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부러운걸? 무증상으로 잘 쉬고 자연항체 생기면 이거야말로 최고 좋은 시나리오 아냐? 백신 부작용 무서워 못 맞고 있는데, 아~~ 이거 점점 사람들한테 눈총 받는 게 불편하단 말이야....."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로 집안에 갇힌 생활 4일째다. 소식을 들은 벗들 중엔 부럽다고 농담하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내 상태란 게 농담하며 웃을 정도로 무증상이었다. 가 본 적 없는 길이라 낯설고 모르겠다. 무증상으로 갇혀 있긴 답답하지만, 무증상으로 돌아다녔을 경우를 생각하니 아찔하다. 검사 기술에 감탄이 나온다. 사람마다 몸마다 백신 반응도 감염 증상도 각양각색인 거 같다. 내가 무딘가 하고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봐도 마찬가지, 아무 증상이 없다. 재검 필요 없는지 보건소에 문의했더니, 절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3일 차엔 자가격리 담당 구청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역의 일반 공무원들이 자가 격리자 몇 명씩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데, 나를 관리하는 분은 구청 도로교통과 남자 공무원이었다. 그는 전화로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라는 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했다. 질병관리청 생활치료센터 앱에 이어 또 하나의 앱이었다. 하긴, 생활치료시설 가지 않고 재택 치료 받는 확진자이면서, 지역의 자가 격리자니까, 두 가지 보고를 해야 하는 시스템인 거 같았다.
스마트폰 앱 설치, 아주 간단한 것 같으나 잘 안됐다. 마지막으로 담당 공무원의 아이디를 입력해야 작동하도록 돼 있는데 거기까지 잘 안됐다. 결국 '사람 불러야' 했고 서울서 자가격리 중인 딸과 줌으로 연결했다. 노인 환자들은 과연 이런 앱을 바로 설치할 수 있을까? 나처럼 바로 도움을 청할 자식 없는 환자는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도 오늘도 체온을 측정해 입력하고,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에는 '아니오'를 클릭했다.
어제 오후엔 제주도에서 귤 한 상자가 왔다. 브런치에서 내 글을 읽고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암 친구가 보낸 특별한 선물이다. 내 브런치 북 'B형 간염 간암 자연치유 일기'를 꼼꼼히 3 회독했다는 열독자. 나처럼 B형 간염 보균자에다 간암 수술을 하고 자연치유의 길을 택한 용기 있는 환우. 내 코로나 확진 소식까지 공유하는 친구. 건강을 위해 제주도에서 사는데 마침 과일 가게 사장님이다. 벌써 두 번째 보내온 귤을 갇힌 집에서 까먹으니,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맛난 귤은 처음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코로나 완치 후엔 공기 좋은 제주도에 꼭 한 번 가서 벗과 만나 봐야 하리. 함께 녹색의 제주를 걸어야 하리. 진심으로 감사합니대이!~~
어제 재택치료 확진자를 위한 음식 꾸러미도 왔다. 코로나 시대 늘 그랬듯 비대면으로 문 앞에 놓고 갔다. 제법 크고 무거운 상자라 혼자 집안으로 끄집어들이느라 낑낑대야 했다. 가짓수가 상당했는데 나열해 적어 본다.
쌀밥12, 사발면6, 사골국2, 쇠고기국2, 미역국2, 참치2, 장조림2, 쇠고기죽1, 삼계탕1, 전복죽1, 깻잎2, 김치볶음2, 비타500젤리5, 생수2리터, 봉지커피1, 녹차1. 아쉬운 건 자연식 채식하는 내겐 '먹을 게' 없다는 거다. 그래도 누가 알아? 무증상 확진자로 계속 갇혀 지내다 보면 '불량식품'으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게 될지.....
친정 엄마와 안부 전화를 뜸들이다 어제 결국 했다. "너그는 여전히 백신 안 맞고 댕기나?"에 이어 "교회는 계속 모이지 못하재?" 그러고는 "조심 또 조심하거래. 아덜도 마카 별일 없재?"였다. 나는 차마 확진 사실을 말하진 못했다. 목소리도 말도 멀쩡하게, 잘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암 수술했을 때도 며칠 지나서, 차마 거짓말할 순 없어서 알렸던 게 생각난다. 자연치유 결심한 후, 병원 안 가냐 성화였을 때도, 결국 사실대로 말했던 게 생각난다. 이번에도 며칠 더 지켜보다가, 지난번엔 말하지 못했노라 하게 될 거 같다.
재택치료 자가격리 4일 차, 아침에 가뿐하고 상쾌하게 눈을 떴다. 누운 자리에서 내 몸을 이리저리 느껴 봤다. 어디에도 아픈 데가 없었다. 목도 칼칼하지 않고 쑤시는 데도 없고 열감도 없었다. 평소처럼 주전자에 대추와 생강 등을 넣고 차를 끓여 레몬즙 떨어뜨려 두 잔 마셨다. 아차, 아침 체온 먼저 기록하고 차를 마셨어야 했는데, 따뜻한 차 기운 때문에 바로 재면 체온이 높겠다. 그랬다. 37도가 넘었다. 책상 앞에 앉아 인터넷 뉴스를 읽고 책상 정리를 하며 30분쯤 보냈다. 체온을 재니 36.7도였다. 좀 있다 다시 재도 그랬다. 산소포화도와 맥박 역시 정상이었다. 점심에 먹을 들깨 된장국을 끓여 놓고 아침 운동을 했다. 동네 산에 가는 맘으로 두꺼운 패딩까지 챙겨 입었다. 온 집안 창문을 열고 집안을 이방 저방 베란다까지 빨빨대고 걸었다. 심심하면 실시간으로 여기저기 인증 사진으로 안부를 전했다.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 재택치료 자가격리 4일 차였다. 괜히 pcr검사했다가 집안에 갇힌 걸까? 나 때문에 음성이라도 자가격리당한 사람들은 또 뭐란 말인가. 그러나 아니다. 검사 안 받고 증상 없이 돌아다녔으면 무증상으로 감염원인 거다. 식구들과 다른 접촉자들 중에 확진자들이 나올 테고, 그중엔 호되게 앓는 사람도 없으란 법 없는 것이다. 그러니 코 쑤시기, 잘했다. 무증상, 재택치료 자가격리 끝까지 잘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