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택치료 해제, 자가격리 8일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선자령에 오르는 것!

by 꿀벌 김화숙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의 자가격리 8일째 아침이 밝았다.


눈을 뜨는 순간, 감사합니다! 소리치게 된다. 내 몸과 마음을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것, 적정 체온에 정상 호흡을 한다는 것, 두 다리로 나다닌다는 것, 바깥에서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것, 그 무엇 하나 기적이 아닌 게 없다. 매일 맑은 정신으로 새 아침을 맞는다는 것, 이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이 지구를 다녀가는 마지막 날, 이 땅에서 새아침이란 더이상 없는 것. 지금 여기서 맞는 새 날이라는 선물, 감사, 또 감사합니다!


오늘도 체온과 산소포화도, 맥박수를 측정한다. 36.5, 99, 80. 어느새 익숙해진 숫자들. 혹시나 하며, 새로운 습관이 된 '질병관리청 생활치료센터' 앱을 누른다. 역시나 접속할 수 없다. 왜? 나는 어제부로 생활치료 대상에서 해제되었으니까. 그렇다. 기분좋은 확인이었다. 7일 동안 나는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로서 건강하게 보냈으니까. 나는 더 이상 입력 대상자가 아니라고 앱이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다.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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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만 남았다. 체온을 입력하고 발열감,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모두 '아니오'를 입력했다. 마음같아선 보건소 담당자에게, 혹은 자가격리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해 보고 싶다. 재택치료대상에서 해제됐으니 이후는? 어쩌고 저쩌고 바로 연락 오겠지. 설마 계속 내버려 두진 않겠지? 이런 생각하는 이유는 어제 사랑의 병원 재택치료팀 때문이다. 기분좋은 해지 전화를 기다렸는데 저녁이 되도록 조용했다. 저녁 체온 입력해야 확인해 주나보다, 그러고 앱에 접속했더니, 헉! 나를 거부하는 거 아닌가!


김화숙인데요, 생활치료센터 앱에 접속이 안 돼요.

어머나, 김화숙 님은 재택치료에서 오늘 해제됐어요.

네, 감사합니다. 근데 통보 전화가 없어서 저녁에도 입력하려 했거든요.

그래요? 잠깐만요..... 이미 처리된 거 맞아요. 그런데 오늘 낮에 의사선생님 전화 안 갔어요?

네, 못 받았어요.

죄송합니다.

허허허. 대상이 많으니 빠뜨릴 수도 있죠. 제가 통화 중일 때 전화하셨을지도 모르죠?

해제됐고요. 이제 앱 접속 안 되고요. 저희한테서 전화도 안 가고, 약 처방 대상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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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 그랬던가? 판데믹 시대 코로나 확진 받고 무증상으로 건강하게 잘 살았는데 인상 쓸 거 뭐 있겠나. 재택치료 해제 전화는 빠뜨려도 시스템 상엔 잘 처리됐다잖니. 무증상자니까, 그럼 된 거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전화를 끊고 나니 새삼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 확진이라는 첫 전화 받을 때만 해도 얼마나 당황스러웠던가. 앞이 전혀 그려지지 않던 그 순간. 무증상으로 재택치료해제까지 이렇게 올 줄 상상이나 했던가. 감사 또 감사, 이것 말곤 뭘 할지 잘 모르겠다.



집안을 쏘다니며 할렐루야! 해제 춤을 좀 추었다. 그리곤 번쩍! 뭐 없나 뒤져봤다. 나 홀로 자축 저녁을 먹을까, 무슨 이벤트를 할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거다. 재택치료 확진자에게 배달된 음식상자를 뒤졌다. 비타민 젤리만 다 먹었다. 그래, 사발면을 먹어 볼 기회였다! 갇혀 살다 보면 사람이 '불량식품' 영접할 때 올 거라 그랬지? 사발면 하나를 들고 요리조리 비식비식 웃으며 들여다봤다. 먹어? 말아? 물론 잠시 갈등했다. 과일 저녁을 먹었거든.


사발면 뚜껑을 떼고 면만 꺼내 그릇에 담았다. 스프는 1/3만 넣었다.

물이 끓을 때 팽이버섯, 생강 큐브,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면 위에 부었다.

냄비 뚜껑으로 면그릇을 덮어 좀 기다렸다.

착착 말아 후루룩 냠냠 먹었다.

아~~ 칼칼하고 맑은 맛, 이거 너무 별미 아냐?

국물까지 다 먹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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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코로나 확진자로서 7일간 뭘 먹고살았길래 사발면 하나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집에 갇혔으니 자연식 채식하긴 더욱 좋았다. 사회생활 빙자로 내키지 않는 음식 남 생각해서 먹을 일 없었다. 하루 두 끼 내 뜻대로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점심을 느긋하게 잘 먹으면 저녁엔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엔 주로 공복에 땀 흘려 운동한 후 배고픔을 느끼고 점심을 먹는데, 이건 뭐 집안에서 배고프다, 할 때가 없었다. 한 시간 실내 운동한다고 별 쇼를 다해야 땀이 좀 났다. 별 뜻 없으면 저녁은 과일식만 하기도 했다. 들깨 듬뿍 넣은 된장국 한 번 끓인 것 말곤 요리한 적이 없었다.



재택치료 대상에서 해제되고 맞은 자가격리 8일차 아침도 레몬즙 떨어뜨린 차 두 잔으로 시작했다.

아~~ 사흘 후면 자가격리 해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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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숨 헉헉대며, 땀 흘리며, 겨울산을 오르고 싶다. 찬바람을 폐로 들이쉬며 온몸으로 뜨겁게 걷고 싶다. 감옥에 갇혀서도 열심히 운동하고 견딘 많은 사람들 진심으로 존경한다. 오늘 아침엔, 현관문을 열고 계단이라도 오르내리고 올까, 충동이 불쑥 이는 걸 간신히 참았다. 난 아직 자가격리 중이니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 바깥 찬 공기 마시며 활개치며 걷는 것. 그 무엇보다도 겨울 선자령을 오르는 것! 그거 하나뿐이다.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왔다니 선자령이 눈에 어른거린다. 사진을 찾아보니 딱! 바로 오늘, 2020년 12월 28일이 내가 선자령에 간 날이다. 암 수술 후 7년을 지나며, 새 몸과 마음으로 '내 몸사랑 자연치유 여행'을 했더랬다. 연말 39일간, 영덕 칠보산 자연생활교육원 열흘, 효소단식 2주, 그리고 2주 보호식. 이 모든 걸 마무리하는 이벤트로 오른 겨울 선자령이었다. 이번엔 코로나를 '이긴' 이벤트가 될 것이다. 아~ 정말 오래간만에 가족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밀접접촉자들 모두 음성확인 받고 내일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이제 내게 남은 자가격리는 3일. 31일까지 빠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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