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팽목항으로 오라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팽목항에서

by 꿀벌 김화숙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 4시간 남짓 저는 팽목항에 머물렀어요.


416합창단 공연이 있었거든요. 팽목항을 찾아와 '캠프'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등대 앞에서 노래를 불렀답니다.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섰다가 밤 11시 반쯤 돌아왔어요. '여기는 팽목항'이라며 가까운 이들에게 사진 소식을 전했습니다만, 자고 일어나니 팽목이 다시 제게 말을 걸어옵니다.



팽목의 바다와 하늘, 섬들과 갈매기와 빨간 등대를 보았습니다. 방파제와 기억의 벽, 거기 펄럭이던 깃발과 노란 리본들을 보았습니다. 빗속에 우산을 들고 거기 다녀가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비와 햇빛과 구름과 노을도 보았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등대 앞에서 노래하고 울고 웃고 포옹하는 시간이었죠.



때로 사진이 필설보다 훨씬 더 많은 말을 할 때가 있죠. 훨씬 더 잘하고 말이죠. 팽목항 사진이 그런 것 같아요.어제 그곳에서 찍은 시간 순서대로 올려봅니다.



오후 1시 20분 도착했을 땐 가느다란 비가 내렸어요. 리허설 땐 비옷을 입고 했더랬죠. 차츰 개이더니 3시 40분 공연 시작할 땐 해가 나고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이 함께했어요. 한 시간 노래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팽목의 노을아래 머물다 5시 반 그곳을 떠났습니다.



사진 사이사이 글은 김유철 시인이 쓴 세월호 7주기 추모 시 <썰물은 돌아오지 않았다>입니다.








썰물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월호 7주기


김유철 시인(삶예술연구소)


그리움이 변형된 바다에 이르렀다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든가

숱한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동안

그리움의 힘은 사라진 이들을 기다리게 했다

파도가 되고

바위가 되고

이내 별빛이 되어

팽목항으로 돌아오곤 했다





가볍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은 서러웠다

더 멀리 갈까 봐 서러웠고

물속 차가움이 느껴져 몸서리치며

그런 날은 낯익은 소주마저

낯설게 컴컴한 속으로 들어왔다






슬픔에서 담담으로

그리곤 묵묵으로 사그라지는

눈앞의 섬들과

살아있었던 숨결들

아,






모든 것을 보았던 방파제 끝 무인등대는

반딧불이 꽁무니처럼 깜박이고

물도 하늘도 보이지 않는 먹물 밤이 오면

방파제 깃발들은 밤새도록 울먹였다





제 꼬리를 물려 제자리를 맴도는 땅강아지가 되어

2555일을 보내는 동안

사랑이네,

희망이네 라는

말이 스쳐 갈 때마다

외면하거나 '없다'라는 속말이 밀고 나왔다





아이들과 나누었던

소소하거나,

하찮거나,

속삭였거나,

심지어 옥신각신했던 행복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채

여전히 맹골수도에 잠겨있다







쓸고 나간 썰물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 네 번씩 맹골수도는

아이들 숨결로 요동쳤지만

썰물이 삼킨

그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썰물은 괴물인가

욕심이 빚고,

거짓이 만든,

지폐와 황금 속에 사는,

괴물은 여전히 벽처럼 서 있지만

썰물이 밀물 되어 들어오는 날

그날이

다시오면

팽목항으로 오라

그대, 팽목항으로 오라






썰물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월호 7주기


김유철 시인(삶예술연구소)


그리움이 변형된 바다에 이르렀다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든가

숱한 그림을 그리고 지우는 동안

그리움의 힘은 사라진 이들을 기다리게 했다

파도가 되고

바위가 되고

이내 별빛이 되어

팽목항으로 돌아오곤 했다


가볍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은 서러웠다

더 멀리 갈까 봐 서러웠고

물속 차가움이 느껴져 몸서리치며

그런 날은 낯익은 소주마저

낯설게 컴컴한 속으로 들어왔다


슬픔에서 담담으로

그리곤 묵묵으로 사그라지는

눈앞의 섬들과

살아있었던 숨결들

아,


모든 것을 보았던 방파제 끝 무인등대는

반딧불이 꽁무니처럼 깜박이고

물도 하늘도 보이지 않는 먹물 밤이 오면

방파제 깃발들은 밤새도록 울먹였다


아이들과 나누웠던

소소하거나,

하찮거나,

속삭였거나,

심지어 옥신각신했던 행복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채

여전히 맹골수도에 잠겨있다


제 꼬리를 물려 제자리를 맴도는 땅강아지가 되어

2555일을 보내는 동안

사랑이네,

희망이네 라는

말이 스쳐 갈 때마다

외면하거나 '없다'라는 속말이 밀고 나왔다


쓸고 나간 썰물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 네 번씩 맹골수도는

아이들 숨결로 요동쳤지만

썰물이 삼킨

그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썰물은 괴물인가

욕심이 빚고,

거짓이 만든,

지폐와 황금 속에 사는,

괴물은 여전히 벽처럼 서 있지만

썰물이 밀물 되어 들어오는 날

그날이

다시오면

팽목항으로 오라

그대, 팽목항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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