 학교 수업은 빠져도 금요일 3,4 교시 동아리 시간에는 꼭 나와서 연습하더구나. 주중 연습 때도 수업 끝날 무렵에 꼭 연습하러 나왔고 말이야. 고1 여름 방학 올림픽기념관에서 주말마다 춤 연습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 그때 머리가 땀에 흠뻑 젖으면 너는 2 대 8로 빗고 춤을 췄다며? 땀에 절고 지쳐있던 친구들은 너의 머리를 보며 웃고 즐거워하곤 했지.



경주야!

약전에서 네가 꿈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이 울림이 컸어. 너는 이렇게 생각에 잠기곤 했잖아.


나에게 춤은 뭘까? 꿈, 미래, 직업, 진로라는 말이 난 어렵다. 어느 땐 꿈을 강요당하는 것만 같다. 모두 한날한시에 꿈을 꿔야 하나. 분명히 난 춤추는 게 좋다. 춤을 출 때 나는 살아 있다. 혼자 우는 친구가 있다면 늘 그 옆에 있고 싶다. 그런 게 내 꿈이고 미래면 안 될까? …….

-<416단원고 약전> 제10권, <팥빙수와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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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유명 가수의 댄스팀에 들어가서 댄서로 활동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지. 연예인이 되어 맘껏 춤추며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 네겐 끼와 예술적 재능이 넘치더구나. 날마다 하루 종일 춤을 춰도 지치는 법이 없었어. 그러니 네가 평범하게 공부 열심히 하길 바라신 엄마 뜻과 안 맞는 경우가 왜 없었겠니. 너를 보낸 후 엄마는 좀 더 네 꿈을 응원하고 좀 더 맘껏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줄걸, 많이 아쉬워하셨다는구나.



댄서의 꿈을 꾼 경주야!

너는 틀림없이 멋진 댄서가 됐을거야. 너의 꿈을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춤추는 모습을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아니, 너와 함께 한바탕 춤추고 싶어.


나도 춤을 너무너무 좋아한단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추억이 떠올라. 수학여행에서 반별 장기 자랑하잖아. 우리 반은 댄스팀을 만들었어. 잘하는 친구들이 나를 끼워준 거야. 난 그전에 전혀 춤을 춰 본 적 없었단다. 몇 주 동안 친구들한테 집중 훈련을 받았는데, 와~ 그때 내가 알게 됐어. 춤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결과부터 말하면, 우리 반이 수학여행 장기 자랑에서 1등을 했지 뭐야.


그 기억은 지금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곤 해. 내가 춤을 무지무지 좋아한다는 사실 말이야. 어른이 된 후엔 슬프게도 춤을 출 기회가 별로 없는 삶을 살았어. 그러나! 중년이 되고 암 수술을 하고 갱년기를 통과하면서 말이야, 나는 다시 춤추는 아줌마가 됐어. 계기는 물론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는 거였어. 문화센터 차밍댄스 강좌에서 무아지경으로 춤을 췄어. 위드 코로나로 가면 다시 차밍댄스 강좌를 가야지, 벼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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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보는 것도 난 무지 좋아해. 평소 춤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즐겨. 네게 편지를 쓰면서 못 본 춤 영화를 몇 개나 다시 봤을 정도야. 보다가 새삼 또 발견했어. 댄서 영화도 남성 서사가 훨씬 많다는 걸 말이야. 실화 영화 <데저트 댄서>니 <댄서>는 소름 돋게 아름다웠어. 그럼에도 너랑은 여성 서사 <댄싱퀸>을 나누고 싶은 건 뭘까?



단원고의 댄싱퀸 경주야!


<댄싱퀸> 영화 속 정화의 노래와 춤 같이 볼까? Call My Name 노래 가사 조금만 더 적어 볼게. 경주야! 경주야! 너의 이름을 부른다. 그곳에선 매일 하루 종일 춤만 추고 신나게 지내렴. 경주야~~ 내가 춤을 출 때마다 너를 기억할게. 너의 이름을 부를게. 경주야 사랑해~~ 우리 같이 춤출까? 우리는 댄싱퀸!


세상에 혼자라고 느낄 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해

힘이 들 땐 Call My Name

주저 말고 Call My Name

나만은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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