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재택치료 자가격리 2일

질병관리청 생활치료센터 관리번호와 건강관리세트를 받다

by 꿀벌 김화숙


1. 코로나 확진 통보 첫날은 전화 또 전화


21일은 종일 전화기를 들고 산 하루였다. 상록수보건소의 코로나 확진 통보 전화를 시작으로 총 30건의 전화 통화가 있었다. 그중 절반은 코로나 관련 담당자들에게서 온 전화였다. 상록수보건소 담당자와 가장 여러 번 통화했고, 단원보건소, 사랑의 병원 재택치료센터, 역학조사관, 재택치료센터 담당 의사 등등. 신상정보는 전화마다 조사하고 또 확인했다. 가족사항, 키 몸무게, 당뇨 있냐, 약 먹는 게 있냐, 누구와 사느냐 등등. 해외에 다녀온 적이 있느냐. 뭐래요? 국내 여행도 잘 못하는데 무슨 해외를 다녀요? 거기다 내가 자진신고하는 전화까지.


단원보건소 재택치료팀 전화. 번거롭지만 매일 전화로 증상 확인할 거다. 계속 무증상일 경우는 해지일을 확진일로부터 열흘로 본다. 31일까지 격리 필요, 병원 관리는 27일까지. 이건 최소 기간이고 증세 봐서 연장될 수도 있다. 기저질환 없고, 미접종이고.... 다시 상록수보건소 담당자. 18일부터 오늘까지의 내 행적과 밀접 접촉한 사람들 조사. 이름과 연락처. 역학조사관이 전화로 다시 같은 질문할 수도 있는데, 화내지 말고 답해 주시라....


역학조사관의 전화. 감염 초기라 증상 없을 수 있고 나중에 달라질 수도 있다. 13일부터 접촉한 사람들 중에 확진자 있었을 수 있으니 연락해서..... 사랑의 병원 재택치료센터 의사 전화. 건강관리세트 내일 배달된다. 매일 입력. 확인 전화 간다. '생활치료센터' 앱 깔고. 다시 상록수보건소 담당자 전화. 11일~17일까지 내 행적 조사. 담당마다 조사 기간이 들쑥날쑥. 그 많은 데를 어찌 다 역학조사하리. 전화와 단톡으로 내가 관련된 곳으로 알렸다.



2. 확진 2일차, 나홀로 재택치료 자가격리로


음성 확인 후 짝꿍은 서울에서 자가격리 하러 차로 떠났다. 검사받고 오늘 결과 나오기까지, 우리는 한 집에서 '거리 두기'로 1박2일 했다. 우리는 평소 넓은 거실을 공동 공부방으로 쓰는 짝꿍들. 각자의 책상에 앉되 수시로 잡담하고 토론하고, 운동하고 같이 먹고 같이 자던 일상에 제동이 걸렸다. 적당히 왔다 갔다 하려다, 결국 지침을 따라 확진자는 자진 안방으로 격리, 잠도 따로 잤다. 짝꿍 왈, 이거야말로 '소 닭 보듯'이고 '생이별'이었단다.


짝꿍이 서울로 떠난 식탁 풍경을 본다. 격리 생활할 나를 위해 그는 어제 보건소 검사 다녀올 때 장을 잽싸게 봐 온 거다. 곧 같이 발이 묶일지도 모르니 바빴을 거다. 내가 좋아하는 단감이 반갑다. 집에 사과며 귤도 몇 개씩 있지만 그는 감을 집었을 것이다. 제주도 암친구가 귤 한 상자 보냈다니 과일만 먹어도 열흘은 문제없이 살겠구나. 데친 시금치, 찐 단호박과 비트, 그리고 생채소들. 함께 자연식한 짝꿍 다운 준비다. 미소 지으며 보고 있다.


나의 밀접 접촉자들도 모두 pcr 검사 결과 22일 아침 음성확인 문자를 받았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러나 미안하고 혼란스러운 맘 어쩌지 못하겠다. 갑작스러운 자가격리로 발이 묶이고 일상이 꼬여버린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며, 누가 걸렸다고 그 사람 탓할 수 없는 문제란 건 늘 생각하던 바였다. 그러나 내게 닥치고 보니, 사람 맘 복잡한 거였다. 주변의 다양한 반응과 내 내면을 새롭게 보게 됐다. 삶은 역시 닥쳤을 때 발견하며 배우는 것이다.




3. 질병관리청 건강관리 세트 도착


22일 늦은 오후 '건강관리 세트'가 비대면 배달로 왔다. '질병관리청'이라 찍힌 상자 겉면에 내 이름과 주소와 관리번호가 딱 붙어있었다. 전화로 사전 안내된 물품들이었다. 확진자를 위한 안내, 재택치료 공동격리 생활안내문, 건강관리세트 안내, 성인 자가치료자를 위한 생활수칙 안내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입원 격리자 생활지원 안내, 격리 통지서. 성인용 감기약, 성인용 해열제,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손소독제, 폐기물 소독제, 검은 비닐봉투.



물품들 중에 낯선 게 몇 개 보인다. 찬찬히 읽을 안내지가 많았다. 검은 비닐봉지는 뭐지? 하고 보니 폐기물 소독제란 게 있었고 '자가치료자 폐기물 안전처리 가이드'가 생활 안내문 속에 명시돼 있었다.


쓰레기 처리는 절대 임의 배출하지 말 것. 폐기물을 소독 분리한다. 지급한 봉투에 담아 1차 밀봉한다. 다시 종량제 봉투에 담아 2차 밀봉한다. 봉투 외부를 소독하여 재택치료 기간 동안 보관한다. 재택치료 종료 후 3일(72시간) 이후에 배출한다. -재택치료 생활안내문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낯선 기기다. '혈액의 산소포화도(SpO2) 및 맥박수(PR)를 측정하여 나타내는 광전기기'라고 소개돼 있다. 안내를 따라 동봉된 밧데리 2개를 넣고 알코올로 기기를 닦았다. 집게 처럼 생긴 기기를 벌려서 둘째 손가락을 쑥 꽂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자동 측정된다. 왼쪽 숫자 99는 산소포화도, 오른쪽 90은 맥박수를 가리킨다. 산소포화도의 정상치는 95~100%, 맥박 정상치는 60~100. 나는 무증상자, 몇 번 해 봐도 정상범위였다.




4. 생활치료센터 재택치료 진료지원 시스템


K 방역의 꽃은 아마도 디지털 아닌가 한다. 인력 모자라고 돈 없는데 이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확진 첫날 전화로 안내받은 대로 앱을 깔았고, 물품세트를 받은 즉시 입력을 시작했다. 앱을 열면 내 이름과 함께 '안산시 제3 재택 치료센터'가 뜬다. 거기서 건강정보기록을 클릭하고 내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제시된 모든 걸 하는 건 아니고, 체온, 맥박수, 산소포화도, 그리고 정신건강 순서만 하면 된다. 확진 2일차 내 모든 기록은 정상이었다.


코로나 확진자 정신건강에 대한 설문이 인상적이다. 코로나 재택치료 자가격리 확진자로서 나는 첫날,그리고5일 차에 응답하면 된다. 순서를 보면, 1.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5문항) 2. 우울(9문항) 3. 주관적 심리적 고통 정도(VAS, 1문항)다. (우울 문항은 알고 보면 답해야 하는 게 10문항인데 굳이 9문항이라고 명시했을까.) 모든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은 데서 매우 그렇다까지 0,1,2,3 4, 네 단계로 표시하도록 돼 있다.



우울(9문항)

1. 일 또는 여가 활동을 하는데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함.

2.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음.

3. 잠이 들거나 계속 잠을 자는 것이 어려움, 또는 잠을 너무 많이 잠.

4. 피곤하다고 느끼거나 기운이 거의 없음.

5. 입맛이 없거나 과식을 함.

6. 자신을 부정적으로 봄- 혹은 자신이 실패자라고 느끼거나 자신 또는 가족을 실망시킴

7. 신문을 읽거나 텔레비전 보는 것과 같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움.

8. 다른 사람들이 주목할 정도로 너무 느리게 움직이거나 말을 함. 또는 반대로 평상시보다 많이 움직여서, 너무 안절부절못하거나 들떠 있음.

9. 자신이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함.

*만약 당신이 위의 문제 중 하나 이상의 문항에 "예"라고 응답하셨다면,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일을 하거나, 가정일을 돌보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습니까?

-질병관리청 생활치료센터


문항들이 말하고 있었다. 코로나 시대 2년, 이토록 어려운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고. 나는 확진자라는 몸으로 마음으로, 날것 그대로 그 속에 있었다. 지구촌 구석구석에 낮은 자리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다시 보였다. 몸으로, 마음으로, 경제적으로, 관계망으로. 감당할 수 없는 바닥에 떨어진 사람들. 코로나 블루로 고통받는 사람들. 직간접적으로 확진자와 관계된 사람들. 코로나로 죽은 사람들. 코로나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 긴 시간 중증으로 계속 신음하는 사람들.....



그렇게 지나간 코로나 확진 재택치료 자가격리 2일차였다. 나는 아무런 증상 없이, 우울도 피로도 모른 채, 다만 집안에 갇힌 확진자로서 보냈다. 실내에서 움직여 운동도 하고, 책 읽고 영화 보고 글 쓰고, 통화하고, 사색하며 말이다. 이런 무증상이 고맙기도 하고 알수없는 미안함에 캥기는 것도 같다. 내 몸을 잘 지켜볼 일이다. 다시 한 번 코로나로 고통받는 모든 환자들과 이웃들께 머리 숙여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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