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그리며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로저 스포티우스 감독, 영국)을 봤어. 고양이 영화라니 귀가 쫑긋하다구? 맞아. 나도 영화 내내 그랬고, 너와 네 동생 고양이 다윤이를 생각하고 있어. 다혜야, 많이 보고 싶구나.
영화는 노숙자이며 중증 마약중독자였던 제임스 보웬(루크 드레드웨어 분)이 길고양이 밥을 입양하며 새 삶을 살게 된 실화에서 나온 거야. 2007년부터 고양이 밥과 함께 버스킹을 했다는데 2012년 그는 책을 내. 그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2016년 영화화되고 우리나라엔 2017년에 개봉됐지. 인기를 몰아 2020년에 속편도 나왔는데, 난 이제야 두 편을 몰아서 봤구나. 너를 기억하면서 말이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죠. 그건 흐르는 강물처럼 끝과 시작이 없어요. 어떤 날은 슬픔에 허우적대다가 어떤 날은 새롭게 태어난 것 같죠. 그 모든 과정과 상처 그 모든 외로운 밤들 모든 게 당신의 일부예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OST <Don't Give Up> 중
노래 가사 느낌 오지 않아? 고양이 밥이 직접 출연해. 비슷하게 생긴 6마리 고양이와 같이 찍었다는데 밥이 거의 90%를 했대. 제임스가 버스킹을 하거나 노숙인 지원 잡지 <빅 이슈>를 판매할 때면, 스카프를 두른 고양이 밥이 함께야. 제임스가 가는 곳마다 밥이 그의 어깨 위에 있지. 제임스와 밥은 늘 대화하며 뭐든 함께 하는 친구야.
남성 주연의 이런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살펴 보는 재미도 있었어. 1편에서는 비건에 동물권 운동하는 페미니스트 베티가 나와. 제임스와는 여러 관점이 다르지만 좋은 친구로 지내. 2편에도 제임스와 밥을 지지하는 사회 활동가로 아시아계 비가 나오지. 두 캐릭터가 영화가 추구한 젠더 균형 감각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지.
다혜야! 밥이 네 고양이 동생 다윤이를 참 많이 생각나게 했어. 가르랑 가르랑, 다윤이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네 생일에 아빠가 데려온 고양이한테 넌 다윤이란 이름을 줬지. 다혜와 다윤이는 날마다 같이 놀고 같이 먹고 같이 자는 자매가 됐고 말이야. 다윤이가 새끼를 낳던 그날, 다혜는 다윤이 곁을 온전히 지키는 언니였어.
마침내 다윤이가 새끼 세 마리를 낳았을 때 넌 엄마처럼 기뻐했지. 새끼들 놀랄까 봐 친구 나래랑, 다윤이 대단하다, 잘했다, 이쁘다, 속삭이며 말했지. 다윤이가 새끼들 몸을 핥아주고 젖을 먹이는 것을, 새끼들이 엄마 품에 파고드는 모습을 특별한 감격 속에 너는 바라보았지. 틈만 나면 엄마 품에 파고드는 그 느낌을 너는 잘 알았으니까.
다혜야! 너는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고 학교 갈 정도로 고기와 초밥을 좋아하더구나. 여섯 살 위 언니는 어쩜 그리도 동생을 아끼는지. 네가 바다에서 가족 품에 돌아온 날은 언니 생일인 5월 4일이더구나. 엄마는 네가 몸이 튼튼하니까 경찰이나 군인이 되길 바라셨구나. 너는 치기공사를 생각했다지?
다윤이에게 그랬듯, 다혜는 새끼 고양이 세 마리도 참 잘 돌봐줬을 거야. 너는 틀림없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주는 따뜻한 어른으로 컸을 거야.
엄마 손을 세상에 가장 예쁘다고 말하는 다혜야!
네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 건 엄마 냄새고 엄마 품이었지. 엄마의 부은 다리와 손을 꼭꼭 주물러드리고, 엄마 손을 가슴에 안고 자는구나.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고생하신 엄마 손에 다이아 반지 끼워드린다 말하던 다혜야! 엄마 외로울까 봐 엄마 성을 따 김다혜라는 딸이었구나.
너를 그렇게 이뻐 하시던 아빠는 그 해 암 투병 중이셨지. 네 소원은 아빠의 건강이었잖아. 너를 잃고 아빠는 암이 재발했고 이듬해 네 곁으로 돌아가셨구나. 가족이 반으로 줄어 엄마와 언니만 남았구나. 그리고 고양이 다윤이가. 다윤이는 하염없이 너를 기다리며 가르릉 대곤 했지. 416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다혜 엄마 김인숙, 한울, 2020)에는 엄마의 그리움이 강물처럼 흐르는구나. 그건 눈물의 강이었어.
"전에는 그 고양이가 다혜가 발로 이랬는데 요즘 들어서요, 제 품속에서 자는 거예요. 저는 다혜 잃고 방에서 자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거실에서 살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소파를 버리고 거실에다 침대를 들여놨어요. 일인용 침대를 들여놨는데 자면 여기 와서 다리를 두 개 해놓고(올려놓고) 자요. 그러면서 다혜 생각하면 걔를, 털이 막 날리지만 걔를 끌어안으면서 '꿈이 아니었으면...... 그냥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이렇게.
-<그날을 말하다 다혜 엄마 김인숙> 144쪽
다윤이 언니 다혜야!
제임스가 밥을 돌봐 준 걸까? 밥이 제임스를 돌본 걸까? 제임스는 밥에게, 밥은 제임스에게 누구였을까? 이걸 비교해서 뭣 하겠니. 해 본 소리야. 외롭고 소외된 존재끼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는 존재의 힘이었어. 서로에게 선의와 신뢰를 주고,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희망이 되는 힘이었어.
다윤이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엄마에게, 언니에게,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다윤이가 엄마 곁에서 가르랑대며 자고 있구나. 다윤아! 네 존재가 너무나 고맙구나. 가르랑 가르랑 네 숨소리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위로를 주는구나.
안타깝게도 고양이 밥은 작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는구나. 향년 14세였어. 제임스가 얼마나 상실감이 컸을까.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편 끝에서 밥을 향한 제임스의 고백이 자막으로 나와.
밥은 내 곁에서 친구 이상이었다. 내 곁에서 내가 잊고 있던 삶의 방향과 목표를 찾아 줬다. 언제까지나 그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